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Ⅰ. 연구 목적 및 방법
1. 당초 연구의 목적, 필요성 및 연구목표
물이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 산소와 함께 인간에게 물이 없는 삶이란 상상할수도 없을 것이다. 구석기시대의 불과 석기 사용이 인간으로서 삶의 시작이었다면, 신석기시대에 들어와 새로운 창조물인 토기의 사용과 농경의 시작은 인간다운 삶을 향한 거대한 진보였다. 인간의 이성이 점차 발달하여 자연 생태계의 최정점에 서게 된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그 생존을 근원적으로 뒷받침할 식량자원 개발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이 그다지 필요없는

Ⅰ. 연구 목적 및 방법
1. 당초 연구의 목적, 필요성 및 연구목표
물이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 산소와 함께 인간에게 물이 없는 삶이란 상상할수도 없을 것이다. 구석기시대의 불과 석기 사용이 인간으로서 삶의 시작이었다면, 신석기시대에 들어와 새로운 창조물인 토기의 사용과 농경의 시작은 인간다운 삶을 향한 거대한 진보였다. 인간의 이성이 점차 발달하여 자연 생태계의 최정점에 서게 된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그 생존을 근원적으로 뒷받침할 식량자원 개발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이 그다지 필요없는 신석기시대의 밭농사 체제는 수렵채집을 일정부분 뒷받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청동기시대 무렵부터 동아시아 각 지역에서 전쟁과 기근․한파 등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집단의 이동이 활발 해지고 여러 요인으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지역이 늘어나게 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식량 공급 시스템이 필요하게 되었다. 토지를 더욱 집약적으로 이용하여 식량생산을 증대시키는 체제가 바로 물을 이용하여 정착농경을 하는 水稻作의 도입이었다.
결국 인류역사에서 벼농사는 안정적인 식량 자원 공급의 필요성에 따라 자연스레 등장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으며, 집단 간의 경쟁이 격화되어 패권을 다투기 시작하는 청동기시대를 거쳐 고대․중세로 이어지면서, 효율적인 물의 관리 곧 “治水” 는 지역집단 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사업이 되었다.
그런데 벼농사는 치수사업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벼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청동기시대의 치수는 조그만 하천에 보를 만들어 물길을 관리하는 정도로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이용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보를 만드는 데는 그리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대 국가가 형성될 무렵부터는 대규모의 토지를 집약적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지속적으로 대량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곧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어두는 저수지가 필요하게 되었다.《삼국사기》에 A.D. 331년 백제가 축조되었다고 전하는 제방 길이 3.2km에 달하는 김제 벽골제는 그러한 대규모 저수지의 출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대한 물의 압력에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제방을 축조할 수 있는 고도의 토목기술이 필연적으로 필요하였다. 우리는 현대의 과학적인 설계와 공법으로 만들어진 제방이나 교량같은 토목구조물들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을 종종 보아왔다. 이에 비해 536년에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永川菁堤의 경우 지금까지 그수많은 풍파를 견디며 그대로 남아 있다. 이는 고대 토목기술이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섰음을 웅변하는 것이다.
청동기시대 이래 벼농사의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리 관개시설의 출현과 발달과정은 곧 당시 사회체제의 발달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서, 국가의 치수관개사업의 필요성이 고대 중국 전제국가 형성의 근저가 되었다는 칼 비트포겔의 ‘물의 이론(Karl A Wittfogel: 구종서 譯1991)’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계사적으로 문명의 탄생과 관개수리시설의 발달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즉 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수리시설의 발달이 곧 우리의 기본적인 삶을 뒷받침하는 근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제 벽골제가 1975년에 발굴된 이후(尹武炳1976), 수리시설이 고대 사회 유지의 근간임은 널리 인정되고 있지만 그 논의는 주로 축조시기를 해명하는데 머물러 있었으며, 축조기술은 거의 파악되지 못하였다. 1997~1998년에 당진 합덕제가 조사되면서 하부에 실물유기체와 점토를 깔고 그 위에 제체를 축조하는 기법 곧 “부엽공법”이 알려지게 되었다. 제방을 축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과 공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방 축조기술에 대한 논의는 이 부엽공법의 존재여부에 주로 머물러 있었다. 2007년에는 계명대학교에서 “韓․中․日의 古代水利施設比較硏究”를 주제로 학술회의가 개최되어(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 2007), 벽골제의 축조시기와 성격․상주 공검지의 조사성과․중국과 일본 수리시설의 현황 등이 발표되면서 동아시아 수리시설의 조사성과와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검토되는 계기가 마련되지만 문헌자료와 발굴조사된 유적의 수가 적어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조선 3대 제언 중 하나로 일컬어졌던 제천 의림지의 축조시기와 역사적 성격을 규명하기 위한 학술회의가 잇따라 열리고(충북대학교 중원문화연구소 2009:2010), 보성 조성리의 원삼국시대 洑와 울산 약사동의 신라 堤堰이 발굴된 것을 축조기술 및 수리와 제사의 관계를 본격 검토하는 심포지움도 개최(대한문화유산연구센터․우리문화재연구원 2010)되어 수리연구가 심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발굴조사를 통해 새로운 수리유적이 확인되고 그 성과를 검토하는 자리를 통해, 각종 수리시설의 축조시기와 그 역사적 배경과 가치, ‘부엽공법’을 위주로 한 축조기술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처럼 수리시설은 개인과 집단 나아가 국가의 생존을 뒷받침하는 근본이었지만, 과연 우리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 역사성과 의미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했던 것일까? 삼국시대는 지금의 대규모 댐[堤堰]과 같은 수리시설이 출현한 시기로서 역사적인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대규모 수리시설의 관개면적과 생산력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였으며 이전 시기에 비해 얼마나 향상된 것일까? 고대에 만들어진 수리시설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든 다양한 기술과 과학의 내용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또 문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세계 각지의 수리시설들과 비교하여 우리만의 특징과 보편성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본 연구는 이러한 다양한 의문에서 출발하여 이를 해결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다음과 같은 연구목표를 달성하고자 하였다.
첫째, 선사 시대 이래 근세까지 우리나라 수리시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그 발전단계를 파악하여 보고자 하였다. 청동기시대 이후 벼농사가 본격화되면서 소규모의 수리시설이 등장하게 되고, 고대국가단계에는 대규모 충적지의 개발과 그 궤를 같이하는 본격적인 대규모 댐[堤堰]이 축조되어 이후 근세까지 계속된다. 이처럼 선사시대 이래 수리시설의 발달과정과 축조 양상 등을 종합하고, 그 역사성과 의의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가 가능하게 된 것은 부족한 문헌자료를 보충해줄 수 있는 고고학적 수리유적들이 새로이 발굴조사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선사시대 이래 축조된 수리시설에 대한 고고학적 정보를 토대로 이러한 시설들이 과연 당시 사회의 생산력에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 수문학적인 관점에서 지리정보시스템 등을 이용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샛째, 주로 흙으로만 성토 축조한 고대 제언들이 어떻게 물이 새거나 무너지지 않고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지금까지는 저지대에 식물유기체를 포설하여 지반 안정성을 보강하거나 다양한 성토재를 이용하는 정도의 기술만 알려져 왔다. 현대의 댐과 비슷한 규모의 수리시설을 축조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측량부터 성토·수문 설치에 이르기까지 고대 사회 최고의 토목기술이 필요한 바, 과거의 토목기술들을 체계적으로 복원하여 어떠한 방법들이 적용되었는지 그리고
현대 과학기술에서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추적해본다.
넷째, 동아시아세계에서는 중국 안휘성의 안펑탕[安豊塘]에서 보이는 토목기술이 한국으로 전파(김제 벽골제)되고 이것이 다시 백제에 의해 일본열도[大阪狹山池]로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동아시아의 수리시설 축조기술은 지리적인 인접성만큼이나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지만, 각 지역마다 환경에 따라 독특한 수리체계를 갖추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水災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을 갖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수리체계의 특징을 비교대상으로 하여 우리나라 수리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이해하는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연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 문헌에 남아 있는 수리자료에 대한 분석은 “문헌사”에서, 유적으로 남아있는 수리시설에 대해서는 “고고학적 영역”에서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역사성을 부가할 수 있다. 그러나 수리시설이 갖고 있는 생산력에 대한 부분은 인문학보다 “농업수공-수문학”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또한 수리시설 축조기술은 기본적으로 토목기술이며, 특히 구조물의 안정성을 다루는 “토목-지반공학”분야와의 협업적 연구를 통해 그 기술들을 구체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번 공동연구는 역사학과 고고학·수문학·지반공학자들의 긴밀한 융합연구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목차 Contents

• 표지 ... 1
• 차례 ... 2
• Ⅰ. 연구목적 및 방법 ... 3
• 1. 당초 연구의 목적, 필요성 및 연구목표 ... 3
• 2. 당초 연구 내용, 범위 및 방법 ... 6
• Ⅱ. 연구수행 내용 및 결과 ... 7
• Ⅲ. 연구결과 활용계획 ... 19
• 1. 연구결과 활용계획 ... 19
• 2. 연구성과 ... 20
• Ⅳ. 참고문헌 ... 22
• 끝페이지 ...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