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시대와 국제화 시대를 맞아 전 세계는 지금 ‘언어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정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언어전쟁은 자국어와 외국어의 전쟁, 경제강국의 언어와 경제약국의 언어, 전통문화 언어와 신생문화 언어의 전쟁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영어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나라에 있어서 이처럼 가공할 정도의 위력으로 대두되고 있는 이러한 영어와의 전쟁 외에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는 일본어와 한자어의 공격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요인으로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의 수적 증가와 한국의 경제적 발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모국어를 모르는 韓人들은 물론이고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과 세계 각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한국학과에서 효과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몇 가지 효과적인 방법을 세 가지로 나누어 제안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첫 번째는 화폐와 태극기의 활용이라고 볼 수 있다. 외국인이 한국사회에 왔을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고 사용하게 되는 것이 소위 말하는 ‘돈’이기 때문에 그것이 紙錢이든 銅錢이든 한국 화폐에 그려져 있는 문양을 제시하면서 그것에 얽혀 있는 여러 가지 배경을 설명한다면 아주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만원권에 그려져 있는 세종대왕의 초상화를 보여주면서 한글의 창제연도와 원리, 조선사회의 모습 등을 설명한다면 외국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한글의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기보다는 훨씬 더 용이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우리 나라의 거리 어느 곳에나 게양되어 있는 태극기를 활용하여 거기에 숨겨져 있는 음양사상, 사괘의 천지인 사상, 흰색의 의미 등을 친숙하게 한국의 전통사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화폐와 태극기를 통해서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시킨 다음에는 한국의 지도와 달력을 활용하여, 한국 사회의 현실과 한국인의 생활습관에 관련되는 한국어를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게 된 한국 사회의 과거의 역사, 거기에서 비롯되는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림, 이산가족의 문제 등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달력에 표시되어 있는 국경일과 휴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손쉽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10월 3일 ‘개천절’을 예로 든다면, 단군신화에 얽혀 있는 환인, 환웅, 단군으로 이어지는 천지인 합일의 의미와 곰과 인간의 관계 등을 외국인에게 좀더 흥미롭게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사상체계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여기에는 물론 국보와 보물에 관련되는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 사대문의 의미는 무엇이며 숭례문은 왜 남대문으로 되어 있다가 다시 숭례문으로 바뀌었는지, 명칭이 이렇게 바뀌게 되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는 무엇인지를 가르친다면, 외국에서 혹은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은 훨씬 더 용이하게 한국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를 더욱 강력하게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언어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사멸된다면 우리말의 정체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자국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유지하면서 외국어, 특히 영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정부차원에서의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간과해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언어전쟁의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사회도 외국의 이러한 노력에 버금가는 지원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그 일환으로 기본적인 단계에 해당하는 한국어의 효과적인 강의 방법을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