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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역사교육에서 동아시아사 교육은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이다. 사회 전반의 여러 분야에서 동아시아 개념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역사학계에서 동아시아사는 매력적인 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동아시아 교육을 할 것인지 아닌지를 논의하는 단계를 넘어서 동아시아사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를 논의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사에 대한 역사교육계의 큰 관심을 반영하는 근거는 ‘동아시아사’ 과목의 신설일 것이다. 2011년부터 동아시아사 과목이 포함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며, 동...

현재 역사교육에서 동아시아사 교육은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이다. 사회 전반의 여러 분야에서 동아시아 개념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역사학계에서 동아시아사는 매력적인 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동아시아 교육을 할 것인지 아닌지를 논의하는 단계를 넘어서 동아시아사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를 논의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사에 대한 역사교육계의 큰 관심을 반영하는 근거는 ‘동아시아사’ 과목의 신설일 것이다. 2011년부터 동아시아사 과목이 포함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며, 동아시아사 과목은 고등학교 심화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선학교에 도입된다. 2009년 제정된 동아시아사 교육 과정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고대에서 현재까지 통시적으로 내용 구성을 하되,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및 주변 국가들의 역사를 대상으로 서술하도록 되어 있다. 동아시아사 교육 과정은 동아시아의 공통된 역사에 주목하고 갈등과 분쟁을 해소하면서 동아시아의 공존과 평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기존의 7차 교육과정에서도 세계사 교과 내에서 동아시아사의 일부분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지나치게 중국 중심적이며 동아시아 내 다양한 주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신설 동아시아사 과목은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용 구성 면에서 기존의 7차 교육과정 내 세계사의 동양사 부분을 답습한 면이 많고 세계사 교과와 차별화된 내용을 다루기에 미흡한 실정이다. 동아시아사 교육이 기존 세계사와 다른 독자성을 획득하고, 내용상으로도 기존 동양사와 차별화된 점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동아시아사와 관련된 각종 논의들이 다양하게 전개되었지만, 동아시아사에 포함될 수 있는 주체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였다. 주로 중국 중심적인 서술이 이루어지다보니 실제 동아시아사 형성에 상당 부분 기여했으면서도 중국의 변방에 있던 유목 세계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유목 세계를 고려하여 동아시아사의 내용을 고찰하였다. 유목 세계의 범위는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중에서도 동아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많은 영향을 주었던 주체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동아시아 고대사 형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최초의 유목 국가인 흉노(匈奴), 역사상 최대 판도를 형성한 유목 제국인 몽골 제국과 원(元), 최후의 유목 국가인 청(淸)을 중점적으로 고찰하였다. 흉노와 이후 흉노를 계승한 다른 유목 국가들을 통해 유목 국가가 농경 국가와는 다른 부족적인 특성을 갖고 있었음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원과 청의 경우 중국 왕조의 일부로만 인식했던 이전의 시각에서 벗어나서 제국이 본래 가지고 있던 유목적인 특성에 주목하였다. 비(非) 한족(漢族)이 세운 중국 왕조가 아닌, 유목적인 습성을 간직하면서도 동시에 농경 문화를 포용한 복합적 제국의 면모에 중점을 두었다. 물론 방대한 영역과 여러 민족들이 포함되어 있는 유목 세계 전체를 동아시아 교육과정 내에 끌어들이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르며 동아시아사 자체의 성격과도 맞지 않다. 그러나 그 중 현재 동아시아의 형성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여러 유목 민족들에 대한 논의나, 유목 민족에 의해 세워진 유목 국가와 제국들에 대한 고찰은 충분히 이루어짐직하다. 현재 다루어지고 있는 유목 세계와 문화는 중국의 문화 및 농경 문화에 반대되는 개념이며, 농경 문화에 도달하기 이전 미(未)발달한 문화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유목 문화는 농경 문화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 다른 형태의 문화이다. 유목 문화와 농경 문화를 발달의 일직선상에서 파악하는 관념은 유목 세계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살리기 어렵게 한다. 실제로 유목 세계는 동아시아사의 주요한 주체로 활약했으며, 중국 왕조의 일부라고 여겨져 왔던 원？청 왕조의 경우에도 실제 몽골족？만주족적 특징인 유목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동아시아사 교육에 유목 세계의 관점을 도입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유목 세계를 독자적인 문화권으로 인식하고 유목 세계 자체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을 고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중국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각도에서 유목 제국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중화적인 조공-책봉관계 중심으로 동아시아사를 서술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실제 조공-책봉관계는 일방적인 상명하복 관계가 아니라 시대와 조공 대상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식들이 있었으며, 이것은 동아시아사를 이루는 주체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여러 방법들 중 하나였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이 동아시아사 교육 내용에 반영된다면 다양한 주체들로 이루어진 다원적인 동아시아사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중국 중심적인 기존 세계사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