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연구팀에 의해 면역거부 반응 없는 치료용 배아줄기세포배양에 성공했다는 발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과학적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몇몇 타 장기세포로 분화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골수 이식과 같은 한정된 부분에서 주로 이용되어 온 성인 줄기세포와는 달리, 인간 배아 줄기세포 (human embryonic stem cell)의 배양 및 분화 기술은 21세기 가장 핵심적인 생명공학 기술 중의 하나이다.

배아 줄기세포는 인간의 210여 개의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만능 세포로, 분화가 억제되고 증식만이 가능한 세포를 말한다. 이들은 i) 초기 인간의 배아 연구뿐만 아니라, ii) 장기이식이 아닌 고장난 장기의 병든 세포를 대체하는 세포 대체요법 (cell replacement therapy) 을 통해 난치병으로 알려진 파킨슨씨병, 알츠하이머병 (노인성 치매), 척추손상에 의한 사지마비, 중풍, 소아당뇨병, 심근경색, 간경화 등의 질환치료와, iii) 신규 성장 인자 및 의약 개발에 널리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의료·생명공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기술은 ⅰ) 줄기세포를 분화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배양할 수 있는 배양 기술과 ⅱ) 필요할 때에는 원하는 조직세포로의 분화를 유도할 수 있는 기술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국외에서도 일부 연구자들만이 성공할 정도로 매우 어렵고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이번에 획기적 연구성과를 이룬 서울대 황우석 교수 연구팀과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외에 몇 안 되는 기관에서만 연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배아줄기 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은 네 가지가 있다. i)신선 배아 혹은 ii) 폐기처분될 냉동잔여 배아를 녹여 이용하는 법, iii) 인간의 체세포 핵을 핵을 제거한 동물 난자에 이식하는 이종(異種)간 핵이식 기술과, iv) 역시 핵을 뺀 인간 난자에 이식하는 동종(同種)간 핵이식 기술이다. 신선 혹은 냉동잔여 배아로부터 얻어진 줄기세포는 윤리적인 면에서 좀 더 자유스럽지만, 환자에게 이식시 면역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윤리적인 이유로 현재까지는 5년 이상 된 폐기처분될 냉동잔여 배아를 이용하는 방법에 국한되어 연구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환자 자신의 체세포 핵을 동물 혹은 인간 난자에 이식하는 이종 (반수반인 탄생 우려로 반대가 심하지만 자궁에 이식되더라도 원천적으로 개체발생이 불가능함) 혹은 동종간 핵이식 기술의 경우 복제된 배아로부터 얻어진 줄기세포는 자신의 유전물질을 거의 완벽하게 갖고 있어 환자본인에게 이식했을 때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없는 치료용 세포를 얻을 수 있는 치료법으로 모든 과학자들이 꿈꾸고 있는 연구분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이미 수년 전 폐기처분될 냉동잔여 배아로부터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줄기세포를 만들어 미국립보건원에 등록한 바 있는 필자마저도 치료용 배아복제를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엄청난 의학적, 의료적 효용성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국내연구진에 의해 발표된 면역거부반응이 제거된 배아줄기세포배양 성공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엄청난 과학적 쾌거로 평가된다. 그러나 극복되어야할 문제점 또한 제기되고 있다. 눈부신 복제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동종간 체세포핵이식 배아로부터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선 i) 많은 인간의 난자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며, ii) 면역거부반응이 해결된 줄기세포 배양기술이 확립되었다고 하나 수많은 각종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분화배양기술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줄기세포 연구가 보건 복지부 (바이오보건기술개발사업) 와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런티어사업 중 하나로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선정) 등에서 향후 연구하고 투자해야할 국가기간산업 항목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현재까지 우리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왔고 앞으로도 향상시켜줄 것으로 기대되는 기초생명과학 분야 및 체세포를 통한 복제기술이, 단지 인간복제라고 하는 악영향만을 우려한 나머지 전반적으로 위축을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된다.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생명윤리법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불임센터에서 5년 이상 되어 폐기처분될 냉동 잔여배아 중, 환자동의를 받은 배아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장기 기증용 복제인간과 같은 생명복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수많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세포치료 차원의 연구로서 특히, 수정 후 2주 이내의 배아에 대해 의학 발전을 위한 기초적 연구와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려는 목적의 연구는 국가차원의 부수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진행돼야 할 것이다. 반면에 절대 다수가 우려하는 인간자체의 복제 (reproductive cloning) 에 관한 연구는 엄격한 정부차원의 법령 하에서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향후 엄청난 의학적, 의료적 효용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되어 이 법에서도 허용하고 있고 이번에 성공한 체세포 복제기술을 통한 난치병 치료차원의 치료용 배아복제 (therapeutic cloning)의 연구문제는 그 연구의 입안과정 전후뿐만 아니라 중간과정에서의 확인과 연구절차를 확립하고, 연구기준에서도 공개적인 논리와 토론을 거침으로써 폭넓고 심도 있는 전 국민의 합일된 의견수렴이 선행된 뒤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