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한일 근대기에 형성된 하나의 계급이었다. 오늘날 과학은, 여성에 대한, 여성의 몸과 말이나 글, 행동 등에 대한 무수한 담론을 증식시켜 왔다. 또한 사회 과학은 여성을 생물학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시작으로, 젠더와 섹슈얼리티 이론에 의한 여성의 사회학적 측면 연구에 활발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본고는 근대 한국과 일본에서 발표된 문학 작품에 투영된 여성의 삶과 섹슈얼리티가 사회적·역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규정되고 활용되는 정황을 포착하여 재조명하였다. 근대와 함께 탄생한 여성들은, 신여성에서 프롤레타리아 여성으로, 모던걸로, 그리고 종국에는 현대여성인 군국의 여성으로 그 섹슈얼리티의 변용을 거듭하며 끊임없는 생명의 연소를 시도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당시의 조선 작가들의 문학작품과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분석을 시도하였다. 첫째, 근대 초기에 유입된 로맨틱 러브의 수용과 전개, 그리고 그에 따른 한일 양국 사회의 반응 등을 살펴보았다. 둘째, 자본주의의 대두와 함께 탄생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조명한 프로 문학 작품을 통해, 권력에 의한 성적착취와 콜론타이즘적인 성적유린을 문제적 시점에서 분석하였다. 셋째, 모던걸의 등장과 그녀들의 성적일탈을 조명하여, 이 또한 생명의 한 흐름으로 파악하였다. 아울러 전쟁 말기인 1940년대의 전쟁협력 작가로 알려진 한일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선택과 전략을 읽어내어 소통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문학 연구가 최종적으로 귀착할 모습은 결국 총체 비평 또는 종합적 연구일 것이다. 부분 부분이 충실히 연구된 단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어느 하나도 생략하지 않은 채 대상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본고는 이러한 총체적 연구를 가늠하고자 하였다. 앞으로 근대의 여성들의 삶이 재조명되고 이에 따른 섹슈얼리티의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어 체계화될 때 한일 근대문학에 나타난 섹슈얼리티의 변용에 대한 연구는 한일 문학사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써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연구범위는 로맨틱 러브를 테마로 한 모더니즘계열 문학의 태동에서부터 출발하였다. 하나의 새로운 사상적 경향이 수용되어 확산될 때에는 거기에는 필연적 이유가 있다. 이 필연적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모태(母胎)를 찾고자 하였다. 연구의 범위는 한국과 일본 근대기(1910년대~1940년대)에 발표된 문학 작품을 그 대상으로 하였으며, 주 텍스트로는 장편소설 5작품과 중편 2작품, 단편소설 21작품, 평론 6작품, 잡지 2편을 사용했다. 본고에서의 연구방법은 비교문학적 측면이다. 비교문학의 기본적 목적은 각양각색의 문학과 그 주변의 총체적 내용을 상호관계에 따라 연구하는 것이 본래의 영역이다. 한국 근대의 모더니즘계열 문학과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대부분 일본을 중계자로 하여 수용하였기 때문에, 한일 간의 영향사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내용이 갖는 의미 추출에 중점을 두어 작업하였다. 이러한 방법이 동원됨으로써 우리나라 근대 모더니즘계열 문학의 위상이 새롭게 평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현재적 의미가 부여되리라 믿는다. 본고에서는 근대(1910년~1940년대)를 다음과 같이 세 시기로 나누어 논하였다. 제1기는 근대화의 문물이 들어오고 신여성의 출현이 있었던 1910년대 초반부터 1920년대 중반으로 하였으며, 본 논문의 제2장에 해당한다. 제2기는 마르크시즘이 유입되어 프롤레타리아 여성이 대두한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이며, 논문의 제3장에 해당한다. ...
‘여성’은 한일 근대기에 형성된 하나의 계급이었다. 오늘날 과학은, 여성에 대한, 여성의 몸과 말이나 글, 행동 등에 대한 무수한 담론을 증식시켜 왔다. 또한 사회 과학은 여성을 생물학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시작으로, 젠더와 섹슈얼리티 이론에 의한 여성의 사회학적 측면 연구에 활발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본고는 근대 한국과 일본에서 발표된 문학 작품에 투영된 여성의 삶과 섹슈얼리티가 사회적·역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규정되고 활용되는 정황을 포착하여 재조명하였다. 근대와 함께 탄생한 여성들은, 신여성에서 프롤레타리아 여성으로, 모던걸로, 그리고 종국에는 현대여성인 군국의 여성으로 그 섹슈얼리티의 변용을 거듭하며 끊임없는 생명의 연소를 시도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당시의 조선 작가들의 문학작품과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분석을 시도하였다. 첫째, 근대 초기에 유입된 로맨틱 러브의 수용과 전개, 그리고 그에 따른 한일 양국 사회의 반응 등을 살펴보았다. 둘째, 자본주의의 대두와 함께 탄생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조명한 프로 문학 작품을 통해, 권력에 의한 성적착취와 콜론타이즘적인 성적유린을 문제적 시점에서 분석하였다. 셋째, 모던걸의 등장과 그녀들의 성적일탈을 조명하여, 이 또한 생명의 한 흐름으로 파악하였다. 아울러 전쟁 말기인 1940년대의 전쟁협력 작가로 알려진 한일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선택과 전략을 읽어내어 소통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문학 연구가 최종적으로 귀착할 모습은 결국 총체 비평 또는 종합적 연구일 것이다. 부분 부분이 충실히 연구된 단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어느 하나도 생략하지 않은 채 대상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본고는 이러한 총체적 연구를 가늠하고자 하였다. 앞으로 근대의 여성들의 삶이 재조명되고 이에 따른 섹슈얼리티의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어 체계화될 때 한일 근대문학에 나타난 섹슈얼리티의 변용에 대한 연구는 한일 문학사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써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연구범위는 로맨틱 러브를 테마로 한 모더니즘계열 문학의 태동에서부터 출발하였다. 하나의 새로운 사상적 경향이 수용되어 확산될 때에는 거기에는 필연적 이유가 있다. 이 필연적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모태(母胎)를 찾고자 하였다. 연구의 범위는 한국과 일본 근대기(1910년대~1940년대)에 발표된 문학 작품을 그 대상으로 하였으며, 주 텍스트로는 장편소설 5작품과 중편 2작품, 단편소설 21작품, 평론 6작품, 잡지 2편을 사용했다. 본고에서의 연구방법은 비교문학적 측면이다. 비교문학의 기본적 목적은 각양각색의 문학과 그 주변의 총체적 내용을 상호관계에 따라 연구하는 것이 본래의 영역이다. 한국 근대의 모더니즘계열 문학과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대부분 일본을 중계자로 하여 수용하였기 때문에, 한일 간의 영향사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내용이 갖는 의미 추출에 중점을 두어 작업하였다. 이러한 방법이 동원됨으로써 우리나라 근대 모더니즘계열 문학의 위상이 새롭게 평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현재적 의미가 부여되리라 믿는다. 본고에서는 근대(1910년~1940년대)를 다음과 같이 세 시기로 나누어 논하였다. 제1기는 근대화의 문물이 들어오고 신여성의 출현이 있었던 1910년대 초반부터 1920년대 중반으로 하였으며, 본 논문의 제2장에 해당한다. 제2기는 마르크시즘이 유입되어 프롤레타리아 여성이 대두한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이며, 논문의 제3장에 해당한다. 제3기는 세계경제 대공황으로 인해 성의 상품화 시대가 도래, 모던걸의 탄생을 맞이하게 되는 193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 중반까지로 논문의 제4장에 해당한다. 세부적 방법을 말하자면, 제1기에 해당하는 1910년대 초반부터 1920년대 중반의 한일 여성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한국에는 신여성, 일본에는 새로운 여자(新しい女)가 등장하였다. 그녀들은 신학문을 습득하고 구미의 신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의 주체로 부상했다. 제1기에 해당하는 제2장에서는 특히 이 시기에 엘렌 케이의 연애관이 양국 여성들의 지침서가 되었음을 주지, 소설 속의 히로인에 초점을 맞추어 섹슈얼리티의 제 양상을 도출해 내었다. 또한 일본의 다이쇼(大正)기에 형성된 생명주의에 대한 한국의 영향관계를 비교 분석하기위해 제2장 제1절에서 나혜석의 「경희」와 미야모토 유리코의 「노부코(伸子)」, 여성 잡지 「세이토」와 「新女子」의 창간사를 통해, 한일 양국의 신여성들의 계몽적 언설인 <인간답게> 사는 방법과 <로맨틱 러브>의 발견에 대해 조명하였다. 여기에서는 주로 베르그송의 「創造的進化」(1907)와 스즈키 사다미의 「다이쇼 生命主義와 表現」(1995), 「生命으로 읽는 日本近代」(1996)를 이론서로 사용하였다. 제2절에서는, 김일엽의 「자각」과 다무라 도시코의 「그녀의 생활(彼女の生活)」을 통해, <로맨틱 러브>의 수용 과정을 분석하였다. 또한 평론으로 구리야가와 하쿠손의 「近代의 □愛□」에서 ‘연애지상주의’고찰 및 아리시마 다케오의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다(惜みなく愛は奪ふ)」를 중심으로 ‘이기적 사랑’과 생명의 접점에 대해 논하였다. 아울러 한국 작품으로는 송진우의 「연애론」과 이광수의 「혼인에 관한 좁은 식견」, 염상섭의 「개성과 예술」, 「조선 소설가의 연애관」등을 분석하여 한일 간의 영향관계를 분명히 하였다. 제3절에서는 김명순의「돌아다 볼 때」와 우노 지요의「행복(幸福)」을 통해, <로맨틱 러브>의 전개과정을 살펴보았다. 여기에서는 가네코 요분(金子洋文)의 「近代帝」日本의 섹슈얼리티真(1930)를 주 이론서로 사용하였다. 제4절에서는 김동인의「감자」와 요코미츠 리이치의 「슬픔의 대가(悲しみの代」)真를 분석해, 제1기 신여성들의 주의와 주장이 한일 남성작가들에게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메리 더글라스의 「汚穢와 禁忌」(1969)를 이론서로 사용해 ‘부정’과 ‘정화’의 관계를 밝히고자 하였다. 그 결과 한국의 신여성과 일본의 새로운 여자들은 로맨틱 러브를 통해 근대적인 섹슈얼리티를 표명하였으며 이는 한시적이나마 양국 사회에 생명의 연소로써 인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도 잠깐, 여성들의 개방적인 섹슈얼리티는 파트너라고 생각했던 남성 지식인들에 의해 저지를 당하게 된다. 이에 한국의 신여성(나혜석, 김일엽, 김명순)은 사회적으로 매장되었으며, 이를 교훈삼은 차세대 여성 작가들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자를 표방하며 프로문학에 전념하게 된다. 제2기인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거대 담론으로 뿌리를 내렸던 시기이다. 1920년대 중반을 전후로 한일 양국 문단에 태동한 마르크시즘에 입각한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종래의 순수문학과 비교해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평은 있지만 문단에 끼친 영향의 지대함은 부정할 수 없다. 2기에 해당하는 제3장에서는 프롤레타리아 문학 속의 무산계급 여성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섹슈얼리티에 중점을 두고 탐구하였다. 이 시기의 이론서로는 소련의 콜론타이에 의한 연애론을 들 수 있으며, 콜론타이즘적 시각이 섹슈얼리티와 결부되어 작품 속에 투영되어 있음을 추출해 내고자 하였다. 또한 근대 초기에 대두한 신여성들은 정조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추어 가부장제를 매우 엄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에, 남성 지식인들을 당혹케 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그녀들의 행동이나 발언은 일탈로 간주되어 억압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신여성들은 페미니즘 운동을 부문화해 가면서, 민족 운동이나 사회 운동으로 그 모습을 바꾸어 갔다. 제3장 제1절에서는 김말봉의「망명녀」와 노가미 야에코의 「마치코(真知子)」를 통해, 신여성들의 프로 여성으로의 변모를 둘러싼 고뇌와 <품위 있게> 사는 길을 선택한 배경을, 부르디외의 아비튀스 (「삐엘 부르디외의 世界」, 2007)이론을 통해 분석하였다. 제2절에서는, 유진오의「여직공」과 미야모토 유리코의「유방(乳房)」에 나타난 계급투쟁 현장에서의 남성동지에 의한 여성의 성적유린을 문제시 하였다. 이를 위해 가와무라 구니미쓰의 「섹슈얼리티의 近代」(1996)를 참고하였다. 제3절에서는 강경애의 장편소설 「인간문제」와 하야시 후미코의 장편 「방랑기(放浪記)」가 프롤레타리아 여성의 냉엄한 현실과 젠더적 고뇌가 잘 나타난 작품이라는 점을 주지하여, 장소 이동을 통한 여성들의 ‘방랑’을, E.Relph(1976)의 「장소와 장소상실」, 장석주의 「장소의 탄생」(2006) 등의 장소이론을 통해 고찰하였다. 제4절에서는 월북 작가 이북명의 일본어 작품「벌거숭이 부락(裸の部落)」과 백신애의「적빈」에 나타난 농민의 빈곤과 부성상실에 대한 문제를 시대상에 비추어 조명하였다. 여기서는 주로 오구라 지카코의 「젠더 心理学」(2000)을 사용하였다. 제5절에서는 강경애의「원고료 이백원」과 사타 이네코의 「잇꽃(くれなゐ)」을 프롤레타리아를 끝낸 ‘아내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특히 그 동안의 정신적 지침서였던 마르크스즘이 막을 내리자 다시 가부장제로 회귀하려는 남편과 아내의 갈등을, 우에노 지즈코의 「家父長制와 資本制」(1990)를 통해 분석하였다. 1920년대 중반부터 3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었던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신여성들의 프롤레타리아 여성으로의 변모에 주목하며 마르크시즘 안에서 착취되는 여성들의 성문제를 부각시켜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대체 개념으로 신봉되었던 마르크시즘도 세계 경제의 난관 앞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며 종말을 고하였다. 이어서 등장한 한일 양국의 모던걸들은 신여성이나 프롤레타리아 여성들과는 달리 적극적인 경제적 관념을 수반한 섹슈얼리티의 실천이 두드러진 세대였다. 제3기에 해당하는 193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주도했던 문인들의 사상적 전향이 뒤따른다. 전향 후 그들은 대중에게 눈을 돌려 다시금 관능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1926년을 기점으로 신문과 잡지 등에 모던걸이라는 문구가 등장하기 시작하며, 소설 속의 여성들 또한 신여성들의 변모 된 형태인 모던걸이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의 개방된 성의식과 섹슈얼리티는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또한 모던걸은 관능미를 매개로 경제문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시대적 메신저로서 자리매김 된다. 모던걸의 존재 이유는 인습적인 부인의 도덕과 남녀관계나 생활양식을 과감히 파괴한 데에 있었다. 우리들이 모던걸에 주위를 기울이는 것은 그들의 출현이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시대의 선구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보면, 그것은 구래의 습관에 대한 반항운동의 출현이며, 소극적인 의미에서는 신시대의 남자의 취미에 응하기 위해서 완성된 유행이자 시대정신의 산물이었다. 이 시기는 기자로 중국에서 활동한 미국인 아그네스 스메들레의 연애론이 이론서로서 탐독되었다. 제3기에 해당하는 제4장 제1절에서 취급한 이효석의 일본어 작품「은빛 송어(銀の鱒)」와 나혜석의「현숙」은 근대의 연애 담론인 로맨틱 러브에서 한 걸음 나아간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새로운 연애와 결혼형태를 제시하였다. 이를 조명하기 위해, 당 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나혜석의 에세이,「우애결혼·시험결혼」(1930),「신생활에 들면서」(1935)와 장(윤)필화의 「여성ㆍ몸ㆍ성」(1999), 가노 미키요의 「買春과 日本文」(2002)을 이론서로 사용하였다. 제2절에서 취급한 김말봉의 일본어소설「고행(苦行)」과 우노 지요의「미련(未練)」은 기혼여성과 기혼남성에 의한 이른바 불륜이 테마이다. 이러한 일탈적 섹슈얼리티를 오구라 지카코의 「섹스신화 해체신서」(2005)와 기타자와 슈이치의「모던걸」(1924)을 통해 고찰하였다. 제3절에서는 이효석의「산협」과 미야모토 유리코의「한 송이 꽃(一本の花)」을 여성의 낳는성을 중심으로 재조명하였다. 여기서는 이효재의 「남성과 한국사회-한국사회의 남성 이데올로기」(1997)와 J.G.Frazer의 「황금가지」(장병길譯, 1990)를 통해 한국인의 생명관을 분석하였다. 제4절에서는 이효석의 일본어 소설「엉겅퀴의 장(薊の章)」과 나카노 시게하루의「수양딸(娘分の女)」을 여성 섹슈얼리티의 타자화에 주목하여, 나라와 자존심을 상실한 한일 남성들의 자존심 회복에 대한 언설을 읽어내고자 했다. 김윤식의 「일제말기 한국작가의 글쓰기론」(2003)을 참고하였으며, 후쿠자와 유키치의 「文明論之略」(1875) 등을 통해 우생사상을 조명하였다. 아울러 1940년대 문학작품에 나타난 전쟁과 여성에 대해, 최정희의 일본어소설「환영의 병사(幻の兵士)」와 사타 이네코의「둔감(づかざりき)」을 통해 밝히고, 전쟁협력 작가로 낙인찍힌 두 작가와의 소통을 시도하였다. 여기에는 다카하시 데쓰야의 철학서 「국가와 희생」(이목譯, 2008)을 통해 그녀들이 행한 ‘선택’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으며, 두 소설의 공통 테마인 로맨틱 러브 구조를 밝히기 위해, 우에노 지즈코의 역작 「女子의 快楽」(2006)에 언급된 <짝 환상>이론을 사용하였다.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막을 내린 1930년대 중반부터 대두한 모던걸들은 세계 대공황을 통해 이미 경제를 학습한 세대였다. 따라서 로맨틱 러브에서 추구했던 순정만으로는 의식주라는 ‘현실’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녀들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들의 섹슈얼리티를 사용했으며,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이혼과 불륜을 거듭하였다. 이러한 그녀들의 삶의 방식은 <일탈>로 간주되어 또다시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된다. 그러한 와중 속에서도 여성들은 끊임없이 낳는성에 대해 고민하며 남성의 뒷모습이 아닌 ‘여자’로서의 삶을 동경하는 진지함을 보였다. 본고는 한일 근대 모더니즘계열 문학과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나타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비교문학적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규명하였다. 한일 근대 문학에 대한 기왕의 연구는 대부분 한국과 일본 중 어느 한 쪽에 치중되거나, 인사이더 문학자에 대한 작가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작품론에 있어서도 세심한 고찰이 부족했다. 따라서 근대 초기 한국 문학자들이 대부분 일본 유학을 경험한 점에 착안하여, 먼저 그들의 창작에서 나타난 일본과의 영향 관계를 살피고, 기왕의 연구에서 간과 되었거나 소홀히 다루었던 점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여, 근대문학 속에 표상된 여성의 몸, 언어, 삶에 대한 묘사를 젠더와 섹슈얼리티 이론에 의거 분석 재조명, 정립하고자 했다. 이상에서 밝혔듯이, 근대 소설 속에 묘사되는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는 로맨틱 러브를 수용하며 태동하여, 소설 속의 여주인공들은 기생, 카페의 여급, 그림 모델, 대학 청강생 등으로 섹슈얼리티의 변용을 거듭하며 한동안 강한 생명력의 연소를 보인다. 신여성들이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구습이라는 엄격한 규범을 향해 정면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었으나, 한국의 신여성들이 섹슈얼리티 문제를 거론하려 하면, 거기에는 이미 일본보다 더욱 엄격한 유교적 규범이 가로막고 있으므로 가일층 진보적이어야 했으며, 그에 대한 당연한 귀결로 보다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가혹한 운명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 후로 한일 여성 작가들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이론을 빌려 권력자에 의한 여성들의 성적 유린을 고발하는데 보조를 같이했다. 또한 여성들은 식민자 피식민자라는 각자의 입장에서 전쟁에 동원되어, 국책 협력 작가로 변모한 후에도, 로맨틱 러브 구조를 응용해 군국의 현대여성 이미지를 만들어 脫性化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창조해 내었다. 아울러 한일 양국의 여성들은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된 이래로 줄곧 여성들 간의 연대인 시스터훗을 실천해 온 사실을 작품을 통해 확인하였다. 이처럼 한일 근대 초기에 수용된 <로맨틱 러브>는 1910년대를 시작으로 1940년대 중반까지 일관되게 소설의 한 테마로 자리매김 되어 왔으며, 끊임없는 섹슈얼리티의 변용을 꾀하여 생명력의 연소를 실천해 왔음을 규명하였다.
‘여성’은 한일 근대기에 형성된 하나의 계급이었다. 오늘날 과학은, 여성에 대한, 여성의 몸과 말이나 글, 행동 등에 대한 무수한 담론을 증식시켜 왔다. 또한 사회 과학은 여성을 생물학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시작으로, 젠더와 섹슈얼리티 이론에 의한 여성의 사회학적 측면 연구에 활발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본고는 근대 한국과 일본에서 발표된 문학 작품에 투영된 여성의 삶과 섹슈얼리티가 사회적·역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규정되고 활용되는 정황을 포착하여 재조명하였다. 근대와 함께 탄생한 여성들은, 신여성에서 프롤레타리아 여성으로, 모던걸로, 그리고 종국에는 현대여성인 군국의 여성으로 그 섹슈얼리티의 변용을 거듭하며 끊임없는 생명의 연소를 시도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당시의 조선 작가들의 문학작품과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분석을 시도하였다. 첫째, 근대 초기에 유입된 로맨틱 러브의 수용과 전개, 그리고 그에 따른 한일 양국 사회의 반응 등을 살펴보았다. 둘째, 자본주의의 대두와 함께 탄생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조명한 프로 문학 작품을 통해, 권력에 의한 성적착취와 콜론타이즘적인 성적유린을 문제적 시점에서 분석하였다. 셋째, 모던걸의 등장과 그녀들의 성적일탈을 조명하여, 이 또한 생명의 한 흐름으로 파악하였다. 아울러 전쟁 말기인 1940년대의 전쟁협력 작가로 알려진 한일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선택과 전략을 읽어내어 소통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문학 연구가 최종적으로 귀착할 모습은 결국 총체 비평 또는 종합적 연구일 것이다. 부분 부분이 충실히 연구된 단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어느 하나도 생략하지 않은 채 대상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본고는 이러한 총체적 연구를 가늠하고자 하였다. 앞으로 근대의 여성들의 삶이 재조명되고 이에 따른 섹슈얼리티의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어 체계화될 때 한일 근대문학에 나타난 섹슈얼리티의 변용에 대한 연구는 한일 문학사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써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연구범위는 로맨틱 러브를 테마로 한 모더니즘계열 문학의 태동에서부터 출발하였다. 하나의 새로운 사상적 경향이 수용되어 확산될 때에는 거기에는 필연적 이유가 있다. 이 필연적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모태(母胎)를 찾고자 하였다. 연구의 범위는 한국과 일본 근대기(1910년대~1940년대)에 발표된 문학 작품을 그 대상으로 하였으며, 주 텍스트로는 장편소설 5작품과 중편 2작품, 단편소설 21작품, 평론 6작품, 잡지 2편을 사용했다. 본고에서의 연구방법은 비교문학적 측면이다. 비교문학의 기본적 목적은 각양각색의 문학과 그 주변의 총체적 내용을 상호관계에 따라 연구하는 것이 본래의 영역이다. 한국 근대의 모더니즘계열 문학과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대부분 일본을 중계자로 하여 수용하였기 때문에, 한일 간의 영향사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내용이 갖는 의미 추출에 중점을 두어 작업하였다. 이러한 방법이 동원됨으로써 우리나라 근대 모더니즘계열 문학의 위상이 새롭게 평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현재적 의미가 부여되리라 믿는다. 본고에서는 근대(1910년~1940년대)를 다음과 같이 세 시기로 나누어 논하였다. 제1기는 근대화의 문물이 들어오고 신여성의 출현이 있었던 1910년대 초반부터 1920년대 중반으로 하였으며, 본 논문의 제2장에 해당한다. 제2기는 마르크시즘이 유입되어 프롤레타리아 여성이 대두한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이며, 논문의 제3장에 해당한다. 제3기는 세계경제 대공황으로 인해 성의 상품화 시대가 도래, 모던걸의 탄생을 맞이하게 되는 193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 중반까지로 논문의 제4장에 해당한다. 세부적 방법을 말하자면, 제1기에 해당하는 1910년대 초반부터 1920년대 중반의 한일 여성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한국에는 신여성, 일본에는 새로운 여자(新しい女)가 등장하였다. 그녀들은 신학문을 습득하고 구미의 신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의 주체로 부상했다. 제1기에 해당하는 제2장에서는 특히 이 시기에 엘렌 케이의 연애관이 양국 여성들의 지침서가 되었음을 주지, 소설 속의 히로인에 초점을 맞추어 섹슈얼리티의 제 양상을 도출해 내었다. 또한 일본의 다이쇼(大正)기에 형성된 생명주의에 대한 한국의 영향관계를 비교 분석하기위해 제2장 제1절에서 나혜석의 「경희」와 미야모토 유리코의 「노부코(伸子)」, 여성 잡지 「세이토」와 「新女子」의 창간사를 통해, 한일 양국의 신여성들의 계몽적 언설인 <인간답게> 사는 방법과 <로맨틱 러브>의 발견에 대해 조명하였다. 여기에서는 주로 베르그송의 「創造的進化」(1907)와 스즈키 사다미의 「다이쇼 生命主義와 表現」(1995), 「生命으로 읽는 日本近代」(1996)를 이론서로 사용하였다. 제2절에서는, 김일엽의 「자각」과 다무라 도시코의 「그녀의 생활(彼女の生活)」을 통해, <로맨틱 러브>의 수용 과정을 분석하였다. 또한 평론으로 구리야가와 하쿠손의 「近代의 □愛□」에서 ‘연애지상주의’고찰 및 아리시마 다케오의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다(惜みなく愛は奪ふ)」를 중심으로 ‘이기적 사랑’과 생명의 접점에 대해 논하였다. 아울러 한국 작품으로는 송진우의 「연애론」과 이광수의 「혼인에 관한 좁은 식견」, 염상섭의 「개성과 예술」, 「조선 소설가의 연애관」등을 분석하여 한일 간의 영향관계를 분명히 하였다. 제3절에서는 김명순의「돌아다 볼 때」와 우노 지요의「행복(幸福)」을 통해, <로맨틱 러브>의 전개과정을 살펴보았다. 여기에서는 가네코 요분(金子洋文)의 「近代帝」日本의 섹슈얼리티真(1930)를 주 이론서로 사용하였다. 제4절에서는 김동인의「감자」와 요코미츠 리이치의 「슬픔의 대가(悲しみの代」)真를 분석해, 제1기 신여성들의 주의와 주장이 한일 남성작가들에게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메리 더글라스의 「汚穢와 禁忌」(1969)를 이론서로 사용해 ‘부정’과 ‘정화’의 관계를 밝히고자 하였다. 그 결과 한국의 신여성과 일본의 새로운 여자들은 로맨틱 러브를 통해 근대적인 섹슈얼리티를 표명하였으며 이는 한시적이나마 양국 사회에 생명의 연소로써 인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도 잠깐, 여성들의 개방적인 섹슈얼리티는 파트너라고 생각했던 남성 지식인들에 의해 저지를 당하게 된다. 이에 한국의 신여성(나혜석, 김일엽, 김명순)은 사회적으로 매장되었으며, 이를 교훈삼은 차세대 여성 작가들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자를 표방하며 프로문학에 전념하게 된다. 제2기인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거대 담론으로 뿌리를 내렸던 시기이다. 1920년대 중반을 전후로 한일 양국 문단에 태동한 마르크시즘에 입각한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종래의 순수문학과 비교해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평은 있지만 문단에 끼친 영향의 지대함은 부정할 수 없다. 2기에 해당하는 제3장에서는 프롤레타리아 문학 속의 무산계급 여성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섹슈얼리티에 중점을 두고 탐구하였다. 이 시기의 이론서로는 소련의 콜론타이에 의한 연애론을 들 수 있으며, 콜론타이즘적 시각이 섹슈얼리티와 결부되어 작품 속에 투영되어 있음을 추출해 내고자 하였다. 또한 근대 초기에 대두한 신여성들은 정조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추어 가부장제를 매우 엄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에, 남성 지식인들을 당혹케 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그녀들의 행동이나 발언은 일탈로 간주되어 억압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신여성들은 페미니즘 운동을 부문화해 가면서, 민족 운동이나 사회 운동으로 그 모습을 바꾸어 갔다. 제3장 제1절에서는 김말봉의「망명녀」와 노가미 야에코의 「마치코(真知子)」를 통해, 신여성들의 프로 여성으로의 변모를 둘러싼 고뇌와 <품위 있게> 사는 길을 선택한 배경을, 부르디외의 아비튀스 (「삐엘 부르디외의 世界」, 2007)이론을 통해 분석하였다. 제2절에서는, 유진오의「여직공」과 미야모토 유리코의「유방(乳房)」에 나타난 계급투쟁 현장에서의 남성동지에 의한 여성의 성적유린을 문제시 하였다. 이를 위해 가와무라 구니미쓰의 「섹슈얼리티의 近代」(1996)를 참고하였다. 제3절에서는 강경애의 장편소설 「인간문제」와 하야시 후미코의 장편 「방랑기(放浪記)」가 프롤레타리아 여성의 냉엄한 현실과 젠더적 고뇌가 잘 나타난 작품이라는 점을 주지하여, 장소 이동을 통한 여성들의 ‘방랑’을, E.Relph(1976)의 「장소와 장소상실」, 장석주의 「장소의 탄생」(2006) 등의 장소이론을 통해 고찰하였다. 제4절에서는 월북 작가 이북명의 일본어 작품「벌거숭이 부락(裸の部落)」과 백신애의「적빈」에 나타난 농민의 빈곤과 부성상실에 대한 문제를 시대상에 비추어 조명하였다. 여기서는 주로 오구라 지카코의 「젠더 心理学」(2000)을 사용하였다. 제5절에서는 강경애의「원고료 이백원」과 사타 이네코의 「잇꽃(くれなゐ)」을 프롤레타리아를 끝낸 ‘아내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특히 그 동안의 정신적 지침서였던 마르크스즘이 막을 내리자 다시 가부장제로 회귀하려는 남편과 아내의 갈등을, 우에노 지즈코의 「家父長制와 資本制」(1990)를 통해 분석하였다. 1920년대 중반부터 3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었던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신여성들의 프롤레타리아 여성으로의 변모에 주목하며 마르크시즘 안에서 착취되는 여성들의 성문제를 부각시켜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대체 개념으로 신봉되었던 마르크시즘도 세계 경제의 난관 앞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며 종말을 고하였다. 이어서 등장한 한일 양국의 모던걸들은 신여성이나 프롤레타리아 여성들과는 달리 적극적인 경제적 관념을 수반한 섹슈얼리티의 실천이 두드러진 세대였다. 제3기에 해당하는 193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주도했던 문인들의 사상적 전향이 뒤따른다. 전향 후 그들은 대중에게 눈을 돌려 다시금 관능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1926년을 기점으로 신문과 잡지 등에 모던걸이라는 문구가 등장하기 시작하며, 소설 속의 여성들 또한 신여성들의 변모 된 형태인 모던걸이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의 개방된 성의식과 섹슈얼리티는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또한 모던걸은 관능미를 매개로 경제문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시대적 메신저로서 자리매김 된다. 모던걸의 존재 이유는 인습적인 부인의 도덕과 남녀관계나 생활양식을 과감히 파괴한 데에 있었다. 우리들이 모던걸에 주위를 기울이는 것은 그들의 출현이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시대의 선구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보면, 그것은 구래의 습관에 대한 반항운동의 출현이며, 소극적인 의미에서는 신시대의 남자의 취미에 응하기 위해서 완성된 유행이자 시대정신의 산물이었다. 이 시기는 기자로 중국에서 활동한 미국인 아그네스 스메들레의 연애론이 이론서로서 탐독되었다. 제3기에 해당하는 제4장 제1절에서 취급한 이효석의 일본어 작품「은빛 송어(銀の鱒)」와 나혜석의「현숙」은 근대의 연애 담론인 로맨틱 러브에서 한 걸음 나아간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새로운 연애와 결혼형태를 제시하였다. 이를 조명하기 위해, 당 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나혜석의 에세이,「우애결혼·시험결혼」(1930),「신생활에 들면서」(1935)와 장(윤)필화의 「여성ㆍ몸ㆍ성」(1999), 가노 미키요의 「買春과 日本文」(2002)을 이론서로 사용하였다. 제2절에서 취급한 김말봉의 일본어소설「고행(苦行)」과 우노 지요의「미련(未練)」은 기혼여성과 기혼남성에 의한 이른바 불륜이 테마이다. 이러한 일탈적 섹슈얼리티를 오구라 지카코의 「섹스신화 해체신서」(2005)와 기타자와 슈이치의「모던걸」(1924)을 통해 고찰하였다. 제3절에서는 이효석의「산협」과 미야모토 유리코의「한 송이 꽃(一本の花)」을 여성의 낳는성을 중심으로 재조명하였다. 여기서는 이효재의 「남성과 한국사회-한국사회의 남성 이데올로기」(1997)와 J.G.Frazer의 「황금가지」(장병길譯, 1990)를 통해 한국인의 생명관을 분석하였다. 제4절에서는 이효석의 일본어 소설「엉겅퀴의 장(薊の章)」과 나카노 시게하루의「수양딸(娘分の女)」을 여성 섹슈얼리티의 타자화에 주목하여, 나라와 자존심을 상실한 한일 남성들의 자존심 회복에 대한 언설을 읽어내고자 했다. 김윤식의 「일제말기 한국작가의 글쓰기론」(2003)을 참고하였으며, 후쿠자와 유키치의 「文明論之略」(1875) 등을 통해 우생사상을 조명하였다. 아울러 1940년대 문학작품에 나타난 전쟁과 여성에 대해, 최정희의 일본어소설「환영의 병사(幻の兵士)」와 사타 이네코의「둔감(づかざりき)」을 통해 밝히고, 전쟁협력 작가로 낙인찍힌 두 작가와의 소통을 시도하였다. 여기에는 다카하시 데쓰야의 철학서 「국가와 희생」(이목譯, 2008)을 통해 그녀들이 행한 ‘선택’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으며, 두 소설의 공통 테마인 로맨틱 러브 구조를 밝히기 위해, 우에노 지즈코의 역작 「女子의 快楽」(2006)에 언급된 <짝 환상>이론을 사용하였다.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막을 내린 1930년대 중반부터 대두한 모던걸들은 세계 대공황을 통해 이미 경제를 학습한 세대였다. 따라서 로맨틱 러브에서 추구했던 순정만으로는 의식주라는 ‘현실’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녀들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들의 섹슈얼리티를 사용했으며,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이혼과 불륜을 거듭하였다. 이러한 그녀들의 삶의 방식은 <일탈>로 간주되어 또다시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된다. 그러한 와중 속에서도 여성들은 끊임없이 낳는성에 대해 고민하며 남성의 뒷모습이 아닌 ‘여자’로서의 삶을 동경하는 진지함을 보였다. 본고는 한일 근대 모더니즘계열 문학과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나타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비교문학적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규명하였다. 한일 근대 문학에 대한 기왕의 연구는 대부분 한국과 일본 중 어느 한 쪽에 치중되거나, 인사이더 문학자에 대한 작가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작품론에 있어서도 세심한 고찰이 부족했다. 따라서 근대 초기 한국 문학자들이 대부분 일본 유학을 경험한 점에 착안하여, 먼저 그들의 창작에서 나타난 일본과의 영향 관계를 살피고, 기왕의 연구에서 간과 되었거나 소홀히 다루었던 점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여, 근대문학 속에 표상된 여성의 몸, 언어, 삶에 대한 묘사를 젠더와 섹슈얼리티 이론에 의거 분석 재조명, 정립하고자 했다. 이상에서 밝혔듯이, 근대 소설 속에 묘사되는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는 로맨틱 러브를 수용하며 태동하여, 소설 속의 여주인공들은 기생, 카페의 여급, 그림 모델, 대학 청강생 등으로 섹슈얼리티의 변용을 거듭하며 한동안 강한 생명력의 연소를 보인다. 신여성들이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구습이라는 엄격한 규범을 향해 정면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었으나, 한국의 신여성들이 섹슈얼리티 문제를 거론하려 하면, 거기에는 이미 일본보다 더욱 엄격한 유교적 규범이 가로막고 있으므로 가일층 진보적이어야 했으며, 그에 대한 당연한 귀결로 보다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가혹한 운명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 후로 한일 여성 작가들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이론을 빌려 권력자에 의한 여성들의 성적 유린을 고발하는데 보조를 같이했다. 또한 여성들은 식민자 피식민자라는 각자의 입장에서 전쟁에 동원되어, 국책 협력 작가로 변모한 후에도, 로맨틱 러브 구조를 응용해 군국의 현대여성 이미지를 만들어 脫性化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창조해 내었다. 아울러 한일 양국의 여성들은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된 이래로 줄곧 여성들 간의 연대인 시스터훗을 실천해 온 사실을 작품을 통해 확인하였다. 이처럼 한일 근대 초기에 수용된 <로맨틱 러브>는 1910년대를 시작으로 1940년대 중반까지 일관되게 소설의 한 테마로 자리매김 되어 왔으며, 끊임없는 섹슈얼리티의 변용을 꾀하여 생명력의 연소를 실천해 왔음을 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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