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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서는 황석영의 70년대 중·단편 소설이 그리는 시대상과 그 소설들이 가지는 현재성에 주목하였다. 70년대에 본격적으로 진행된 산업화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상실하는 경험을 낳았고, 이로 인해 고향을 상실한 이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면서 그들의 고향을 끊임없이 열망하게 되었다. 이러한 열망은 한국전쟁으로 분단된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여 분단 문제와 당대의 비정한 세태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사적 지평을 마련하였다. 또한 당시 베트남 전쟁의 발발로 인해 미군의 연합국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에 참전한 경험은 전쟁이라는 것이 강대국의 이해논리에 의해 벌어지는 것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 더욱 심화·확대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 논문에서는「삼포가는 길」,「이웃 사람」,「장사의 꿈」,「한씨연대기」,「북망, 멀고도 고적한 곳」,「잡초」,「탑」,「돌아온 사람」,「낙타누깔」,「몰개월의 새」를 대상으로 각 작품들을 범주화하고 각 범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70년대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망함과 동시에 당대 주요 문제들의 현재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첫째 장에서 다루고 있는「삼포가는 길」,「이웃 사람」,「장사의 꿈」에서는 고향의 상실로 방황하는 실향민(「삼포가는 길」)과 산업화의 물결로 인해 도시로 진입하였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빈민으로 전락하는 민중들(「이웃 사람」,「장사의 꿈」)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당대 산업화의 진행으로 고향을 잃어버린 민중들로서 공동체적 의식을 열망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정착할 곳을 찾기 위해 도시 생활에의 적응을 시도하지만 도시 사회에서 정상적인 노동을 하지 못하고 도시의 변두리로 밀려나 자신의 몸을 상품화하여 생계를 유지하기에 이른다. 이는 당대 화려했던 산업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욱 심화된 형태로 드러나는 문제라는 점에서 현재성을 지닌다. 둘째 장에서 다루고 있는「한씨연대기」,「북망, 멀고도 고적한 곳」,「잡초」에서는 고향의 상실로 인한 민중들의 공동체적 의식에의 열망이 분단의 문제에도 닿아있음을 보여준다. 전쟁을 겪으면서 국가적 이데올로기와 비정한 사회 속에서 평범한 한 개인이 겪는 비극적인 삶(「한씨연대기」)과 전쟁으로 인한 분단의 상처와 아픈 기억(「북망, 멀고도 고적한 곳」,「잡초」)을 드러낸다. 국가적 이데올로기에 의한 상상적 관계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한 평범한 개인을 비극으로 몰아갔고, 이는 분단 현실의 원인이 된다. 물리적인 분단은 정신적인 분단으로 이어져 전쟁의 상처와 기억은 유년 시절이나 가족사로 형상화되고 단순한 과거가 아닌 현재화된 기억으로 작용하게 된다. 셋째 장에서 다루고 있는「탑」,「돌아온 사람」,「낙타누깔」,「몰개월의 새」는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분단 현실의 근본적인 원인과 서구중심주의를 비판한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경험은 한국 전쟁과 병치되면서 분단 현실은 제국주의의 이해관계로 인한 희생이었다는 것을 인식(「탑」,「돌아온 사람」)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서구중심사회가 되어가는 흐름 속에 주변국으로서 타자화 된 위치를 인식하고 그로부터 소외를 느끼게 되지만, 그 가운데 탈식민화의 가능성을 희망(「낙타누깔」,「몰개월의 새」)하고자 한다. 황석영의 70년대 소설은 당대 사회의 주요 문제를 소재로 다루어 사회 전반의 흐름과 나아가 세계와의 관계 속에 위치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그가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현 사회에서 보다 심화된 양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이들 문제의 앞으로의 해결 전망을 모색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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