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애니메이션 창세기 첫 페이지의 오류, 그 기원과 수정

나호원

doi:10.7230/koscas.2016.45.417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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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미라 동굴의 다리 여덟 달린 멧돼지 벽화는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욕망을 보여주는 예로 제시되곤 한다. 그러나 여덟 개의 다리는 서로 다른 시기에 그려진, 이른바 더블 레이어의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애니메이션의 시원과 결부시키는 설명은 별다른 의문이나 검증, 출처의 인용 등이 없이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다. 여러 개의 다리를 움직임과 연결시키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시지각과는 무관하다. 그것은 특정한 시기에 발명된 움직임 표현 코드로 보아야 한다. 여기에는 19세기 후반에 시도된 연속촬영술, 그 중에서도 에티엔 쥘 마레의 시간사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련의 연속적인 움직임들을 하나의 프레임 속에 겹쳐서 인화한 마레의 사진술은 20세기 초에 뒤샹과 발라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의 회화 작업에 반영되면서 움직임 표현 코드로 형성되었다. 그 무렵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애니메이션 매뉴얼들도 움직임을 분석하고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레의 시간사진술 이미지를 도입하였다. 결국 다리 여덟 개의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움직임의 표현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의 시각 코드를 통해 과거를 바라보고자 하는 오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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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painting of Altamira cave "eight-legged wild boar" is often presented as a typical example of long-held desire of humanity for expressing movement. However, the eight legs are the product of so-called "double layer", of two paintings painted in different periods. Nonetheless, the explanatio...

The wall painting of Altamira cave "eight-legged wild boar" is often presented as a typical example of long-held desire of humanity for expressing movement. However, the eight legs are the product of so-called "double layer", of two paintings painted in different periods. Nonetheless, the explanation of Altamira cave paintings linking with the origin of animation is constantly reproduced without any particular doubt, verification or citation of sources. The fact of associating eight legs with movement is irrelevant to visual perception transcending time. This should be considered a movement expression code invented in a particular period of time. Sequential photography tried in the late 19th century, in particular, chronography of $\acute{E}tienne$-Jules Marey plays a crucial role in this. Marey's photography of which a series of sequence movements are overlapped in one frame and printed was reflected in painting works of artists including Duchamp and Balla in the early 20th century and formed as movement expression code. Animation manuals started to emerge from that period of time introduced the images of Marey's chronophotography as a way of analyzing and embodying the movement. In sum, the act of considering Altamira cave paintings of eight-legged wild boar as an expression of movement is an error intending to look at the past through today's visual code.

주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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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정의

이러한 질문들은 각각 별개의 답을 필요로 하기 보다는, 차라리 하나의 공통된 추리 과정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다. 우선 뒤샹과 발라가 유사한 표현법을 발휘하기 이전, 대략 9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가설 설정

첫째, 도대체, 왜 그 사이에는 공백이 있었을까? 인류가 원시시대부터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알타미라 동굴 이후로 (그리고 종종 덧붙여지는 여러 동굴벽화와 함께) 그러한 표현법은 사라졌던 것일까? 둘째, 왜 하필이면 1912년이라는 특정한 해에 두 개의 그림이 갑자기 등장한 것일까? 셋째, 비록 원시시대 화가들의 의도치 않은 협업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여덟 개의 다리는 정말로 뒤샹과 발라, 그리고 이후의 사람들에게 움직임 표현에 영감을 준 것일까?
첫째, 도대체, 왜 그 사이에는 공백이 있었을까? 인류가 원시시대부터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알타미라 동굴 이후로 (그리고 종종 덧붙여지는 여러 동굴벽화와 함께) 그러한 표현법은 사라졌던 것일까? 둘째, 왜 하필이면 1912년이라는 특정한 해에 두 개의 그림이 갑자기 등장한 것일까? 셋째, 비록 원시시대 화가들의 의도치 않은 협업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여덟 개의 다리는 정말로 뒤샹과 발라, 그리고 이후의 사람들에게 움직임 표현에 영감을 준 것일까?

제안 방법

무엇보다도 머이브릿지가 여러 대의 카메라를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한 프레임씩 찍어낸 반면, 마레는 처음부터 하나의 카메라를 사용하였다. 그의 첫 촬영술은 사진총(photographic gun)을 이용하였지만 마레는 사진총을 금세 폐기하고, 좀 더 발전한 촬영술을 개발하였다. 바로 시간촬영술(chronophotography)였다 (<그림 5>).
그렇다면 머이브릿지의 촬영술이 알타미라 동굴과 1912년의 작품들 사이를 채울 수 있을까? 머이브릿지는 연속촬영술을 통해 움직임을 포착했고, 그것을 주프락시스코프(zoopraxiscope)라는 장치를 통해서 움직이는 영상(정확히 말하면 움직임의 환영)으로 만들어냈다. 그런 점에서 이후 도래할 시네마토그래프 (cinématographe)를 예기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알타미라와 뒤샹, 벨라의 틈새를 직접적으로 채울 수는 없다.

성능/효과

사진 기술과 관련한 다양한 실험과 성취를 보여주는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부스의 간판으로 마레 본인의 촬영술인 “Chronophotographie”라는 제목을 취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대중적 소개를 통해 마레의 움직임 분석은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²⁾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대중들은 허공에 떠오른 말의 다리를 통해 움직임과 속도감을 소비하였을 테지만, 이제는 머이브릿지의 사진술과 더불어 마레의 시간사진술을 통해 광학적으로 포착한 이미지로 역동적 움직임을 파악하고, 즐길 수 있다. 뒤샹과 발라와 같은 20세기 아방가르드 아티스트가 별안간 동시에 유사한 움직임 코드를 회화적으로 활용한 배경에는 이렇게 대중에게 소개된 시간사진술 이미지가 놓여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1920년에 출판된 에드윈 럿츠의 『애니메이티드 카툰스Animated Cartoons』 중 ‘perspective runs’의 예시로 (<그림 9, 10>),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1925년 <월간 라루스Larousse Mensuel>에 “Dessins animes”의 설명으로 소개되었다.⁴⁾ 그리고 여기서부터 하나의 몸통에 여러 개의 팔다리를 덧붙여서 움직임을 나타내는 만화식 표현법도 나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
첫째, 도대체, 왜 그 사이에는 공백이 있었을까? 인류가 원시시대부터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알타미라 동굴 이후로 (그리고 종종 덧붙여지는 여러 동굴벽화와 함께) 그러한 표현법은 사라졌던 것일까? 둘째, 왜 하필이면 1912년이라는 특정한 해에 두 개의 그림이 갑자기 등장한 것일까? 셋째, 비록 원시시대 화가들의 의도치 않은 협업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여덟 개의 다리는 정말로 뒤샹과 발라, 그리고 이후의 사람들에게 움직임 표현에 영감을 준 것일까?

질의응답

핵심어	질문	논문에서 추출한 답변
	마레의 시간사진술은 왜 머이브릿지의 연속촬영술에 비해 대중화되지 못했는가?	마레의 시간사진술은 머이브릿지의 연속촬영술에 비하여 대중화되지는 못하였다. 마레가 운동생리학 연구에 전념한 반면, 머이브릿지는 자신의 촬영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레의 시간사진술 역시도 본래의 운동생리학 영역에서 벗어나 확산되기 시작한다.
	애니메이션의 태고적 기원을 '다리 여덟 달린 들짐승의 동굴벽화'로 두는 것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여기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의미가 부여된다. 하나는 움직임을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의 원초적 근원성, 다른 하나는 100년 남짓한 애니메이션 영화(animated film)의 태고적 역사성. 이 둘의 결합인 ‘선사 시대부터 기원한 움직이는 이미지’는 애니메이션을 기존의 이미지 재현(라이브 액션은 물론이고, 회화까지)보다 훨씬 앞서는 것으로 놓았다. 애니메이션 커뮤니티에게 여덟 개의 다리를 지닌 멧돼지 이미지는 인류 문명의 기원으로부터 하나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성상’(Icon)과도 같다.
	마레의 시간촬영술은 초기의 애니메이터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움직임을 새롭게 기록하는 법은 마레의 방식에 더 많이 의존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마레의 시간촬영술은 초기의 애니메이터 에게 단지 움직임의 표현 방법뿐만 아니라, 애니메이팅을 미리 분석하고 설계하는 과정, 나아가 그것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림 8>에서 볼 수 있듯, 일련의 동작을 프레임 단위로 분리시키지 않고, 하나의 움직임 궤적 위에서 각각의 변량만큼을 반영하여 오버랩 시키는 방식 말이다.

참고문헌 (8)

이마무라 다이헤이 (今村太平), 황왕수 역, 만화영화론, 다보문화, 1990
황선길, 애니메이션 영화사, 백수사, 1990
Deems Taylor, A Pictorial History of the Movies, Simon and Schuster, 1943
Donald Crafton, Emile Cohl, Caricature, and Film,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0
Edwin GGeorge Lutz, Animated Cartoons, Charles Scribner's Sons, 1920, reprinted by Applewood Book, 1998
Frank Thomas, Ollie Johnston, The Illusion of Life: Disney Animation, Hyperion, 1981
Marta Braun, Picturing Time: The Works of Etienne-Jules Marey (1830-1904),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2
Virgilio Tosi, Cinema Before Cinema: The Origins of Scientific Cinematography, A British Universities Film & Video Council Publication, 2005, Original Italian Edition in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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