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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국(悉直國)은 예[동예]의 일원으로서 고대 강원 동해안지역에 존재했던 대표적 정치세력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실직국에 대한 연구는 문헌사적·고고학적·역사고고학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직국의 위치·영역·문화·정치체 등에 대한 논의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어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해는 충분하지 못하다. 이는 일차적으로 실직국과 관련된 문헌자료가 매우 부족한 점에 기인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실직국의 역사적 실체규명에 접근할 목적으로 실직국 관련 철기시대 유적·유물을 검토하여 문화적 양상과 변천...

실직국(悉直國)은 예[동예]의 일원으로서 고대 강원 동해안지역에 존재했던 대표적 정치세력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실직국에 대한 연구는 문헌사적·고고학적·역사고고학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직국의 위치·영역·문화·정치체 등에 대한 논의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어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해는 충분하지 못하다. 이는 일차적으로 실직국과 관련된 문헌자료가 매우 부족한 점에 기인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실직국의 역사적 실체규명에 접근할 목적으로 실직국 관련 철기시대 유적·유물을 검토하여 문화적 양상과 변천을 살펴보고, 역사·문화적 위상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실직국의 영역은 오늘날 강릉 옥계·동해·삼척지역과 경북 동해안지역의 일부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지역의 철기시대 유적(강릉 금진리유적, 동해 망상동유적·송정동유적, 삼척 증산동유적·하맹방리유적·호산리유적)에서는 실직국의 문화양상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고고자료가 확인된다. 실직국의 문화양상은 ‘중도유형문화’로 인식되고 있는 예[동예]의 문화양상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직국 관련 철기시대 주거지들은 해안사구지대에 집중적으로 입지하며, 凸자형·呂자형·(장)방형의 평면형태를 띠고 있다. 주거지 내부에서는 다양한 노(盧)와 바닥 점토다짐, 벽체마감시설 등이 확인되며, 화재로 인해 폐기된 집자리가 다수 확인된다. 유적 내에서는 중도식토기(경질무문토기·타날문토기)와 함께 외래계토기(영남계·낙랑계토기)와 이를 모방한 새로운 토기양상도 확인된다. 그리고 진·변한지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옥장신구와 청동세환[소환] 등이 확인된다. 이러한 문화적 양상을 볼 때, 실직국은 주변지역의 정치세력(한사군지역·동북아지역·영남지역)과 적극적으로 교섭하면서 선진문화를 수용하고 재지문화를 발전시켜 나간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동해 망상동유적과 송정동유적에서 단야유구와 철기유물이 다수 확인되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실직국은 마을내부에서 철기를 생산 할 만큼 강력한 집단세력이었다고 추정된다. 한편 실직국 관련 유적 내에서는 철기시대 묘제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이러한 양상은 실직국이 삼한의 정치체와는 달리 옥저의 지상식 목곽묘의 장례문화를 공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예는 옥저와 마찬가지로 지상에 무덤을 만들었기 때문에 오늘날 그 흔적이 남아있지 못한 것으로 이해된다. 『삼국사기』와 동해·삼척지역의 주거지와 신라고분 자료를 함께 살펴본 결과, 실직국은 신라가 동해안지역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5세기를 전후하여 신라의 영역으로 편입되면서 점차 해체되어 간 것으로 보인다. 실직국은 비록 고대 중앙집권국가로 성장하지 못하였고, 신라화 과정 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문헌기록에서 ‘국(國)’으로 표기되고 있으며, 고고학적으로 영동지역 최대의 마을유적인 동해 송정동유적과, 다양한 외래계유물이 출토되고, 철기생산과 관련된 단야공방지가 다수 확인되는 점, 실직주가 설치되어 군사적 전략기지[수군기지]의 역할을 담당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그 역사·문화적 위상은 높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