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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의 미국은 대공황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 공황으로 말미암아 20년대에 누렸던 물질적 풍요는 종말을 고하게 되었고, 미국의 경제는 일순간에 붕괴되었다. 이렇게 급작스런 경제적 붕괴는 비단 물질적 측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의식과 정신과 사회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한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1930년대는 자연재해인 ‘가뭄’이라고 하는 모래폭풍이 중서부 평원을 휩쓸어 농민들의 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오클라호마와 몇몇 주들은 메마른 흙 벌판으로 변했다. ...

1930년대의 미국은 대공황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 공황으로 말미암아 20년대에 누렸던 물질적 풍요는 종말을 고하게 되었고, 미국의 경제는 일순간에 붕괴되었다. 이렇게 급작스런 경제적 붕괴는 비단 물질적 측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의식과 정신과 사회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한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1930년대는 자연재해인 ‘가뭄’이라고 하는 모래폭풍이 중서부 평원을 휩쓸어 농민들의 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오클라호마와 몇몇 주들은 메마른 흙 벌판으로 변했다. 그래서 한때 비옥했던 농토에서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가 없게 되었고, 계속된 흉년으로 인해 은행에서 빌린 많은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조상 대대로 거주하던 농지는 자본가에게 점령되다시피 하였다. 그들은 할 수 없이 정든 고향을 버리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존 스타인벡의『분노의 포도』(1979)는 이와 같은 사회적 실상을 바탕으로 작품화 되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조드 가족도 가뭄과 자본가들의 횡포로 인해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이들은 필사적으로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찾아야 하고 도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죽음 같은 어려운 상황도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며 땅거북을 통해 상징화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결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한다. 그러나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라고 믿었던 캘리포니아에서조차 토지는 고사하고 이들은 이렇다 할 일자리도 얻지 못하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비참한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이주민을 비하하는 호칭인 ‘Okies'라고 불리우면서 천대를 받고 착취를 당하는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수난 가운데서도 가족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정신적으로 성장의 과정을 거친다. 스타인벡은 전직이 목사였던 짐 케이시를 조드 가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정신적 지도자로 내세운다. 그는 에머슨의 ‘Oversoul(大靈)’사상을 깨달아 인간이 모두 하나가 될 때 세계가 신성해진다는 인간애와 평등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직접 실천한다. 그는 임금인하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지도자가 되어 불합리한 임금 지불 방식에 대해 경찰과 대치하면서 인간을 구원하고 비탄에 빠진 노동자들을 구휼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며, 죽을 때 까지도 민중을 생각하고 그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인간의 도리를 대변한다. 그리고 그의 형제애를 통한 휴머니즘의 사상을 물려받는 톰은 케이시가 자신을 대신하여 잡혀갔을 때 처음으로 남을 위한 희생을 생각해 본다. 톰은 케이시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그 장면을 머리에 각인시키게 되고 은둔생활을 하면서 케이시의 메시지와 그의 실천적 행동을 되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게 되고 동시에 그의 사상에 몰입된다. 그리고 거침없이 케이시의 뒤를 이어 억압받고 고통당하는 민중을 위해 인간애를 실천해 나가게 된다. 이에 더하여 가족 중에 가장 이기적인 딸 로쟈샨도 톰 못지않은 극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인간애를 실천하게 된다. 그녀는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 노인에게 자신의 젖을 줌으로써 ‘생명의 제공자’가 되고 이타적인 인류애를 보여준다. 그리고 ‘생존의 상징’으로서 역경에서 결코 항복하지 않는 인류애의 생존자체를 구현시켰다. 그리고 ‘든든한 성채’와 같이 가족만을 수호했던 어머니의 ‘가족이 첫째’라는 중심사상은 다른 가족들과의 협동을 통해 ‘보편적 형제애’ 사상을 수용하는 한 단계 승화된 의식의 성장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사상을 바로 딸인 로져샨에게 죽어가는 노인에게 젖을 주라는 눈짓을 하면서 실천으로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 어머니의 이 사랑은 인간을 상대적 가치로 판단하지 않는 깊은 관용과 너그러움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간 그 자체를 사랑하는 숭고한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스타인벡은 가난과 시련으로 궁지에 몰린 이주민들이 결국은 그들의 삶을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죽음을 맞을 것이라고 결론짓지 않는다. 조드 일가는 여정 중에 만나게 된 윌슨가족이나 웨인라이트의 가족과 함께 더불어 살고 협동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공동체적 의식은 이기나 시기심이 아닌 조화와 협동으로 발전하며 ‘나’에서 ‘우리’로의 인식의 전환은 ‘더불어 살아감’의 의미를 절실히 깨닫게 되며 인류애를 실천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스타인벡은 당신의 비인간적이고 치명적인 상황을 통해 분노만을 표출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을 되찾고, 고귀한 정신으로 인류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것을 촉구한 것이며 바로 이점이 스타인벡이 나타내고자 했던 휴머니즘의 핵심적인 측면이다. 이상과 같이 본 논문은 스타인벡이 『분노의 포도』를 통하여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실천해 가는 인간애, 공동체 의식을 통해 그의 휴머니즘 사상을 살펴보는데 그 의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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