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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개념은 칸트의 실천철학에서 행위와 도덕성에 대한 문제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본 논문은 칸트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의지 개념이 어떤 의미와 성격을 가진 것으로 제시되는지를 살펴본다.
칸트에 따르면, 의지는 이성적인 욕구능력으로서 인간을 이성적 행위자로 존립하도록 하는 가장 근원적인 능력이다. 비록 충동과 욕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유한한 존재임에도, 의지를 가진 인간은 이성적이고 자유로...

의지 개념은 칸트의 실천철학에서 행위와 도덕성에 대한 문제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본 논문은 칸트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의지 개념이 어떤 의미와 성격을 가진 것으로 제시되는지를 살펴본다.
칸트에 따르면, 의지는 이성적인 욕구능력으로서 인간을 이성적 행위자로 존립하도록 하는 가장 근원적인 능력이다. 비록 충동과 욕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유한한 존재임에도, 의지를 가진 인간은 이성적이고 자유로우며 도덕적일 수 있다. 의지는 일면 행위의 능력으로서, 행위자로 하여금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을 세계 속에서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한다. 동시에 의지는 실천적으로 사용된 이성의 능력으로서 행위의 정당한 이유를 검토하고 숙고된 규범적 근거와 원리에 따라 행위를 인도한다.
칸트의 의지 개념에서 핵심적 측면은 의지가 외재적인 영향으로부터 독립해 자신과 모든 이성적 행위자가 따라야 할 바를 입법하고 또한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써 의지는 실천에 있어 자기-원인이 되는 능력이고 또한 자기-입법적이고 자율적인 능력으로 제시된다. 본 논문은 의지가 이와 같은 의미에서의 자기-관계적 구조를 가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점을 논한다.
첫째, 의지는 행위를 동기화하고 그 실천의 근거가 되는 규범을 정당화하는 궁극적인 원천을 자신 안에 갖는다. 먼저, 행위를 산출하는 의지의 활동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기초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자발적이다. 무엇보다 의지와 그 자체로 동일시되는 실천이성의 능력을 통해 의지는 자기-규칙부여적일 수 있으며, 이로써 자신을 동기화하는 원천을 자신 안에 갖는다. 한편으로, 실천이성의 사용을 통해 규범적으로 정당한 이유를 창조하고 이와 연관된 원칙을 자신에게 부여하는 의지의 활동은 그 궁극적인 정당화의 원천을 자신 안에 갖는다. 의지가 실천이성의 원칙 아래 있다는 것은, 의지의 활동에는 언제나 규범적 정당화의 요구가 수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다른 모든 규범적 원리들을 정당화하면서 그 스스로의 정당성을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궁극적인 정당화의 원리가 의지의 순수한 형식으로 제시된다. 또한 의지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와 목적 역시 의지 자신으로서 나타난다.
둘째, 의지의 자기-동기화와 자기-정당화의 능력은 행위자의 예지적 성격과 유한한 경험적 성격과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칸트가 『윤리형이상학』에서 제시한 의지의 두 개념, 실천이성으로서의 ‘의지’(Wille)와 실행적 능력으로서의 의사(Willkür) 개념을 통해 이해되어야 한다. 『윤리형이상학』의 서론에서 칸트는 넓은 의미의 의지를 좁은 의미의 '의지'(Wille)와 의사(Willkür)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한다. 실천이성의 능력으로서의 ‘의지'(Wille)는 실천의 원리를 정당화하고 그것을 동기화의 근거로서 의사에 제공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의사는 ‘의지’에 의해 정당화된 근거로부터 동기화되어 행위를 실현하는 능력이다. 의지의 두 개념은 칸트 도덕철학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계기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적절한 해명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의지는 행위자의 마음 안에서 활동할 때, 그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주권적 개인으로 만든다. 동시에 의지는 고립된 자폐적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의지를 가진 주권적 행위자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고유한 타자관계의 차원을 함축한다. 본 논문에서는 이를 논의하기 위해 의지를 가진 행위자들의 상호관계에서 책임이 갖는 의미를 검토할 것이다. 이어서 자율적인 의지를 가진 인간의 실천적 숙고 과정에 주목하여, 행위자들의 상호관계가 어떻게 의지 능력의 공유에 근거할 수 있는지를 고찰한다. 그리고 ‘이성의 공적 사용’에 대한 논의를 의지 개념과의 연관 아래 해석함으로써 의지 개념의 사회 철학적 함의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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