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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 시절, 미국과 첨예한 우주경쟁을 벌였던 러시아는 우주공간에서 장기체류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 미르호(2001년 3월 폐기)를 띄워놓고 미국보다 앞선 우주기술을 과시했다. 우주공간에 15년 동안 머물며 지구를 8만6천320바퀴 회전한 미르호에는 12개국 104명의 우주인들이 다녀갔다.
지구 밖에서 생활하는 이들 우주인은 과연 신체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미세중력이 작용하는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들은 단지 외형뿐 아니라 몸속에서도 신체의 변화를 겪게 된다.
무중력 상태가 인체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미국과 러시아 과학자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인간이 무중력 상태에 노출되면 근육 퇴화, 칼슘 배출의 이상에 의한 골다공증, 심장박동의 이상 등이 발생한다. 또한 생체시계 이상에 의해 노화도 촉진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을 통해 우주시대를 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우주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큰 관심사다. 이를 위해 한국 우주인은 건국대 생명공학과 조경상 교수가 제안한 ‘초파리를 이용한 중력반응 및 노화유전자 연구’의 전문 과학실험을 우주공간에서 진행하게 된다.
우주실험의 필수품, 초파리
과학자들이 우주실험과 관련해 초파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초파리의 중력에 대한 특이한 반응 때문이다. 초파리는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음성 주지성’을 갖고 있다. 음성 주지성은 식물의 경우 흔히 볼 수 있는데, 화분을 옆으로 놓으면 줄기는 위로 뿌리는 땅으로 자란다.
초파리의 경우 음성 주지성으로 인해 본능적으로 위로 날아 올라간다. 미로처럼 생긴 유리관에 초파리를 넣고 앞쪽에서 강한 빛을 쪼이면 정상 초파리는 빛이 오는 방향의 위쪽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유전자 돌연변이 초파리는 빛을 향해 가지만 미로의 중간쯤으로 모인다. 빛은 느끼지만 중력을 못 느끼는 것이다. 이상의 사실에서 초파리에 중력에 반응하는 유전자가 있고 생체 시계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중력을 못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초파리가 관심을 받는 또다른 이유는 초파리의 수명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초파리 우주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이 결과 노화가 촉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선을 타고 갔다 온 초파리는 지구에서 30일 밖에 못산 것이다. 우주생활이 수명을 두 배로 빨리 단축시킨 것이다. 평균 수명이 70세인 사람이 우주에 몇 년 갔다 오면 지구에서는 35세 밖에 못살 수도 있는 것이다.
건국대 조경상 교수는 “초파리는 평균 수명이 60〜100일 정도다. 따라서 초파리는 우주에 8일 정도 있어도 평균 수명 70세인 사람이 10여 년 우주공간에 머물렀던 것과 같은 실험효과를 볼 수 있다”며 “초파리는 우주공간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한다.
초파리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초파리의 몸체는 약 3mm로 우주선 같은 좁은 공간에서도 손쉽게 사육이 가능하다. 또한 빠른 기간에 많은 개체수를 만들 수 있어 통계 처리가 용이하다. 수년 사는 쥐보다 노화 측정이 용이한 것이다. 이외에도 초파리 전체 유전자 1만3천개 유전자 정보가 모두 알려져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조 교수는 “실험용 동물 하면 으레 쥐나 원숭이를 떠올리지만, 초파리도 거의 1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실험 재료”라며 “초파리는 다른 실험동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무게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는 우주선에 탑승시키기에도 부담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초파리는 무중력 상황에서 날 수 있을까? 정답은 더 빨리 난다는 것이다. 초파리 연구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중력에 반해서 나는 초파리는 본능적으로 위로 나는데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초파리의 유전자는 그 기준점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기준점을 찾아서 유전자가 막 헤매는 일이 벌어지고 더 빨리 날게 된다.
이상의 이론을 통해서 조 교수는 다음과 같은 연구가설을 세웠다.
첫째, 무중력(미세중력) 상태에서는 중력 발현 유전자들의 발현이 변화해 정상 초파리의 경우, 중력을 찾기 위해서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하지만 중력 둔감 초파리의 경우, 우주의 미세중력에도 반응하지 않아 중력 반응 유전자의 발현이 불변, 혹은 소량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미세 중력상태에서는 지구보다 노화가 촉진되므로 노화 유전자들의 발현이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앞지를 좋은 기회
지난 2003년 2월 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공중 폭발은 우주개발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미국 우주개발의 총본산인 나사(NASA)는 우주왕복선 계획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 미국의 우주실험도 전면 중단됐는데, 여기에는 초파리 연구도 있었다.
“컬럼비아호의 폭발사고 이후 미국의 우주연구가 완전히 멈췄다. 그 결과, 선진국의 초파리에 대한 우주 연구는 유전자 측면에서는 아직 진전된 것이 없다. 그래서 이번은 아주 좋은 기회다. 미국보다 먼저 우주실험을 통한 초파리의 유전자 변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호기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무중력이 생체에 미치는 연구결과는 노화 및 성장이상, 불면, 생체시계 교란, 근육, 골격, 심장이상 등 외형적인 차원일 뿐이다. 그러나 초파리 실험은 유전자 단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지상 실험은 돌연변이 하나당 수십 마리씩 실험을 해야 하는 엄청난 번거로움을 수반한다. 초파리 유전자가 1만3천개이므로 10번만 실험을 해도 13만 번을 실험해야 된다.
“초파리의 지상실험은 엄청난 노동과 시간을 요한다. 돌연변이 유전자가 많을 경우 죽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상 실험은 몇 개의 연구결과를 밝혀냈지만 한계를 갖고 있다.”
우주에서 초파리 실험을 하게 되면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던 1만3천 개의 유전자가 중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다. 노화촉진도 왜 늙는가 하는 그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세중력에 대한 적응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특수 용기 개발부터 시작
조 교수 연구팀은 우주선이 발사될 내년 4월 8일 전까지 모든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우선, 굉장한 압력과 무중력에 견딜 수 있는 관병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관병이란 초파리를 담는 병이다. 관병이 중요한 이유는 우주선 발사 시에 로켓의 엄청난 분사력으로 인해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되는데 길이 3mm, 평균 수명 60일의 초파리가 자칫 죽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발사 시에 초파리가 모두 죽는다면 이 실험은 말짱 헛일. 따라서 조교수는 미리 초파리에 대한 압력 실험부터 실시해서 초파리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관병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
“우주선 내부에서 미세한 실험은 곤란하다. 전기장치도 없고 지구의 실험실 상황과 다르다. 또 둥둥 떠다니는 상황에서 자칫 초파리가 날아가면 우주선에서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주인이 직접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 우리가 준비한 샘플을 우주에 가져갔다가 그대로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우주에 관한 한 아직 모든 것이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주선진국인 러시아 사람들에겐 간단한 일도 처음 하는 우리들에겐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게다가 러시아 당국은 초파리를 몇 번 보낸 적이 있지만, 관병에 대한 정보조차 주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것을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데 그들은 굉장히 까다로운 검사를 요구한다. 이 초파리 실험장치가 독성을 갖고 있는지도 의심한다.”
물론, 이는 상호 간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 과제에 대한 성공여부만 관심을 갖고 있지만 러시아 우주당국은 자국의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에 대한 안전여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관병이 폭발하면 초파리 시체와 함께 먼지나 액체가 둥둥 떠다니게 되는데 우주정거장에는 아직 제거 기술이 없다고 한다. 만약에 이런 이물질들이 우주정거장의 기계에 끼게 되면 고장의 원인이 되고 우주정거장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조 교수는 보고서를 10개나 준비하고 테스트도 두 번 세 번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제에 대한 조 교수의 의지는 남다르다. 이유는 초파리 우주실험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멈춘 과제이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 과제를 정말 최초로 성공시키고 싶다”고 피력할 정도로 강한 열망을 보였다.
저자 | 조행만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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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사이언스타임즈 |
출처 | https://www.sciencetimes.co.kr/?p=41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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