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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96-1939)가 시를 썼던 19세기 말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아일랜드는 노르만 정복 때부터 시작해 거의 8세기에 걸쳐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영국의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독립운동을 격렬하게 전개하며 현대화로 진행해 나가는 혼란스러운 전환기에 있었다. 영국은 그 동안 경제적 수탈은 물론이거니와, 식민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아일랜드의 고유 언어인 게일어를 말살하고 영어 사용을 지속적으로 강제하는 형태로 켈트문화 말살 정책을 펼치며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아온 아일랜드에서는 종교 · 인종 · 역사 · 사회적 신분 등이 크게 이분화 되었고, 영국에서 이주해 와서 살던 사람들로 인해 작게는 여러 형태의 문화가 공존하게 되었다. 이런 복잡한 양상의 문화적 공존으로 인해 아일랜드에서는 분쟁과 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이 혼란 속에서 아일랜드인들은 사회 전반의 문화적인, 물질적인 영국의 영향에서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96-1939)가 시를 썼던 19세기 말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아일랜드는 노르만 정복 때부터 시작해 거의 8세기에 걸쳐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영국의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독립운동을 격렬하게 전개하며 현대화로 진행해 나가는 혼란스러운 전환기에 있었다. 영국은 그 동안 경제적 수탈은 물론이거니와, 식민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아일랜드의 고유 언어인 게일어를 말살하고 영어 사용을 지속적으로 강제하는 형태로 켈트문화 말살 정책을 펼치며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아온 아일랜드에서는 종교 · 인종 · 역사 · 사회적 신분 등이 크게 이분화 되었고, 영국에서 이주해 와서 살던 사람들로 인해 작게는 여러 형태의 문화가 공존하게 되었다. 이런 복잡한 양상의 문화적 공존으로 인해 아일랜드에서는 분쟁과 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이 혼란 속에서 아일랜드인들은 사회 전반의 문화적인, 물질적인 영국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아일랜드의 작가와 시인들은 엘리자베스 컬링 포드(Elizabeth Cullingford)가 지적 했듯 정치적, 문화적 긴장과 갈등 속에서 그들의 예술적 성취를 위한 비옥한 토양을 찾을 수 있었다(56). 예이츠 역시 자신이 편집한『옥스포드 현대 시선, 1892-1935』(The Oxford Books of Modern Verse, 1892-1935) 의 「서문」에서 자기 자신을 "시적 능력을 통해 자기 시대의 역사를 살아가는 사람(a man of my time, through my poetical faculty living its history)(xxxiv)"이라고 지칭함으로써 그 역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민족의 현실을 그의 작품 소재로 이용했음을 밝히고 있다. 시의 소재를 대부분 아일랜드적인 것과 자신의 현실적 경험에서 찾았던 예이츠는 실제적로 아일랜드의 작가로서,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아일랜드의 민족주의자로서 그는 초기에는 간접적으로 민족에 대한 관심을 신화나 전설, 민담, 또는 고대 켈트인의 영광을 칭송하는 추상적이고도 낭만적인 내용으로 나타내었다. 그리고 실제로 정치에 직접 뛰어들어 참여하며 글을 썼던 중기 이후에는 아일랜드의 사회적, 역사적 현실을 깊이 통찰하였고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함으로써 그의 민족주의와 시는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예이츠의 많은 시들이 그의 조국인 아일랜드의 복잡한 정치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쓰여 졌으므로 예이츠와 아일랜드의 관계가 어떠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관계가 그의 중요한 시 작품 속에 어떻게 형상화 되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예이츠의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건이 된다. 이에 본 논문은 예이츠의 민족주의와 사회의식을 초기, 중기, 후기의 세 단계로 나누어 아일랜드의 민족시인으로서의 예이츠의 면모를 규정하고 또한 그의 시의 미학적 가치를 살필 것이다. 이를 위해 제II장에서는 아일랜드민족의 역사와 영국계 아일랜드인으로서 예이츠의 면모를 살펴보고 제III장에서는 아일랜드 문예부흥운동의 전개과정과 그 한계,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쓰여진 전설과 신화를 다룬 몇몇 시들을 중심으로 초기시에 드러난 그의 민족주의적 이상을 알아본다. 제IV장에서는 극 작품을 통해 민족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하였으나 그것의 실패와 미술관 사건 등으로 인하여 중산층을 비판하며 귀족주의적 면모를 띄게 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제V장에서는 1916년 부활절 봉기를 계기로 아일랜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보여준 일련의 시를 분석하여 후기에 어떤 양상으로 그의 민족주의가 작품에 반영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