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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정교한 물시계, ‘자격루’

2006-11-23



조선시대의 통행금지-인정과 파루




12월 31일 자정, 사람들은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서른세 번의 종소리를 마음속으로 따라 세어보며 새해의 소망과 계획을 가슴에 새겨 두기도 한다.



지금은 일년 중 12월 31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본래 보신각 종은 밤 10시 인정(人正)과 새벽 4시 파루(罷漏)에 도성문을 닫고 여는 것을 알리던 종이었다. 인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도성문이 닫혀 다시 열리기 전까지는 순라군이 순찰을 돌며 어두운 밤길을 헤매는 사람들을 단속했다고 한다. 인정과 파루는 조선의 통행금지시간을 알리는 소리였던 셈이다.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시각에 따라 스스로 알릴 수 있는 시계’를 만들도록 하라!




세종대왕이 즉위해 있을 시절, 당시의 시계가 정확하지 못해 이것을 지키는 사람들이 시각을 알리는 데 종종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은 장영실을 불러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시각에 따라 스스로 알릴 수 있는 시계’를 만들 것을 명하였다. 임금의 명을 받은 장영실은 김 빈과 함께 시각을 맡을 나무 인형을 만들어 물시계를 지키는 관리의 노고를 덜어 주도록 자격루(自擊漏)를 만들었다. 세종 15년(1433년)에 완성된 자격루는 일명 ‘자동시보장치’를 지닌 매우 정교한 물시계이다. 자격루라는 이름은 자격궁루(自擊宮漏, 스스로 치는 궁궐시계)에서 연유한다.



정해진 시각마다 십이지신 모양의 나무인형이 팻말을 가지고 나와 시각을 알려주고 종, 북, 징이 저절로 울리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지 않아도 정확한 시각을 알 수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데다 편리하기까지 한 자격루의 완성에 자부심을 가진 세종은 1437년 7월 1일부터 자격루를 국가의 표준시계로 사용할 것을 지시했다.



자격루를 표준 시계로 쓰게 되면서부터 인정과 파루의 시각은 이 시계에서 알려주는 시보에 따르게 되었다. 광화문에 큰 종과 북을 세우고 자격루의 시보인형이 치는 종과 북소리를 듣고 대종고를 울리면 종루의 종지기들이 여기에 맞추어 인정과 파루의 종을 쳤다. 물시계는 정교하게 만들어져 보수 유지와 관리가 어려웠기 때문에 궁궐 안에 설치해두고 서운관이 시간 관리를 맡았다.




자격루의 구조와 작동방법





옛 기록에 보면 세종 때의 자격루는 물 보내는 그릇인 파수호(播水壺) 4개, 물 받는 그릇인 수수호(受水壺) 2개로 이루어져 있다. 물이 들어오는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크고 작은 파수호 4개를 나란히 배열하였고 두 개의 수수호를 번갈아 사용함으로써 하나의 수수호가 다 차서 물을 비우는 동안에 다른 수수호에 물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각각의 수수호에는 하루를 12시 100각으로 등분한 두 개의 부전을 역시 번갈아 사용했다. 부전(浮箭)은 수수호 안에 띄우는 살대인데 계절에 따라 사용하는 부전의 길이가 달랐다. 물이 수수호에 차고 살대가 떠올라 일정 높이에 도달하여 미리 장치해 놓은 격발장치를 건드리기만 하면 쇠구슬이 굴러 내리고 그 쇠구슬은 다른 장치들을 건드려서 여러 장치를 움직이게 한다.




조금 복잡하지만 왼쪽의 그림을 보면 그 움직임을 자세히 알 수 있다. 큰 구슬(A)이 통로를 지나 아래로 떨어지면 단통(B)을 지나 숟가락 모양의 격발장치인 기시(C)를 젖혀, 여기에 연결된 기구의 한 쪽 끝(D)이 통으로부터 올라와 사진목인(P)의 팔뚝을 작동시켜 종을 친다. 동시에 격발장치 기시(C)와 연결된 쇠줄은 원기둥(E)에 부착된 통(F)의 밑 부분에 설치된 작은 문짝(H)을 위로 당겨주어 앞서 횡목의 북단(N)을 누르고 있는 쇠공(M)이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에 따라 횡목의 남단(S)이 낮아지고 시각을 알리는 팻말을 든 인형(K)이 밑으로 내려오게 된다.



자격루가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은 부력과 운동에너지이다. 부력에 의해 떠오른 부전으로 얻은 에너지를 쇠공의 낙하에 의한 운동에너지로 바꾸어 시보장치를 작동시킬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연속적인 물의 흐름(아날로그 신호)을 정해진 시간 간격에 따라 불연속 신호(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나타낸다.




더 정교한 시계로 임금의 뜻을 나타내다




물시계에 대해 세종이 칭찬을 많이 하자 장영실은 4년 뒤 더 정교한 시계 겸 천문장치로 ‘옥루’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농부의 농사짓는 모습, 선녀가 방울을 들고 나타나는 모습 등 보다 다양한 동작의 인형이 나타나고 사라지게 하였다. 특히 옥루에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천체의 모습도 함께 표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격루가 국가 표준의 시계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옥루는 조선의 임금인 세종의 뜻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장치이다. 김 돈의 『흠경각기』를 보면 옥루를 보는 제왕으로서의 세종의 관점이 잘 드러나 있다. 세종 14년부터 19년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천문의기와 해시계, 물시계 제작의 결정판이 바로 옥루이다. 세종은 당시의 사업이 중국의 어느 천문의기와 시계들보다도 훌륭한 것이었다고 자부하면서, 옥루와 같은 기구의 제작을 통해서 과거 요, 순, 탕왕, 무왕에 버금가는 치세를 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잃어버린 자동시보장치




자격루는 제작된 지 21년 만인 단종 3년(1455) 2월에 자동 시보장치의 사용이 중지되고 말았다. 장영실이 세상을 떠난 이후 고장 난 자동장치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격루를 수리하려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 자격루가 만들어진 지 백여 년 만인 중종 31년(1536) 6월에 비로소 새 자격루가 완성되었다. 현재 덕수궁에 보존되어 있는 자격루의 유물들은 바로 이때 개량된 것이다. 그나마도 남아 있는 것은 세 개의 파수호와 두 개의 수수호, 그리고 부전뿐이고 자동시보장치의 정밀한 부품들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건국대학교 남문현 교수팀은 1990년부터 꾸준한 연구를 거듭하여 현재 자격루의 잃어버린 부품들을 거의 완성했으며, 자격루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한다. 그동안 자격루의 외형은 여러 차례 복원되었으나 전통 방식 그대로 작동하는 자격루의 복원은 처음인지라 매우 기대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랑스러운 유산, 자격루




자격루는 뛰어난 기술을 토대로 이룩된 하나의 자동화 시스템이었다. 과학기술이론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이지만 오늘날에 평가해도 매우 탁월한 장치라 할 수 있다. 특히 정밀한 시간 측정 기술과 자동 시보 시스템에서 우리네 조상들의 훌륭한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시간이 되면 저절로 인형이 나오고 북과 징을 치는 기구란 지금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건이다.



자격루의 제작 배경을 들여다보면 시계가 있어서 시간을 측정하게 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측정할 필요에 의해 시계를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시계는 왕권과 질서의 상징이며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자격루는 조선조의 과학기술을 이끈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 참고 >


국조역상고, 서호수·성주덕·김영, 2004, 소명출판.

민족과학의 뿌리를 찾아서, 박성래, 1993, 동아출판사.

한국사에도 과학이 있는가, 박성래, 1998, 교보문고.

한국의 물시계: 자격루와 제어계측공학의 역사, 남문현, 1996, 건국대학교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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