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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세기 전반 역병의 대유행 때 일본 조정의 불교의술 활용 사례를 통해 불교의술이 일본의 정치·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고찰한 글이다. 논지는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우선 8세기 전반 일본에서 발생한 역병의 양상 및 그에 대한 조정의 대응책을 검토하였다. 다음으로 불교의술의 활용 배경으로 승려들의 의료 활동 및 고묘황후의 지원과 같은 상황이 일본 사회에 주는 영향을 추론하였다.
먼저 735년 이전 역병의 양상에 대해 확인하였다. 그 결과 역병의 발생 사례는 총 32회였다. 이 역병들은 畿內 지역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크게 유행했지만, 735년 직전에는 유행지가 1~2國 정도로 크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735년부터 737년간 역병이 대유행하게 된 원인은 약 30년 동안 지역민의 세대교체로 인해 역병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부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근과 같은 재해가 동시에 발생하면, 그 피해는 더 커질 수 있었다.
735년부터 737년간의 역병은 모두 다자이후(大宰府)에서 시작하여 畿內 지역으로 확산되었으며, 평균 ...

이 글은 8세기 전반 역병의 대유행 때 일본 조정의 불교의술 활용 사례를 통해 불교의술이 일본의 정치·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고찰한 글이다. 논지는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우선 8세기 전반 일본에서 발생한 역병의 양상 및 그에 대한 조정의 대응책을 검토하였다. 다음으로 불교의술의 활용 배경으로 승려들의 의료 활동 및 고묘황후의 지원과 같은 상황이 일본 사회에 주는 영향을 추론하였다.
먼저 735년 이전 역병의 양상에 대해 확인하였다. 그 결과 역병의 발생 사례는 총 32회였다. 이 역병들은 畿內 지역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크게 유행했지만, 735년 직전에는 유행지가 1~2國 정도로 크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735년부터 737년간 역병이 대유행하게 된 원인은 약 30년 동안 지역민의 세대교체로 인해 역병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부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근과 같은 재해가 동시에 발생하면, 그 피해는 더 커질 수 있었다.
735년부터 737년간의 역병은 모두 다자이후(大宰府)에서 시작하여 畿內 지역으로 확산되었으며, 평균 사망률은 25~30%였다. 이 시기 역병의 종류는 痘瘡(천연두)으로 추정된다. 두창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공기전염도 가능했기 때문에, 높은 인구밀도가 분포한 畿內 지역에서 크게 유행할 수 있었다. 특히 737년에는 약 12명의 관인 사망 기사가 확인되는데, 그 중에는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후지와라 4형제도 포함되어 지배계층 역시 역병에 희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일본 조정의 역병 대응책은 大赦, 藥師·湯藥의 賑給, 神祇적 대응, 佛敎적 대응 등이 있었다. 그 중 불교적 대응책은 735년 이후에 두드러졌으며, 주로 경전 轉讀, 승려의 佛寺 출가, 경전 강의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때 사용된 경전 󰡔大般若經󰡕, 󰡔金光明最勝王經󰡕에는 불교의술에 관한 내용이 확인된다.
조정이 불교의술을 주목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 승려의 의료 활동이 영향을 주었다고 보인다. 불교의술은 불교의 전래와 함께 민간으로의 포교 수단으로 기능하였다. 당시 민간의 지지를 받았던 교키(行基)는 735년부터 737년간 布施屋이라는 치료시설을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더불어 735년에 귀국한 승려 겐보(玄昉)는 737년 쇼무천황의 모친인 후지와라노 미야코(藤原宮子)의 병을 치료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쇼무천황(聖武天皇)은 불교의술에 대하여 높은 신뢰감을 가졌을 것이다. 승려의 의료 활동을 계기로 조정은 불교의술 내용이 담긴 경전을 적극 활용하여 역병에 대응하였다.
한편 불교의술이 주목받고 활용되기 위해서는 배후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그 지원에는 고묘황후(光明皇后)와 8세기 전반 이후 일본에서 의약이 중요시되는 분위기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730년에 설치된 施藥院은 皇后宮職 소속으로 약물 관리 및 환자 施療를 하는 慈惠醫院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시약원 외에도 內藥司나 典藥寮 등의 국가 의료기구가 있었지만 큰 역할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시약원이 백성들을 대상으로 부각되었으며, 불교의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東大寺獻物帳󰡕 ｢種種藥藏｣이나 󰡔大日本古文書󰡕 ｢買新羅物解｣를 보면 일본에서의 의약물 중요도와 수입 비중을 유추해볼 수 있다.
735년부터 737년간의 역병의 대유행은 민심을 동요시키고 사회에 혼란을 가져왔다. 일본 조정은 이 같은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약화된 대민지배를 강화하고자 불교의술에 주목했다. 한편 불교는 역병의 대유행을 계기로 위상을 재정립하고, 크게 융성하였다. 불교계는 조정과의 연계를 통해 중앙과 민간으로 교세를 확장시킬 수 있었다. 더불어 불교의술은 8세기 전반 이후 많은 의학서의 편찬과 함께 고대 일본 의학의 발전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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