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Ⅰ. 서론

1. 문제 제기

사교육 문제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중요한 이슈이다. 사교육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보통 공교육의 부실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이주호·홍성창, 2001; 이주호·김선웅, 2004). 현재 우리 공교육은 정상 상태와는 분명 거리가 있으며, 공교육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사교육을 통해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사교육 시장이 팽창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 문제 해결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

Ⅰ. 서론

1. 문제 제기

사교육 문제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중요한 이슈이다. 사교육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보통 공교육의 부실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이주호·홍성창, 2001; 이주호·김선웅, 2004). 현재 우리 공교육은 정상 상태와는 분명 거리가 있으며, 공교육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사교육을 통해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사교육 시장이 팽창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 문제 해결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을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특목고 학생이 일반고학생에 비해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채창균·이재경, 2009)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공교육 정상화만으로 사교육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학생 간 실력차가 비교적 적은 특목고의 경우 일반고에 비해 공교육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따라서 사교육이 줄어들 여지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채창균·유한구(2009)에서는 사교육이 창궐하게 되는 이유를 학벌사회와 입시 제도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고 있다. 점수 위주의 평가 방식 하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얻는 학생이 보다 좋은 대학과 유망학과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으며, 좋은 대학과 유망학과에 진학한다는 것은 사회에서 보다 나은 사회적 지위와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데, 이런 조건 하에서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사교육에 대한 무한 경쟁이 가속화하였다는 것이다. 현행 입시제도하에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올바르다고 한다면,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사교육의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라는 문제 의식 하에서 성적과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사교육 참여가 활발한 집단과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집단을 구분하고, 두 집단의 사교육 효과를 비교·분석함으로 써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가구소득 300만 원 미만 그룹이나 학교성적이 상위 30% 안에 들지 못하는 그룹의 경우 사교육참여자가 비참여자에 비해 수능점수가 3점 가까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사교육 참여가 활성화되어 있는 가구소득 300만 원 이상이나 학교성적 상위 30% 이내 그룹의 경우 사교육 참여에 따른 수능점수 상승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음을 보이고 있다.
또한, 채창균·이재경(2009) 역시 입시제도가 사교육 문제와 일정한 연관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에서는 현재의 대입제도에서 비켜가 있는 트랙에 위치한 과학고 조기졸업생의 경우 일반고 학생들과 외국어고 및 정상졸업 예정 과학고 학생들에 비해서 사교육 의존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행 대입제도로부터 비켜가 있는 트랙에 있는 조기졸업 과학고학생들의 경우, 입학 당시부터 대체로 조기졸업 후 KAIST 진학이라는 진로가 결정되며 대학진학을 위한 경쟁 압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약하고1), 특히 학업성취도보다는 외부 올림피아드나 각종 대회참여경력이 좌우하도록 되어 있는 구조2)이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하여 대입경쟁을 뚫을 여지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입시제도가 사교육 의존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통계청 조사에서 일정 정도 확인된다. 통계청 조사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교육 관련, 대학입시 관련, 사회문화풍토 관련으로 나누어 각 영역별로 여러 가지 가능한 사교육 원인을 묻고 있는데, 그 응답 결과에 따르면 대체로 대학입시 관련 요인이나 사회문화풍토 관련 요인에 대한 동의 정도가 학교교육 관련 요인보다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학부모의 경우 ‘기업체 채용 등에 있어 출신 대학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대학 서열화 구조가 심각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동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 학부모의 경우에도 응답 결과는 대체로 유사하다. 여전히 대학 서열화 구조나 기업체 채용 등에 있어서 출신대학이 중요시된다는 학벌사회의 문제로 인해 사교육을 하게 된다는 지적에 대한 동의 비율이 높다. 동시에 고등학생 학부모의 경우 ‘주요 대학이 수능·논술고사 등 시험점수 위주로 뽑기 때문에’, 또 ‘대학에서 성적 우수학생 선발 경쟁에 치중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응답 비율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학부모의 응답 내용을 종합하면, ‘좋은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 입학해야 하는데, 수가 한정되어 있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면 수능·논술고사 등의 성적이 남보다 우수해야 하며 바로 이를 위해 사교육을 시킨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사교육이 성적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전제한다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에서 남보다 한발 앞서가기 위해 서로 사교육을 받으려고 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사교육 참여가 확산되면서 사교육의 상대적 성적 향상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남보다 더 앞서 가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사교육을 받고자 할 것이다. 이런 양상 역시 일반화되면서 사교육의 상대적 성적 향상 효과가 여전히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사교육을 추가적으로 더 받고자 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게 되는 식의 사교육에 대한 의존 경쟁이 무한대로 진행되어 가는 과정이 바로 현재의 상황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일부 연구나 통계에서 단편적으로나마 대학입시제도가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수 있음이 확인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와 관련된 실증적인 분석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렇게 실증분석이 많지 않은 것은 분석을 위한 자료 부족 등의 제약에 기인하는 바도 적지 않다.
사교육 문제의 완화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대안이 수립될 수 있기 위해서는 분석가능한 적절한 자료의 발굴 및 구축을 전제로 대학입시제도가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각도의 심층적인 실증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본 연구는 바로 이러한 필요성에 부응할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다만 이용 가능한 자료가 여전히 제약적인 상황이므로, 입시제도 전반에 관한 종합적인 실증분석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본보고서 역시 대입제도가 사교육에 미친 효과에 대한 종합적인 실증분석 보고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점은 본보고서의 한계이지만, 이러한 한계는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종합적인 실증분석을 지향하는 대신, 본보고서에서는 실증분석이 가능한 자료가 존재하고, 통계분석이 유의미할 것으로 판단되는 주제에 국한하여 몇 가지 실증분석을 시도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