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박경리 소설『토지』에 나타난 주체의 타자의식을 통해 윤리적인 주체의 성립 과정과 그 의미를 규명하는 데 있다. 인물을 통해서 나타나는 타자의식의 변모 양상과 주체의 자기극복에 관한 고찰은 작가의 타자의식과 동궤에서 시작한다. 박경리가『토지』를 창작한 의도도 굶주린 타자에게 주체가 책임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주체에게 돌아온 저주, 그리고 그 저주로 인해 주체가 타자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는 타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 강조로 판단된다. 우선 윤리적 주체화를 가능하게 하는 타자를 주체와 관계 맺는 방식에 따라 약자와 박해자로 분류한다. 소설에서 약자의 타자와 관계된 주체는 유교적 이념을 지닌 양반과 농민이라는 신분적 주체이다. 이때 타자는 주체에게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회적 신분이 미천하거나 가난한 자들이다. 즉, 약자로서의 타자는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다. 신분적 주체가 약자인 타자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윤리적 주체로 변모한다. 이는 초기 식민화 과정에서 유교이념의 해체 즉, 조선사회의 동일성의 사고 구조를 허물고 타자와 진정한 관계를 맺게 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체의 변모 양상을 세대의 서사를 통해서 살펴보겠다. 다음으로 박해자의 타자와 관계된 주체는 민족-친족-가족에게 억압당하는 개인, 성적 정체성을 찾으려는 신여성, 동일자의 세계에서 배제된 불구자이거나 기준치에 미달된 자들이다. 이때 타자는 주체에게 차별적 고통을 가하는 박해자인, 민족-친족-가족이라는 집단과 신여성을 억압하는 억압자와 신체적 불완전성을 비난하는 차별자 등의 악(인)이다. 즉, 박해자로서의 타자는 문화적 박해자라고 할 수 있다. 억압과 차별로 고통을 당하는 주체가 박해자인 타자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기 극복에 도달한다. 이는 극한의 고통 속에 있는 주체가 박해자가 가하는 이중의 고통을 통해 타자와의 진정한 공존 고민하며 자기 극복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주체의 자기 극복을 양상을 환대, 포옹, 대속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본고에서는 이상과 같은 타자의 이중적 형상화 즉, 약자로서의 타자와 박해자로서의 타자로 인해 주체가 변화와 자기극복을 통해서 윤리적 주체로 거듭남을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분석했다. Ⅲ장은 본론의 첫 장으로 약자로서의 타자를 통해 주체의 변모 양상을 살펴보았다. 이때 주체는 자기 중심적, 이념 중심적, 계층 중심적 인물로 변별하여 접근했다. 소유, 가치, 우월감 등으로 자기중심적이며 자기존엄적인 인물들이 가난한 자와 미천한 자들로 인해 어떻게 변모하는지 살펴보았다. Ⅳ장에서는 박해자로서의 타자를 통해 주체의 자기극복 양상을 살펴보았다. 이때 주체는 전체성의 폭력에 지배당하는 개인, 젠더적 억압에 고통받는 신여성,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차별받는 불구자로 대별되는 인물로 변별하여 분석했다. 박해자로서의 타자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 주체가 자기를 극복하는 것은 세 가지 양상-환대, 포옹, 대속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타자를 통한 윤리적 주체의 성립은 약자인 타자의 윤리적 호소에 응답하거나 주체를 고통 속에 몰아넣는 박해자인 타자를 환대하고 포옹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주체가 타자에 대해 응답하고 환대, 포옹, 대속이라는 형태로 타자에게 책임적 존재가 될 때 주체는 재정립 되는 것이다. 즉, 주체는 타자 대면을 통해 윤리적 주체가 되거나 박해자인 타자를 통해 자신을 극복하여 새로운 주체로서 재정립된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중심적 주체에서 윤리적 주체로의 이행을 보여준다는 점을 의미로 찾을 수 있다. 이는 식민지적 근대에 속에서 탈근대적 사유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에고이스트(egoist, 근대적 주체)에서 탈에고이스트로의 변모를 근대화‧산업화시대에 보여주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선진성과 독자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토지’라는 소유의 문제(근대적 사유재산)를 천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토지는 서희에게 소유의 의미가 아니라 타자에 대한 ‘베품’의 의미에 가깝다. 때문에『토지』는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소유의 경제 속에서 일본에 의한 조선의 속박, 조선 남성에 의한 조선 여성의 속박을 전복시키고 일본(인)과 조선(인)의 관계,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새롭게 접근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유교이념인 충효사상에 입각한 관계의 허위를 고발하고 사상의 허점에 대한 비판을 보이면서 근대적 관계에서의 사랑을 강조한다. 타자윤리는 인간윤리만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일반에 관한 윤리를 포괄함으로써 인간 이외의 생명들도 내재적 타자성을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생명 자체에 대한 존엄을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미물에게도 보이는 존중과 보호, 책임 등은 인간의 시선 속에 포착된 약자와 강자의 판별에 의한 책임이며 구제이다. 작품에서 윤리적인 주체로서 두드러지는 인물은 쇼지와 양현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불쌍한 것들을 도와주는 게 미래의 꿈이다. 양현은 여의사가 되어 불쌍한 사람을 돕고 싶고 쇼지는 산지기가 되어 산에 있는 모든 불쌍한 것들을 돕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들은 똑같이 양부모의 손에서 컸으며, 이들의 양부모는 집착을 보일정도로 양현과 쇼지를 사랑한다. 심지어 제 자식보다 더 사랑한다. 이들이『토지』의 희망으로 읽힌다. 소유를 위한 토지는 역설의 의미도 있다. 둘째, 타자의식이 작품 전체 서사를 이끄는 핵심적 추동력임을 알 수 있었다. 주체를 중심에 둔 해석이 아니라 주체와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주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인물을 다층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었다. 신체적 불구자는 괴물로 타자의 눈에 비친다. 청량한 오성을 가진 조병수는 서희 눈에 괴물이며, 교양과 미모를 겸비한 양소림은 환국에게 괴물의 손을 가진 역겨움이다. 조병수는 서희로 하여금 부모가 없는 고아의 공포를 병수의 꼽추의 모습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낸 것이다. 또한 양소림의 손등의 혹은 공자인 환국으로 하여금 자기 혐오를 시인하게 하기 위함이다. 신체 불구자를 통해 투영되는 자신의 진실된 모습과 대면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황하는 인물들이 작품 속에서 더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홍이, ...
본 연구의 목적은 박경리 소설『토지』에 나타난 주체의 타자의식을 통해 윤리적인 주체의 성립 과정과 그 의미를 규명하는 데 있다. 인물을 통해서 나타나는 타자의식의 변모 양상과 주체의 자기극복에 관한 고찰은 작가의 타자의식과 동궤에서 시작한다. 박경리가『토지』를 창작한 의도도 굶주린 타자에게 주체가 책임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주체에게 돌아온 저주, 그리고 그 저주로 인해 주체가 타자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는 타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 강조로 판단된다. 우선 윤리적 주체화를 가능하게 하는 타자를 주체와 관계 맺는 방식에 따라 약자와 박해자로 분류한다. 소설에서 약자의 타자와 관계된 주체는 유교적 이념을 지닌 양반과 농민이라는 신분적 주체이다. 이때 타자는 주체에게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회적 신분이 미천하거나 가난한 자들이다. 즉, 약자로서의 타자는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다. 신분적 주체가 약자인 타자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윤리적 주체로 변모한다. 이는 초기 식민화 과정에서 유교이념의 해체 즉, 조선사회의 동일성의 사고 구조를 허물고 타자와 진정한 관계를 맺게 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체의 변모 양상을 세대의 서사를 통해서 살펴보겠다. 다음으로 박해자의 타자와 관계된 주체는 민족-친족-가족에게 억압당하는 개인, 성적 정체성을 찾으려는 신여성, 동일자의 세계에서 배제된 불구자이거나 기준치에 미달된 자들이다. 이때 타자는 주체에게 차별적 고통을 가하는 박해자인, 민족-친족-가족이라는 집단과 신여성을 억압하는 억압자와 신체적 불완전성을 비난하는 차별자 등의 악(인)이다. 즉, 박해자로서의 타자는 문화적 박해자라고 할 수 있다. 억압과 차별로 고통을 당하는 주체가 박해자인 타자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기 극복에 도달한다. 이는 극한의 고통 속에 있는 주체가 박해자가 가하는 이중의 고통을 통해 타자와의 진정한 공존 고민하며 자기 극복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주체의 자기 극복을 양상을 환대, 포옹, 대속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본고에서는 이상과 같은 타자의 이중적 형상화 즉, 약자로서의 타자와 박해자로서의 타자로 인해 주체가 변화와 자기극복을 통해서 윤리적 주체로 거듭남을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분석했다. Ⅲ장은 본론의 첫 장으로 약자로서의 타자를 통해 주체의 변모 양상을 살펴보았다. 이때 주체는 자기 중심적, 이념 중심적, 계층 중심적 인물로 변별하여 접근했다. 소유, 가치, 우월감 등으로 자기중심적이며 자기존엄적인 인물들이 가난한 자와 미천한 자들로 인해 어떻게 변모하는지 살펴보았다. Ⅳ장에서는 박해자로서의 타자를 통해 주체의 자기극복 양상을 살펴보았다. 이때 주체는 전체성의 폭력에 지배당하는 개인, 젠더적 억압에 고통받는 신여성,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차별받는 불구자로 대별되는 인물로 변별하여 분석했다. 박해자로서의 타자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 주체가 자기를 극복하는 것은 세 가지 양상-환대, 포옹, 대속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타자를 통한 윤리적 주체의 성립은 약자인 타자의 윤리적 호소에 응답하거나 주체를 고통 속에 몰아넣는 박해자인 타자를 환대하고 포옹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주체가 타자에 대해 응답하고 환대, 포옹, 대속이라는 형태로 타자에게 책임적 존재가 될 때 주체는 재정립 되는 것이다. 즉, 주체는 타자 대면을 통해 윤리적 주체가 되거나 박해자인 타자를 통해 자신을 극복하여 새로운 주체로서 재정립된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중심적 주체에서 윤리적 주체로의 이행을 보여준다는 점을 의미로 찾을 수 있다. 이는 식민지적 근대에 속에서 탈근대적 사유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에고이스트(egoist, 근대적 주체)에서 탈에고이스트로의 변모를 근대화‧산업화시대에 보여주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선진성과 독자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토지’라는 소유의 문제(근대적 사유재산)를 천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토지는 서희에게 소유의 의미가 아니라 타자에 대한 ‘베품’의 의미에 가깝다. 때문에『토지』는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소유의 경제 속에서 일본에 의한 조선의 속박, 조선 남성에 의한 조선 여성의 속박을 전복시키고 일본(인)과 조선(인)의 관계,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새롭게 접근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유교이념인 충효사상에 입각한 관계의 허위를 고발하고 사상의 허점에 대한 비판을 보이면서 근대적 관계에서의 사랑을 강조한다. 타자윤리는 인간윤리만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일반에 관한 윤리를 포괄함으로써 인간 이외의 생명들도 내재적 타자성을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생명 자체에 대한 존엄을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미물에게도 보이는 존중과 보호, 책임 등은 인간의 시선 속에 포착된 약자와 강자의 판별에 의한 책임이며 구제이다. 작품에서 윤리적인 주체로서 두드러지는 인물은 쇼지와 양현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불쌍한 것들을 도와주는 게 미래의 꿈이다. 양현은 여의사가 되어 불쌍한 사람을 돕고 싶고 쇼지는 산지기가 되어 산에 있는 모든 불쌍한 것들을 돕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들은 똑같이 양부모의 손에서 컸으며, 이들의 양부모는 집착을 보일정도로 양현과 쇼지를 사랑한다. 심지어 제 자식보다 더 사랑한다. 이들이『토지』의 희망으로 읽힌다. 소유를 위한 토지는 역설의 의미도 있다. 둘째, 타자의식이 작품 전체 서사를 이끄는 핵심적 추동력임을 알 수 있었다. 주체를 중심에 둔 해석이 아니라 주체와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주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인물을 다층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었다. 신체적 불구자는 괴물로 타자의 눈에 비친다. 청량한 오성을 가진 조병수는 서희 눈에 괴물이며, 교양과 미모를 겸비한 양소림은 환국에게 괴물의 손을 가진 역겨움이다. 조병수는 서희로 하여금 부모가 없는 고아의 공포를 병수의 꼽추의 모습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낸 것이다. 또한 양소림의 손등의 혹은 공자인 환국으로 하여금 자기 혐오를 시인하게 하기 위함이다. 신체 불구자를 통해 투영되는 자신의 진실된 모습과 대면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황하는 인물들이 작품 속에서 더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홍이, 상현, 영광 등의 인물들의 방황은 변화를 내포한 것이고 방황으로 인하여 주체의 오만함이 완화된다. 물질, 이념, 신분에 안착한 인물들에게는 타자를 위한 진정한 윤리감이 부족하다.『토지』가 매력적인 부분이 이 부분이다. 인물들의 방황과 허무를 통해 곤고한 주체를 흔드는 것이며 방황과 허무 속에서 진정한 타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셋째, 가족 삼대 서사를 통해 주체가 살 수 없는 미래세계와 주체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고통이나 죽음을 통해 주체는 타자와 교감할 수 있다. 삼대 서사를 통해서 타자에게 보다 확장적인 이해로 나아감으로써 미래세계를 열어놓고 있다. 『토지』를 통한 타자의식의 고찰은 작가의식의 고찰과 맥이 통한다. 박경리가 초기 신변소설에서 사회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함에도 불구하고 세계(타자)와 관계 맺기를 거부하고 폐쇄적인 성향을 보였다면,『토지』를 통해 자기 존엄에서 벗어나 타자에 대한 응시로 나아감을 보여준 것은 작품 세계의 확장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작가는 주체와 타자가 대치하는 치열한 전쟁의 시대에 주체가 타자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 나아가 약자인 타자 외에도 박해자인 타자와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해답을 모색한 것으로 판단된다. 박경리는 윤리적 주체로서 작품 속의 인물을 보았기 때문에 타자의 고유성에 착안하여 다양한 인물 창조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토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자기 중심적인 주체가 아니라 타자의 고통을 직시하고 짊어질 수 있는 윤리적 주체로의 전환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과 평화가 공존하는 사회에 대한 희원이다. 아울러 타자의식을 연구한다는 것은 진정한 주체의 정립을 말하는 것, 진정한 주체-윤리적 주체-가 정립된 공생적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박경리 소설『토지』에 나타난 주체의 타자의식을 통해 윤리적인 주체의 성립 과정과 그 의미를 규명하는 데 있다. 인물을 통해서 나타나는 타자의식의 변모 양상과 주체의 자기극복에 관한 고찰은 작가의 타자의식과 동궤에서 시작한다. 박경리가『토지』를 창작한 의도도 굶주린 타자에게 주체가 책임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주체에게 돌아온 저주, 그리고 그 저주로 인해 주체가 타자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는 타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 강조로 판단된다. 우선 윤리적 주체화를 가능하게 하는 타자를 주체와 관계 맺는 방식에 따라 약자와 박해자로 분류한다. 소설에서 약자의 타자와 관계된 주체는 유교적 이념을 지닌 양반과 농민이라는 신분적 주체이다. 이때 타자는 주체에게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회적 신분이 미천하거나 가난한 자들이다. 즉, 약자로서의 타자는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다. 신분적 주체가 약자인 타자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윤리적 주체로 변모한다. 이는 초기 식민화 과정에서 유교이념의 해체 즉, 조선사회의 동일성의 사고 구조를 허물고 타자와 진정한 관계를 맺게 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체의 변모 양상을 세대의 서사를 통해서 살펴보겠다. 다음으로 박해자의 타자와 관계된 주체는 민족-친족-가족에게 억압당하는 개인, 성적 정체성을 찾으려는 신여성, 동일자의 세계에서 배제된 불구자이거나 기준치에 미달된 자들이다. 이때 타자는 주체에게 차별적 고통을 가하는 박해자인, 민족-친족-가족이라는 집단과 신여성을 억압하는 억압자와 신체적 불완전성을 비난하는 차별자 등의 악(인)이다. 즉, 박해자로서의 타자는 문화적 박해자라고 할 수 있다. 억압과 차별로 고통을 당하는 주체가 박해자인 타자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기 극복에 도달한다. 이는 극한의 고통 속에 있는 주체가 박해자가 가하는 이중의 고통을 통해 타자와의 진정한 공존 고민하며 자기 극복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주체의 자기 극복을 양상을 환대, 포옹, 대속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본고에서는 이상과 같은 타자의 이중적 형상화 즉, 약자로서의 타자와 박해자로서의 타자로 인해 주체가 변화와 자기극복을 통해서 윤리적 주체로 거듭남을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분석했다. Ⅲ장은 본론의 첫 장으로 약자로서의 타자를 통해 주체의 변모 양상을 살펴보았다. 이때 주체는 자기 중심적, 이념 중심적, 계층 중심적 인물로 변별하여 접근했다. 소유, 가치, 우월감 등으로 자기중심적이며 자기존엄적인 인물들이 가난한 자와 미천한 자들로 인해 어떻게 변모하는지 살펴보았다. Ⅳ장에서는 박해자로서의 타자를 통해 주체의 자기극복 양상을 살펴보았다. 이때 주체는 전체성의 폭력에 지배당하는 개인, 젠더적 억압에 고통받는 신여성,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차별받는 불구자로 대별되는 인물로 변별하여 분석했다. 박해자로서의 타자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 주체가 자기를 극복하는 것은 세 가지 양상-환대, 포옹, 대속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타자를 통한 윤리적 주체의 성립은 약자인 타자의 윤리적 호소에 응답하거나 주체를 고통 속에 몰아넣는 박해자인 타자를 환대하고 포옹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주체가 타자에 대해 응답하고 환대, 포옹, 대속이라는 형태로 타자에게 책임적 존재가 될 때 주체는 재정립 되는 것이다. 즉, 주체는 타자 대면을 통해 윤리적 주체가 되거나 박해자인 타자를 통해 자신을 극복하여 새로운 주체로서 재정립된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중심적 주체에서 윤리적 주체로의 이행을 보여준다는 점을 의미로 찾을 수 있다. 이는 식민지적 근대에 속에서 탈근대적 사유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에고이스트(egoist, 근대적 주체)에서 탈에고이스트로의 변모를 근대화‧산업화시대에 보여주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선진성과 독자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토지’라는 소유의 문제(근대적 사유재산)를 천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토지는 서희에게 소유의 의미가 아니라 타자에 대한 ‘베품’의 의미에 가깝다. 때문에『토지』는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소유의 경제 속에서 일본에 의한 조선의 속박, 조선 남성에 의한 조선 여성의 속박을 전복시키고 일본(인)과 조선(인)의 관계,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새롭게 접근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유교이념인 충효사상에 입각한 관계의 허위를 고발하고 사상의 허점에 대한 비판을 보이면서 근대적 관계에서의 사랑을 강조한다. 타자윤리는 인간윤리만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일반에 관한 윤리를 포괄함으로써 인간 이외의 생명들도 내재적 타자성을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생명 자체에 대한 존엄을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미물에게도 보이는 존중과 보호, 책임 등은 인간의 시선 속에 포착된 약자와 강자의 판별에 의한 책임이며 구제이다. 작품에서 윤리적인 주체로서 두드러지는 인물은 쇼지와 양현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불쌍한 것들을 도와주는 게 미래의 꿈이다. 양현은 여의사가 되어 불쌍한 사람을 돕고 싶고 쇼지는 산지기가 되어 산에 있는 모든 불쌍한 것들을 돕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들은 똑같이 양부모의 손에서 컸으며, 이들의 양부모는 집착을 보일정도로 양현과 쇼지를 사랑한다. 심지어 제 자식보다 더 사랑한다. 이들이『토지』의 희망으로 읽힌다. 소유를 위한 토지는 역설의 의미도 있다. 둘째, 타자의식이 작품 전체 서사를 이끄는 핵심적 추동력임을 알 수 있었다. 주체를 중심에 둔 해석이 아니라 주체와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주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인물을 다층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었다. 신체적 불구자는 괴물로 타자의 눈에 비친다. 청량한 오성을 가진 조병수는 서희 눈에 괴물이며, 교양과 미모를 겸비한 양소림은 환국에게 괴물의 손을 가진 역겨움이다. 조병수는 서희로 하여금 부모가 없는 고아의 공포를 병수의 꼽추의 모습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낸 것이다. 또한 양소림의 손등의 혹은 공자인 환국으로 하여금 자기 혐오를 시인하게 하기 위함이다. 신체 불구자를 통해 투영되는 자신의 진실된 모습과 대면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황하는 인물들이 작품 속에서 더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홍이, 상현, 영광 등의 인물들의 방황은 변화를 내포한 것이고 방황으로 인하여 주체의 오만함이 완화된다. 물질, 이념, 신분에 안착한 인물들에게는 타자를 위한 진정한 윤리감이 부족하다.『토지』가 매력적인 부분이 이 부분이다. 인물들의 방황과 허무를 통해 곤고한 주체를 흔드는 것이며 방황과 허무 속에서 진정한 타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셋째, 가족 삼대 서사를 통해 주체가 살 수 없는 미래세계와 주체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고통이나 죽음을 통해 주체는 타자와 교감할 수 있다. 삼대 서사를 통해서 타자에게 보다 확장적인 이해로 나아감으로써 미래세계를 열어놓고 있다. 『토지』를 통한 타자의식의 고찰은 작가의식의 고찰과 맥이 통한다. 박경리가 초기 신변소설에서 사회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함에도 불구하고 세계(타자)와 관계 맺기를 거부하고 폐쇄적인 성향을 보였다면,『토지』를 통해 자기 존엄에서 벗어나 타자에 대한 응시로 나아감을 보여준 것은 작품 세계의 확장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작가는 주체와 타자가 대치하는 치열한 전쟁의 시대에 주체가 타자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 나아가 약자인 타자 외에도 박해자인 타자와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해답을 모색한 것으로 판단된다. 박경리는 윤리적 주체로서 작품 속의 인물을 보았기 때문에 타자의 고유성에 착안하여 다양한 인물 창조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토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자기 중심적인 주체가 아니라 타자의 고통을 직시하고 짊어질 수 있는 윤리적 주체로의 전환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과 평화가 공존하는 사회에 대한 희원이다. 아울러 타자의식을 연구한다는 것은 진정한 주체의 정립을 말하는 것, 진정한 주체-윤리적 주체-가 정립된 공생적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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