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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탈가정’ 십대들이 겪는 불안정하고 취약한 주거 환경과 주거 이동의 과정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이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협상과 전략들을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참여관찰의 방법론을 따라 약 1년간 ‘탈가정’ 십대들이 많이 거주하는 광주 금동지역에서 연관 시민단체와 함께 아웃리치와 상담을 진행했고 또한 3년간 비인가 중등 대안학교에서 사회수업과 상담을 진행해왔다. 연구자는 이 과정에서 만난 청소년/소녀들 가운데 16명의 ‘탈가정’ 십대를 표본으로 삼아 심층 면접을 시도했다.
‘탈가정' ...

이 연구는 ‘탈가정’ 십대들이 겪는 불안정하고 취약한 주거 환경과 주거 이동의 과정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이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협상과 전략들을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참여관찰의 방법론을 따라 약 1년간 ‘탈가정’ 십대들이 많이 거주하는 광주 금동지역에서 연관 시민단체와 함께 아웃리치와 상담을 진행했고 또한 3년간 비인가 중등 대안학교에서 사회수업과 상담을 진행해왔다. 연구자는 이 과정에서 만난 청소년/소녀들 가운데 16명의 ‘탈가정’ 십대를 표본으로 삼아 심층 면접을 시도했다.
‘탈가정' 십대를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이들이 ‘집’을 나오게 되는 상황과 배경은 다양하며, 상황에 따라 ‘집’ 밖의 생활방식도 각기 다르다. 따라서 ‘탈가정’의 범주 혹은 경계는 상당히 애매하다. 하지만 ‘탈가정’ 십대 가운데 보호자의 동의 또는 묵인으로 상당 시간 동안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주거로서 부적절한 곳에서 생활하는 십대는 분명 존재하며, 우리는 이들의 삶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삶은 ‘집을 나온 행위’을 넘어서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들을 함유하고 있다. ‘집’을 나온 일 자체는 분명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 유발되기에 비자발적인 여지가 많다. 그러나 집을 나온 이후 이들이 ‘불안정한 주거 공간’을 전전하며 ‘위험’을 감수하는 생활을 하는 가운데 그들은 그 나름의 생존 전략과 생활방식을 적극적-능동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왔다. 연구자는 그동안 이른바 가출청소년 연구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던 이들의 삶의 자발적 맥락을 드러냄으로써 이들 십대가 ‘자립가능한 개인’으로서 어떠한 사회적·경제적 자원을 가지고 다양한 차별과 구조적 제약을 어떻게 극복을 시도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부모의 안전망으로 귀속할 수 없는 하층계급 청소년의 삶은 미래를 준비할 충분한 기간도, 자원도 부족하다. 하지만 ‘십대’라는 기준에 의해서 이들의 자립과 이른 독립은 ‘일탈적’ 행위로 이해되어 이들의 ‘불안정한 주거’와 ‘삶’은 지속해서 묻혀있게 된다. 그러나 이들 ‘탈가정’ 십대는 다양한 주거 생활을 통해서 자신들의 삶의 조건과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살거나 공적 기관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공동 주거의 경험은 구성원들에게 또래 집단 네트워크를 넓힐 기회를 주고, 함께 사는 데 있어 더 나은 방법을 찾을 기회 등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이성과의 관계 형성을 할 수 기회이자 방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공동 주거는 성원 간의 결합의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소유주가 아닌 사람에게 사적 공간에 대한 접근과 사용을 허용하고, 그 공간에서 비롯된 편익을 공유하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이는 사유화된 자원을 집단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여 삶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사적 공간으로서 주거의 의미는 일정부분 약화되지만, 쉼터와 같은 ‘공적 공간’으로 수렴되지 않고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주거 영역을 지속해서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보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동의 방식, 이동하는 장소들, 이동하면서 겪는 경험의 특성은 이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동 자체가 의미하는 것은 이동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동은 반드시 네트워크와 연결되며, 또한 연결되어야 한다. 네트워크의 특성은 무엇보다 이들의 삶을 살게 하는 사회적 기회임과 동시에 삶을 제약하는 사회적 결과이다.
‘탈가정’ 십대의 삶의 유동성은 그러한 의미에서 현대 사회의 주요한 내적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가정 해체와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십대 개인의 문제 등으로 이들의 문제를 파악하고자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 불가능하다. 이들의 이동을 이리저리 배회하는 것으로만 의미화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이들은 어떤 곳이라도 관계의 불안정성을 안정화할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하고 변형한다. 이들 삶의 움직임은 현대 사회에서의 이분법적 틀을 쉼 없이 넘나들고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러한 실천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들 삶의 팽팽한 긴장 혹은 역동적인 움직임은 다른 삶에 대한 대안, 탈주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이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더 열기 위해서는 후기 자본주의적 시대에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고찰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이 더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