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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IS 바로가기민족문학사연구 v.26 2004년, pp.318 - 346
김양선 (한림대학교)
본고는 근대문학 제도의 형식적 산물이라 할 수 있는 ‘문단’에서 여성작가가 어떻게 위치지어졌는지, 여성 작가들의 글쓰기 및 말하기 행위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공개장과 좌담회를 중심으로 재구성해보고자 한다.먼저 공개장은 여성 작가에 대한 기존 문단의 평가 및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를 제공한다. 공개장의 필자들은 여성작가의 글쓰기에 대해 한쪽에서는 성차를 지우려 하고(카프 계열 작가나 평론가), 다른 한쪽에서는 성차를 지나치게 부각(김문집)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자가 여성의 세계를 탈피하라고 주문했다면, 후자는 생물학적 여성성을 작품 세계와 등치시키는 오류를 되풀이한다.또한 공개장은 남성 작가들이 문학장 내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위상을 정립해 나갔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은 여성 작가의 기질(유전, 환경) 등에 대한 폄하, 자신들의 독서 편력에 끼어들지 못하는 것을 짐짓 밝히는 것, 작품이 아니라 인물에 대한 글쓰기, 작품 평가 시 젠더적 관점을 배제하거나 지나치게 내세우는 등의 전략을 구사한다. 이와 같은 배제의 전략을 통해서 여성 작가 및 작품을 고립시킴으로써 남성 작가들은 일종의 구별짓기를 통해 자신들의 위상을 정립해 나갔다고 볼 수 있다. 좌담회는 여성 작가들로만 이루어진 문학관련 좌담회, 남성 중심 좌담회에 여성 작가가 일부 포함된 경우를 중심으로 검토해 본 결과 다음과 같다. 여성 작가들은 그 희귀성 때문에 문학현상뿐만 아니라 ‘여류명사’로서 당대 사회 문화 현상에 대해 말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여성작가들로만 구성된 좌담회에서 당대 조선문단의 쟁점이 주제로 논의되기는 하지만 심층적이거나 분석적이지는 않아, 오히려 이 여성작가들의 인식의 폭이 넓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각 주제들 역시 여성작가나 여성의 글쓰기에 대한 특화된 관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1930년대 여성 작가들 중 작가적 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작가로 남녀 모두 공통적으로 합의하는 작가는 박화성과 강경애인데, 그 이유는 이들이 성별에 관계없이 사회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반면 최정희와 이선희는 소설보다는 수필을 더 잘 쓰는 작가, 모윤숙과 노천명은 ‘여성적,’ 감상적 세계에 함몰된 작가로 평가받았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여성적 글쓰기는 부정되고, 장르에 따라 서로 차별적으로 위계화된 평가의 담론 질서 속에서 위치지어졌다.이처럼 공개장과 좌담회를 통해 우리는 근대 문학제도가 여성작가와 여성문학에 대해 포섭과 배제의 양날을 구사함으로써 어떻게 자기 영역을 구축해 갔는지를 규명할 수 있다. 당대 문학은 여성 작가와 문학을 주변화하는 성별의 정치학을 구사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비(非)성적인, 하지만 이면적으로는 남성중심적인 제도를 구축해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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