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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정말로 자유의지가 있을까

2010-07-13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심리학과의 루드 쿠스터스(Ruud Custers)와 헨크 아츠(Henk Aarts) 교수가 발표한 이 공동 논문은 ‘무의식 의지(The Unconscious Will)’라는 생소한 개념을 소개하며, 의식적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는 특정 자극에 의해 누구나 영향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광고나 메시지가 소비자를 조종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선전기법을 의식(lumen) 아래(sub)에서 작용한다는 의미로 ‘서브리미널 효과(subliminal effect)’라 부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자유의지를 발휘한다고 생각하는가? 다시 생각해보라(Think You’re Operating on Free Will? Think Again)’는 기사를 통해 서브리미널 효과를 증명한 쿠스터스와 아츠 교수의 연구를 조명했다.


환경 자극과 무의식으로 선택에 영향 줄 수 있어

인간만이 지닌 특징으로 ‘자유의지(free will)’를 꼽기도 한다. 인간은 논리와 이성을 이용하므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자신의 행동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을 탓하는 것은 게으른 자의 변명’이라는 비난도 등장할 만하다.
한편으로는 환경의 중요성을 감지한 사람들이 있다. 맹자의 어머니는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3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유혹을 이겨낼 만큼 인간의 의지가 강력하지는 못하다는 의미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생존을 위해 환경을 읽어내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뇌의 메커니즘이라고 주장한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프란츠 부케티츠(Franz Wuketits) 교수는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라는 책에서 “모든 행동은 뇌의 신경처리 과정에 의해 자동적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특정한 자극을 통해 인간의 의식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존 바그(John Barg)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는 1999년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자동성(The Unbearable Automaticity of Being)’이라는 저서를 통해 무의식적 자극의 강력한 힘을 주장한 바 있다. 영상 중간중간에 특정 단어를 삽입하되 순식간에 지나가게 하면, 관객들은 그 단어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그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극에 대해 인간 스스로는 거부할 수도, 인지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이후 서브리미널 기법을 이용해 특정 음료가 더 잘 팔렸다든가 성적인 단어를 삽입해 호감도를 높인다든가 하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서브리미널 기법을 광고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나라도 생겨났다. 우리나라도 방송광고심의규정 제15조에서 “방송광고는 시청자가 의식할 수 없는 음향이나 화면으로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 서브리미널 효과는 4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승무원들은 서브리미널 기법을 통해 정신력 강화 훈련을 받았고 “큰 도움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운동선수나 수험생 등 집중력이 필요한 사람들도 서브리미널 제품에 많은 돈을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주류 심리학계는 서브리미널 효과가 ‘실험 방식과 원리 규명에 있어 합리성이 의심된다’고 결론 내렸고, 지금은 광고인들의 속설과 전설로 남게 됐다. 그런데 사이언스지에서 서브리미널 효과를 소개한 연구를 과학적인 논문으로 인정한 것이다.


인지할 수 없는 자극에도 무의식은 반응한다

서브리미널 효과를 일상생활에서 찾아내는 연구도 있다.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 책상 위에 가죽으로 된 각이 진 서류가방이 놓여 있으면 사람들이 더 경쟁적으로 행동한다거나, 도서관 벽에 그림이 걸려 있으면 이용자들이 더 작은 목소리로 대화한다는 것이다. 청소용품 냄새를 맡은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책상을 정돈하기 시작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의 영향을 알아채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연구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이렇든 최근 심리학계에서는 인간의 결정과 행동이 무의식에 의해 영향을 받고, 무의식은 특정한 환경과 자극에 의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쿠스터스와 아츠 교수의 논문도 그 중 하나다.
이 논문은 피실험자를 특정한 자극에 노출시켜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학생들을 스크린 앞에 앉히고 ‘직소 퍼즐’이나 ‘십자말 풀이’ 등 퍼즐 맞추기와 관련된 단어들을 보여준다. 일부 학생에게는 ‘해변’, ‘친구’, ‘가정’ 등 긍정적인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단어들을 보여주되, 너무 빨리 지나가서 정작 자신들은 그 단어가 있었는지도 알아채지 못하게 한다.
이후 실제로 퍼즐을 맞추라고 지시하자, 긍정적인 단어에 노출된 학생들이 더 열심히 더 오래 작업에 몰두했다. 또한 퍼즐을 맞추는 일에 스스로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렇듯 특정한 자극을 가하면 그와 관련된 다른 정보들이 촉발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점화 효과(priming effect)라 부른다.
음주와 관련된 단어에 짧은 순간 동안 노출된 사람들은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신 반면, ‘간호사’처럼 보살핌이나 보호에 종사하는 직업 명칭에 노출된 사람들은 긍정적인 행동이 늘어났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부지불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져도 피실험자들은 그에 영향을 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특이한 점은 피실험자들이 그 단어의 존재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쿠스터스는 “우리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왜 찾는지를 스스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시작한다”고 소개하며, “사람들은 의식이 행동을 지배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의식에 따른 자유의지만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계속 도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에 대해 바그 교수는 “서브리미널 효과를 둘러싼 수많은 의심과 회의적 시선을 극복할 수 있는 커다란 도약이자 과학계의 랜드마크”라고 평가했다.
바그 교수는 커피와 이력서 등 생활 속 소재를 이용해 심리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딱딱한 의자에 앉은 사람은 푹신한 소파에 앉은 사람보다 융통성을 발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쥔 사람들은 찬 음료수를 들었을 때보다 타인에게 관대한 태도를 보일 확률이 높았다. 면접관들은 입사지원자의 이력서가 가벼운 서류철보다는 무거운 서류철에 끼워져 있을 때 더 진지하게 내용을 살펴봤다.
그는 “이렇듯 의식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자극에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는 많았지만, 무의식적인 자극에도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새로운 과학 분야를 개척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유독한 심리적 자극을 없애 건강한 환경 만들어야



쿠스터스 교수는 “이 기법이 일부 국가에서 금지된 서브리미널 광고에 쓰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보이지 않는 부분을 걱정하기보다는 눈에 빤히 보이는 광고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구나 해변처럼 긍정적인 화면과 더불어 음료수를 보여주는 광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연상작용에 의해 어느 순간 무의식이 ‘콜라가 먹고 싶다’고 속삭인다는 것이다.
건강에 좋지 못한 식품들도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그는 “개인의 선택은 유독한 광고 환경을 이겨낼 만큼 강하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환경 자체에서 유독한 자극들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쿠스터스와 바그 교수는 자신들의 논문이 ‘이성이 모든 환경을 뛰어넘는다’는 인간의 특권의식을 약화시킬 수 있는 연구라는 데 동의하며, 자유의지의 존재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진화생물학에서 보자면 무의식 의지(Unconscious Will)는 일상적인 기능을 자동적인 메커니즘으로 발전시켜 생존률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으므로 의식보다 앞서 진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바그 교수는 “인생은 수많은 결정을 요구한다”며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결정 과정이 없었다면 인간은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스터스 교수는 “인간의 의식은 마음대로 조종하기 힘든 커다란 선박에 올라탄 여행자와 같다”며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선택해야 강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무의식적인 감각을 믿는다면 올바른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류 역사에서는 인간의 이성을 뛰어넘는 존재나 통제불가능한 힘에 대한 묘사가 이어져 왔다. 고대에는 종교나 신화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현대에는 프로이트가 주장한 무의식 속 이드(id)가 넘겨받았다. 어쩌면 이 모두는 무의식에 의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연약한 인간의 심리와 의식을 지적하기 위한 문화적 표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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