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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문 초 록 이 논문은 은희경 소설에 나타난 인물들의 이중성을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은희경의 인물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겪지만 ‘낯설고도 익숙한’ 양면성을 포기하지 못한다. 은희경의 인물들이 불온하고 때론 도발적이기까지 한 것은 일탈과 위반을 일삼으며 생에 대한 가차없는 냉소를 던지기 때문이다.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 다른 모순점을 지니는데, 한 인물에 내재해 있는 모순이야말로 은희경 소설을 이끄는 역동적 힘이며 이중적 자아의 모습이다. 이에 심리학적 시각으로 은희경 소설에 나타난 이중적 자아를 분석하고 인물들이 지닌 아이러니를 살펴보았다. 각 장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Ⅰ장에서는 90년대 일상성과 여성소설 시대의 특성, 연구사를 검토하였다. 특히 은희경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불안과 분열의식은 현실적 딜레마로서 파괴 욕구와 탈출 의지, 심리적 결핍을 낳는다. 듀보이스의 이중의식은 모든 인간이 지닌 보편적인 개념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은희경 소설에서도 볼 수 있다. 자의식의 ...

논 문 초 록 이 논문은 은희경 소설에 나타난 인물들의 이중성을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은희경의 인물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겪지만 ‘낯설고도 익숙한’ 양면성을 포기하지 못한다. 은희경의 인물들이 불온하고 때론 도발적이기까지 한 것은 일탈과 위반을 일삼으며 생에 대한 가차없는 냉소를 던지기 때문이다.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 다른 모순점을 지니는데, 한 인물에 내재해 있는 모순이야말로 은희경 소설을 이끄는 역동적 힘이며 이중적 자아의 모습이다. 이에 심리학적 시각으로 은희경 소설에 나타난 이중적 자아를 분석하고 인물들이 지닌 아이러니를 살펴보았다. 각 장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Ⅰ장에서는 90년대 일상성과 여성소설 시대의 특성, 연구사를 검토하였다. 특히 은희경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불안과 분열의식은 현실적 딜레마로서 파괴 욕구와 탈출 의지, 심리적 결핍을 낳는다. 듀보이스의 이중의식은 모든 인간이 지닌 보편적인 개념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은희경 소설에서도 볼 수 있다. 자의식의 분열과 대립을 의미하는 이중의식은 인종 간의 갈등에서 도출한 여성의 성(gender) 차별의 모순과 유사함을 지닌다. Ⅱ장에서는 은희경 소설에 나타난 이중적 자아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은희경의 인물들은 결핍된 자아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자기 방어기제를 동원한다. 자아를 둘로 나누어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한다. 상처의 내압을 견디고 자아를 드러내는 것은 ‘보여지는 나’의 위악을 연기하는 ‘보이고 싶은 나’의 모습이다. 또한 자아의 양면성을 해부하며 교묘한 방법으로 삶의 또 다른 이면을 들여다보며 행동을 지시하는 ‘바라보는 나’는 숨겨진 참자아의 모습이다. 자아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분리되어 나타난다. 성적 일탈로 방관자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욕망의 간접적 표출로 돌출되기도 한다. 타인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자아는 ‘틀 안’과 ‘틀 밖’으로 대립되기도 한다. ‘바라보는 나’는 다른 삶의 형식을 ‘보여지는 나’에게 지시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끊임없는 타자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결핍된 자아나 소외된 자아를 구성하는 것은 진정한 자아가 아니라 타자일 수밖에 없으며 그 타자의 시선에 자신의 삶을 결정해야 하는 모순을 드러낸다. Ⅲ장은 결론으로 은희경 인물들이 벗어나고 싶은 것은 정형화된 틀이었음을 파악하였다. 호의적이지 않은 삶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자아 분리를 택한 인물들은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회색지대로 빠지고 만다. 또한 자아를 봉쇄하고 폐쇄된 일상을 반복하던 방관자적 인물들은 정체성 모색을 위하여 성적 일탈을 하지만 결코 현실적 극복을 이룬 것은 아니었다. 은희경의 인물들은 규격화된 틀을 거부하기 위하여 일탈과 위반을 반복한다. 낯선 남자에게 몸을 방기하고 삶을 작위적으로 연출하지만 기존의 틀을 깨지 못하고 새로운 인식의 세계로 나아가지 못한 채, 회색지대로 빠지고 만다. 가식과 진실의 이면, 연출된 자기애가 동일한 회로를 반복하는 데서 오는 권태 때문에 나아가지도 멈추지도 못하는 인물들은 자아의 이중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