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경향신문 기자]다윈의 진화설이 서구 과학계에서 비판을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과학계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성규교수(인하대 인문학부 객원교수)는 29일 서울대에서 열린 전국역사학대회 과학사분과 학회에서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유전자 개념의 역사’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1900년대를 전후한 약 30년동안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거의 몰락할 정도로 위기를 겪은 시기가 있었는데 197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시 한번 격렬한 도전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를 `다윈진화론이 붕괴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우리나라 학계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다윈의 이론이 위협받는 증거는 여러 가지다. 먼저 일본의 세균학자 니카하라는 세균에서 돌연변이가 특정 시기에 집단적으로 일어남을 밝혔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에 따르면 돌연변이는 개체 차원에서 우연히 일어나고 자연이 이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실험에서는 수은이 있는 환경에서 수은내성균이 갑자기 많이 나타나고 유당이 많은 환경에서 유당을 분해하는 대장균이 대량으로 생긴다. 이는 생물 스스로가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환경에 맞는 형태로 스스로를 변화시킴을 의미한다.



또 미국의 생물학자 마굴리스는 진핵세포가 원핵세포에서 진화한 게 아니라 원핵세포 몇개가 뭉쳐 공생하면서 진핵 세포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발견했다. 미 MIT대학의 생물학자 켈러는 발생과 진화에서 유전자에 주어진 과도한 역할을 반대한다. 최근 분자생물학적 연구에서 단백질의 변화가 RNA로 피드백되는 현상이 발견됐다면서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대로 개체가 태어나고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고생물학자인 굴드는 “다윈 이론에 따르면 진화는 연속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화석을 보면 종과 종 사이의 중간형태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체 차원에서 끊임없는 변이와 생존경쟁의 결과로 진화가 계속된다기보다는 일정 시간동안 종의 안정상태가 유지되다가 어느 시점에서 집중적으로 변이가 일어나 신종이 탄생한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1970년이후 현재까지의 30년이 다윈진화론이 붕괴되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보고 있다. 특히 1990년대들어 다윈진화론에 반하는 논문들이 주요 학술지에 게재되며 힘을 얻어가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교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다윈을 괴롭혔던 학계의 장벽이 지금은 다윈진화론을 너무 강고하게 옹호하고 있어 비판론자들이 목소리를 죽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특히 다윈진화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국내 학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기무라, 이마니시 등 다윈이론과 다른 진화론을 내놓는 학자들이 있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서구보다도 더 다윈진화론이 신성시되고 있다”며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학설을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