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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나 기부·증여를 통해 역사적으로 중요하거나 자연이 아름다운 장소의 소유권을 확보하여 이를 영구히 보존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자연？문화유산 보존단체이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사회개혁운동의 일환인 보존운동에서 비롯된 영국 내셔널트러스트는 110여년이 지난 오늘날 자산규모와 회원 수의 면에서 유럽에서 가장 크고 성공적인 보존 자선단체로 성장하였다. 오랜 역사와 큰 성과를 자랑하는 단체인 만큼 그동안 영국 내셔널트러스트에 관한 역사서술이 많이 이뤄져왔다. 그러한 가운데 1980년대 이후 영국의 학계에서는 시골 향수적인 성격을 띤 영국성(Englishness)과 유산산업에 대한 비판적 논의 속에서 내셔널트러스트의 보수적이고 과거회귀적인 성격이 강조되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활동 가운데 역사적 건축물, 특히 귀족의 컨트리하우스 보존활동이 그러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시골과 보존주의에 관한 보다 폭넓은 영국의 사회문화사 연구가 이뤄지면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나타난 영국의 보존주의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보존주의 구상의 근대적이고 현실지향적이며 사회개혁적인 측면이 부각되었으며, 그동안 지배계급의 인공적인 산물로 간주되었던 과거에 대한 대중적인 향수는 과거와의 연속성을 통해 사회적 안정감을 모색하려는 대중의 현실적인 열망으로 해석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영국의 시골과 보존주의에 관한 수정주의적 관점을 바탕으로 1895-1960년 시기 내셔널트러스트의 역사적 과정과 단체 주체들의 구상을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기존의 영국 내셔널트러스트 연구에서 규정했던 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내셔널트러스트의 역사적 국면의 성격 변화 양상 즉, ‘창립 초기(1895-1920년)의 개혁성’과 ‘전간기 전후 시기(1920-1960)의 우경화’에 관한 논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1895-1960년 시기 내셔널트러스트와 관련된 빅토리아적 가치의 ‘지속’과 ‘단절’의 양상을 새롭게 제시하였다. 먼저, 지속의 측면을 살펴보면, 이 시기동안 영국 내셔널트러스트의 구상과 운영 원리는 온정주의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성격을 띠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운영 주체들은 대부분 보존주의적 대의에 공감했던 귀족 및 중간계급 출신 엘리트였다. 이들은 보존운동을 통해 자유시장질서와 물질주의에 따른 폐해를 막으려는 보수적인 성격의 온건한 사회개혁을 지향했다. 이러한 대의는 내셔널트러스트의 컨트리하우스 보존사업에서도 발견된다. 그러나 내셔널트러스트를 비롯해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의 보존운동 주체들은 그 활동의 주체를 자기 계급으로 한정짓는 경향이 있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선전 대상은 국민신탁(National Trust)이라는 명칭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국민 일반을 포함하는 것이었지만, 스스로 국민적 대의를 잘 대변한다고 믿었던 사회적 엘리트들은 왕실 및 고위인사와 국가기구의 지원을 적절히 활용하고 단체 운영 주체로서의 자기 지위를 공고히 하며 보존운동에서 대중을 대상화하였다. 다음으로, 단절의 측면을 보자면,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여러 보존주의 자원단체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던 내셔널트러스트는 ...

영국 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나 기부·증여를 통해 역사적으로 중요하거나 자연이 아름다운 장소의 소유권을 확보하여 이를 영구히 보존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자연？문화유산 보존단체이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사회개혁운동의 일환인 보존운동에서 비롯된 영국 내셔널트러스트는 110여년이 지난 오늘날 자산규모와 회원 수의 면에서 유럽에서 가장 크고 성공적인 보존 자선단체로 성장하였다. 오랜 역사와 큰 성과를 자랑하는 단체인 만큼 그동안 영국 내셔널트러스트에 관한 역사서술이 많이 이뤄져왔다. 그러한 가운데 1980년대 이후 영국의 학계에서는 시골 향수적인 성격을 띤 영국성(Englishness)과 유산산업에 대한 비판적 논의 속에서 내셔널트러스트의 보수적이고 과거회귀적인 성격이 강조되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활동 가운데 역사적 건축물, 특히 귀족의 컨트리하우스 보존활동이 그러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시골과 보존주의에 관한 보다 폭넓은 영국의 사회문화사 연구가 이뤄지면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나타난 영국의 보존주의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보존주의 구상의 근대적이고 현실지향적이며 사회개혁적인 측면이 부각되었으며, 그동안 지배계급의 인공적인 산물로 간주되었던 과거에 대한 대중적인 향수는 과거와의 연속성을 통해 사회적 안정감을 모색하려는 대중의 현실적인 열망으로 해석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영국의 시골과 보존주의에 관한 수정주의적 관점을 바탕으로 1895-1960년 시기 내셔널트러스트의 역사적 과정과 단체 주체들의 구상을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기존의 영국 내셔널트러스트 연구에서 규정했던 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내셔널트러스트의 역사적 국면의 성격 변화 양상 즉, ‘창립 초기(1895-1920년)의 개혁성’과 ‘전간기 전후 시기(1920-1960)의 우경화’에 관한 논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1895-1960년 시기 내셔널트러스트와 관련된 빅토리아적 가치의 ‘지속’과 ‘단절’의 양상을 새롭게 제시하였다. 먼저, 지속의 측면을 살펴보면, 이 시기동안 영국 내셔널트러스트의 구상과 운영 원리는 온정주의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성격을 띠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운영 주체들은 대부분 보존주의적 대의에 공감했던 귀족 및 중간계급 출신 엘리트였다. 이들은 보존운동을 통해 자유시장질서와 물질주의에 따른 폐해를 막으려는 보수적인 성격의 온건한 사회개혁을 지향했다. 이러한 대의는 내셔널트러스트의 컨트리하우스 보존사업에서도 발견된다. 그러나 내셔널트러스트를 비롯해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의 보존운동 주체들은 그 활동의 주체를 자기 계급으로 한정짓는 경향이 있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선전 대상은 국민신탁(National Trust)이라는 명칭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국민 일반을 포함하는 것이었지만, 스스로 국민적 대의를 잘 대변한다고 믿었던 사회적 엘리트들은 왕실 및 고위인사와 국가기구의 지원을 적절히 활용하고 단체 운영 주체로서의 자기 지위를 공고히 하며 보존운동에서 대중을 대상화하였다. 다음으로, 단절의 측면을 보자면,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여러 보존주의 자원단체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던 내셔널트러스트는 전간기를 거치며 영국의 대표적인 자연？문화유산 보존 단체로 성장하였다. 국민신탁운동을 통해 전 국민적 대표성을 확보한 내셔널트러스트는 전간기 영국 사회 전반에 나타난 시골적 정체성 확산 및 시골 소비열풍과 1907년과 1937년의 내셔널트러스트법을 비롯한 국가기구의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국가를 대신하여 영국의 국가유산화를 주도하는 사실상 준국가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처럼 1895-1960년 시기 영국 내셔널트러스트의 엘리트 주체들은 성장과 진보를 부정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주의를 통해 보다 나은 현재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보수적이면서도 현실지향적이고 온건한 사회개혁을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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