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여성 서사만화 연구 :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강경옥 작품의 서사 특성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Female Story Comics of the 1980s : With a focus on the narrative characteristics of works by Hwang Mi-na, Kim Hye-rin, Shin Il-suk, and Kang Gyeong-ok원문보기
지금까지 여성 서사만화 연구는 대체로 연애 서사에 주목하여 분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여성 작가가 생산한 텍스트들은 ‘순정의 서사’ 즉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 하나로 단일 하지 않았고, 또 사랑 이야기가 다른 주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형식 혹은 장식으로 활용된 경우도 있었다. 하나의 문학 작품이 시대적 반영물이라 할 때, 당연히 여성 만화 작가의 텍스트도 시대와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1980년대 활동했던 많은 여성 작가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강경옥 등은 시대상을 기민하게 작품 속에 투영하고 있었으며, 이들이 창작한 몇몇 작품들은 단순한 반영에서 나아가 1980년대의 시대적 의제까지 제시하고 있었다고 본다. 따라서 본 논문은 이들이 1980년대에 창작한 작품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이를 면밀히 분석해 여성 서사만화의 서사적 특성을 규명해 보고자 했다. 본고에서는 페미니즘 ...
지금까지 여성 서사만화 연구는 대체로 연애 서사에 주목하여 분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여성 작가가 생산한 텍스트들은 ‘순정의 서사’ 즉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 하나로 단일 하지 않았고, 또 사랑 이야기가 다른 주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형식 혹은 장식으로 활용된 경우도 있었다. 하나의 문학 작품이 시대적 반영물이라 할 때, 당연히 여성 만화 작가의 텍스트도 시대와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1980년대 활동했던 많은 여성 작가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강경옥 등은 시대상을 기민하게 작품 속에 투영하고 있었으며, 이들이 창작한 몇몇 작품들은 단순한 반영에서 나아가 1980년대의 시대적 의제까지 제시하고 있었다고 본다. 따라서 본 논문은 이들이 1980년대에 창작한 작품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이를 면밀히 분석해 여성 서사만화의 서사적 특성을 규명해 보고자 했다. 본고에서는 페미니즘 인식론을 바탕으로 문화반영론의 시각에서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강경옥의 작품 중 1980년대 시대성을 반영한 작품의 스토리와 주제를 분석해 보았다. 또한 이들 작품에 나타난 젠더의식도 함께 살펴보았다. 분석을 위해 이들 작가의 작품을 둘러싼 1980년대의 정치 사회적 맥락을 살피고,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뽑아 당대의 사회상과 재맥락화 해 보았다. 분석결과 이들 작가의 작품은 <아르미안 네 딸들>이나 <별빛속에>처럼 판타지성이 강한 작품일지라도, 1980년대의 당대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시대상 반영은 단순히 소재 차원에서 머문 것이 아니라 작품의 주제 차원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미나와 김혜린은 ‘가상의 먼 나라’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1980년대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었던 민중‧민주화 운동의 분위기와 그 진행상을 작품 안으로 끌어왔다. ‘쿠데타’, ‘고문’, ‘금서’, ‘5월’, ‘학살’, ‘개혁’, ‘저항 운동’ 등의 단어가 언급되는 사건들이 스토리를 구성했다. <이오니아의 푸른 별>, <불새의 늪>, <엘 세뇨르>, <북해의 별>, <테르미도르> 등 혁명의 서사는 그 작품의 수에서도 많은 량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정치 상황의 분기점에 따라 작품에 반영된 주제의 초점도 조금씩 다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혁명의 주체는 남성 청년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당시 학생운동권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혁명가의 표상이 군인으로 등장하는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여성들은 혁명의 뒤안길에서 이들을 보살피는 돌봄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재현되어 있었다. 이는 당시 운동권 문화 내에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위치와도 같은 것이었다. 운동권의 하위문화로서 지적되는 ‘사나이 문화’는 그 가부장성을 강한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허구적 서사물인 여성작가들의 만화서사에서 남성 인물들은 그 외모에서부터 가부장성이 탈각되고, 남성 인물의 성격은 여성을 배려하는 양성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이러한 인물 형상은 여성 작가의 욕망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황미나와 김혜린은 공통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하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황미나의 경우에는 ‘경제적 평등’에 김혜린의 경우에는 ‘사상의 자유’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고 본다. 이러한 관심 사안은 한국의 현실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즘 서사에서 발현되었다. 황미나는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에서 경제성장의 그늘을 그려내며, 가난을 형상화했다. 이 작품은 당시 경제 풍속과 함께 사회적으로 열풍이 일어났던 스포츠(권투)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사유했다고 본다. 상업화되는 스포츠계에서의 인간성과 내면의 스포츠 정신에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 구조는 남성 작가의 작품(대표적으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등)에서 보이는 승자 대결 구도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황미나의 가난에 대한 천착은 단편 <사과 한 개>, <마지막 선물은 주지 마세요>등의 작품으로 나아갔다. 이 단편들에서 황미나는 빈곤 위에 얹혀있는 여성억압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빈곤 여성과 아동을 등장시킨 이 작품들은 비록 단편이지만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를 만화로 풀어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품들이라 하겠다. 김혜린은 <겨울 새 깃털하나>, <그대를 위한 방문객> 등에서 1980년대 표현이 억압당한 문학인의 고뇌를 풀어냈다. ‘가위눌림’에 시달리는 남성 문학인의 형상화는 전두환 정권의 폭압적 현실과 검열 가운데 글쓰기의 고통을 당하는 당대 문학인들의 모습을 매우 적실하게 묘사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여성인물은 기자로 등장하며 펜을 쥐고 문학인의 모습을 그려내는 역할을 가졌다. 앞서 김혜린 그렸던 북해의 별에서 보인 여성 인물 군에 비해 사회적 역할 부여가 있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1980년대 중‧후반기에는 한국 사회에서 제2의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다. 때마침 신일숙과 강경옥이 초능력을 가진 여성들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86년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발표되기 시작했고, 87년에는 <별빛속에>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고대 페르시아의 신화적 세계와 지구별의 먼 우주라는 공간의 확장, 모성 세계에서 펼치는 여성의 정치와 역사, 전쟁은 현실 가부장제에서 벌어지는 여아 낙태, 딸들의 운명을 문제시했다. 칼과 방패를 쥐고 자신의 운명과 싸우는 여전사 ‘샤르휘나’, 정치하는 여성 ‘마누아’ 등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매우 주체적인 신여성들이었다. 괴력의 초능력을 가진 ‘시이라젠느’의 끝없는 자기 탐색과 힘의 발현은 여성의 운명을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의 길을 보여준다. 여성을 공적 자리에 배치한 이 작품들에서 상대 남성인물들은 여성을 보좌하는 위치로 자리바꿈 한다. 1980년대는 고등교육의 대중화로 그 어느 때보다 교육열이 뜨거웠던 시대이자,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10대들이 새로운 문화주체로 등장하는 시점이었다. 강경옥의 <현재진행형>은 이러한 1980년대의 시대상을 매우 세밀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청소녀의 이미지가 사실적으로 재현되며 주체적인 목소리가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청소녀의 주체성을 서사화한 작품은 그동안 문학에서는 보기 드믄 서사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강경옥은 1980년대를 통과하며 시기별 떠오르는 사회적 의제를 순발력 있게 작품 안에 담아냈다. 이들의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던 것은 바로 당대의 시대의식이었다고 본다. 이들 작품 서사의 보편성은 여기에서 나온다. 혁명, 표현의 자유, 가난, 여성의 주체성, 10대 문화와 입시 등 이들이 서사의 소재와 주제로 삼은 것은 시대의 감성과 만나 많은 공감을 주었다. 이는 만화 독자의 확장에 기여했으며 매체에 대한 인식을 높여줬다고 본다. 한편으로 작가의 여성성은 서사의 특수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성 독자의 시각에 맞춘 화려한 배경과 다양한 젠더성을 가진 인물들의 성격은 여기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욕망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진취적인 신여성상은 여성 독자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았다. 만화의 서사성은 기존의 제도권 문학으로부터 소홀하게 취급받아왔다. 그러나 통상 코믹스라 불리우는 서사만화는 그 낮은 위상과 반비례하여 많은 독자를 확보하며 대중적 영향력을 점차 키워갔다고 할 수 있다. 대중성을 확장하게 하는 것은 바로 당대성의 수용과 반영에 있었다고 본다. 여성만화 작가들의 작품 또한 열외가 아니었다. 여성 작가들은 1980년대 사회 변혁 운동의 자장 아래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시대 상황에 대응하며 이를 작품 속에 투영하고 있었음을 작품 분석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1980년대에 등장한 여성 만화작가들은 만화사나 서사문화사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여성’이라는 특질로 묶여져 만화사의 한 부분으로 다뤄지며 그 내용도 압축되어 기술되어 왔다. 또 문학사에서는 서술 기호의 다름으로 별개의 장르로 치부되어 분석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나 만화를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시대성’과 함께 살펴볼 때, 문학과 비슷한 시대적 특질을 찾을 수 있었으며, 당대의 문화, 역사와 연계해 텍스트를 통한 문화사적 읽기가 가능해짐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여성 서사만화 연구는 대체로 연애 서사에 주목하여 분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여성 작가가 생산한 텍스트들은 ‘순정의 서사’ 즉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 하나로 단일 하지 않았고, 또 사랑 이야기가 다른 주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형식 혹은 장식으로 활용된 경우도 있었다. 하나의 문학 작품이 시대적 반영물이라 할 때, 당연히 여성 만화 작가의 텍스트도 시대와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1980년대 활동했던 많은 여성 작가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강경옥 등은 시대상을 기민하게 작품 속에 투영하고 있었으며, 이들이 창작한 몇몇 작품들은 단순한 반영에서 나아가 1980년대의 시대적 의제까지 제시하고 있었다고 본다. 따라서 본 논문은 이들이 1980년대에 창작한 작품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이를 면밀히 분석해 여성 서사만화의 서사적 특성을 규명해 보고자 했다. 본고에서는 페미니즘 인식론을 바탕으로 문화반영론의 시각에서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강경옥의 작품 중 1980년대 시대성을 반영한 작품의 스토리와 주제를 분석해 보았다. 또한 이들 작품에 나타난 젠더의식도 함께 살펴보았다. 분석을 위해 이들 작가의 작품을 둘러싼 1980년대의 정치 사회적 맥락을 살피고,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뽑아 당대의 사회상과 재맥락화 해 보았다. 분석결과 이들 작가의 작품은 <아르미안 네 딸들>이나 <별빛속에>처럼 판타지성이 강한 작품일지라도, 1980년대의 당대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시대상 반영은 단순히 소재 차원에서 머문 것이 아니라 작품의 주제 차원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미나와 김혜린은 ‘가상의 먼 나라’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1980년대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었던 민중‧민주화 운동의 분위기와 그 진행상을 작품 안으로 끌어왔다. ‘쿠데타’, ‘고문’, ‘금서’, ‘5월’, ‘학살’, ‘개혁’, ‘저항 운동’ 등의 단어가 언급되는 사건들이 스토리를 구성했다. <이오니아의 푸른 별>, <불새의 늪>, <엘 세뇨르>, <북해의 별>, <테르미도르> 등 혁명의 서사는 그 작품의 수에서도 많은 량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정치 상황의 분기점에 따라 작품에 반영된 주제의 초점도 조금씩 다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혁명의 주체는 남성 청년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당시 학생운동권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혁명가의 표상이 군인으로 등장하는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여성들은 혁명의 뒤안길에서 이들을 보살피는 돌봄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재현되어 있었다. 이는 당시 운동권 문화 내에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위치와도 같은 것이었다. 운동권의 하위문화로서 지적되는 ‘사나이 문화’는 그 가부장성을 강한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허구적 서사물인 여성작가들의 만화서사에서 남성 인물들은 그 외모에서부터 가부장성이 탈각되고, 남성 인물의 성격은 여성을 배려하는 양성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이러한 인물 형상은 여성 작가의 욕망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황미나와 김혜린은 공통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하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황미나의 경우에는 ‘경제적 평등’에 김혜린의 경우에는 ‘사상의 자유’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고 본다. 이러한 관심 사안은 한국의 현실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즘 서사에서 발현되었다. 황미나는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에서 경제성장의 그늘을 그려내며, 가난을 형상화했다. 이 작품은 당시 경제 풍속과 함께 사회적으로 열풍이 일어났던 스포츠(권투)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사유했다고 본다. 상업화되는 스포츠계에서의 인간성과 내면의 스포츠 정신에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 구조는 남성 작가의 작품(대표적으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등)에서 보이는 승자 대결 구도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황미나의 가난에 대한 천착은 단편 <사과 한 개>, <마지막 선물은 주지 마세요>등의 작품으로 나아갔다. 이 단편들에서 황미나는 빈곤 위에 얹혀있는 여성억압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빈곤 여성과 아동을 등장시킨 이 작품들은 비록 단편이지만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를 만화로 풀어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품들이라 하겠다. 김혜린은 <겨울 새 깃털하나>, <그대를 위한 방문객> 등에서 1980년대 표현이 억압당한 문학인의 고뇌를 풀어냈다. ‘가위눌림’에 시달리는 남성 문학인의 형상화는 전두환 정권의 폭압적 현실과 검열 가운데 글쓰기의 고통을 당하는 당대 문학인들의 모습을 매우 적실하게 묘사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여성인물은 기자로 등장하며 펜을 쥐고 문학인의 모습을 그려내는 역할을 가졌다. 앞서 김혜린 그렸던 북해의 별에서 보인 여성 인물 군에 비해 사회적 역할 부여가 있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1980년대 중‧후반기에는 한국 사회에서 제2의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다. 때마침 신일숙과 강경옥이 초능력을 가진 여성들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86년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발표되기 시작했고, 87년에는 <별빛속에>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고대 페르시아의 신화적 세계와 지구별의 먼 우주라는 공간의 확장, 모성 세계에서 펼치는 여성의 정치와 역사, 전쟁은 현실 가부장제에서 벌어지는 여아 낙태, 딸들의 운명을 문제시했다. 칼과 방패를 쥐고 자신의 운명과 싸우는 여전사 ‘샤르휘나’, 정치하는 여성 ‘마누아’ 등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매우 주체적인 신여성들이었다. 괴력의 초능력을 가진 ‘시이라젠느’의 끝없는 자기 탐색과 힘의 발현은 여성의 운명을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의 길을 보여준다. 여성을 공적 자리에 배치한 이 작품들에서 상대 남성인물들은 여성을 보좌하는 위치로 자리바꿈 한다. 1980년대는 고등교육의 대중화로 그 어느 때보다 교육열이 뜨거웠던 시대이자,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10대들이 새로운 문화주체로 등장하는 시점이었다. 강경옥의 <현재진행형>은 이러한 1980년대의 시대상을 매우 세밀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청소녀의 이미지가 사실적으로 재현되며 주체적인 목소리가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청소녀의 주체성을 서사화한 작품은 그동안 문학에서는 보기 드믄 서사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강경옥은 1980년대를 통과하며 시기별 떠오르는 사회적 의제를 순발력 있게 작품 안에 담아냈다. 이들의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던 것은 바로 당대의 시대의식이었다고 본다. 이들 작품 서사의 보편성은 여기에서 나온다. 혁명, 표현의 자유, 가난, 여성의 주체성, 10대 문화와 입시 등 이들이 서사의 소재와 주제로 삼은 것은 시대의 감성과 만나 많은 공감을 주었다. 이는 만화 독자의 확장에 기여했으며 매체에 대한 인식을 높여줬다고 본다. 한편으로 작가의 여성성은 서사의 특수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성 독자의 시각에 맞춘 화려한 배경과 다양한 젠더성을 가진 인물들의 성격은 여기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욕망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진취적인 신여성상은 여성 독자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았다. 만화의 서사성은 기존의 제도권 문학으로부터 소홀하게 취급받아왔다. 그러나 통상 코믹스라 불리우는 서사만화는 그 낮은 위상과 반비례하여 많은 독자를 확보하며 대중적 영향력을 점차 키워갔다고 할 수 있다. 대중성을 확장하게 하는 것은 바로 당대성의 수용과 반영에 있었다고 본다. 여성만화 작가들의 작품 또한 열외가 아니었다. 여성 작가들은 1980년대 사회 변혁 운동의 자장 아래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시대 상황에 대응하며 이를 작품 속에 투영하고 있었음을 작품 분석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1980년대에 등장한 여성 만화작가들은 만화사나 서사문화사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여성’이라는 특질로 묶여져 만화사의 한 부분으로 다뤄지며 그 내용도 압축되어 기술되어 왔다. 또 문학사에서는 서술 기호의 다름으로 별개의 장르로 치부되어 분석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나 만화를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시대성’과 함께 살펴볼 때, 문학과 비슷한 시대적 특질을 찾을 수 있었으며, 당대의 문화, 역사와 연계해 텍스트를 통한 문화사적 읽기가 가능해짐을 알 수 있었다.
주제어
#1980년대 여성 서사만화 여성 만화가 만화의 정치성 시대정신의 반영 혁명의 서사 여성 주체성
학위논문 정보
저자
김은혜
학위수여기관
전북대학교 일반대학원
학위구분
국내박사
학과
국어국문학(국어국문학)
지도교수
임명진
발행연도
2017
총페이지
viii, 175 p.
키워드
1980년대 여성 서사만화 여성 만화가 만화의 정치성 시대정신의 반영 혁명의 서사 여성 주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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