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quire{mediawiki-texvc}$

연합인증

연합인증 가입 기관의 연구자들은 소속기관의 인증정보(ID와 암호)를 이용해 다른 대학, 연구기관, 서비스 공급자의 다양한 온라인 자원과 연구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여행자가 자국에서 발행 받은 여권으로 세계 각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연합인증으로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는 NTIS, DataON, Edison, Kafe, Webinar 등이 있습니다.

한번의 인증절차만으로 연합인증 가입 서비스에 추가 로그인 없이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연합인증을 위해서는 최초 1회만 인증 절차가 필요합니다. (회원이 아닐 경우 회원 가입이 필요합니다.)

연합인증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초이용시에는
ScienceON에 로그인 → 연합인증 서비스 접속 → 로그인 (본인 확인 또는 회원가입) → 서비스 이용

그 이후에는
ScienceON 로그인 → 연합인증 서비스 접속 → 서비스 이용

연합인증을 활용하시면 KISTI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식물도 기억을 할 수 있을까?

2010-08-11

언뜻 생각할 때 황당해 보이는 이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상추쌈을 싸 먹을 때 조금 꺼림칙할 수도 있겠다. 얘가 먹히고 있는 이 순간에도 지금 상황을 기억한단 말이지? 뱃속에 들어갔을 때 나쁜 화학물질을 만들어 보복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식물도 신경이 있을까?




이 학설을 내놓은 연구진의 논문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어려운 용어는 빼고 핵심 내용만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그들은 애기장대라는 식물에 광합성을 하는 데 필요한 수준보다 더 강한 빛을 쬐었다.
식물은 남는 빛 에너지를 어떻게 했을까? 일부는 열로 방출되었지만, 연구진은 식물이 남는 에너지를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데 쓴다고 했다. 게다가 식물은 빛의 세기와 파장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것은 동물의 눈이 빛의 세기와 색깔을 구별할 수 있는 것처럼, 식물의 잎도 빛의 세기와 색깔을 구별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게다가 이 반응은 멀리 떨어진 잎으로 전달되는 등 식물 전체로 전달되었고, 밤이 되어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연구진은 빛에 관한 정보가 광전기생리학적 신호 전달 과정을 통해 식물 전체로 퍼진다고 말한다. 동물의 신경계가 전기 자극을 전달하듯이, 유관속초라는 세포가 이런 신호를 전달한다고 말한다. 식물 세포든 동물 세포든 세포는 막을 지니고 있으며, 이 세포막은 각종 이온들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 그래서 세포 안과 밖에 이온들의 농도 차이가 생긴다.
세포막이 자극을 받아 농도가 높은 쪽에 있던 이온들이 농도가 낮은 쪽으로 왈칵 흘러들면, 전기 펄스가 일어난다. 이것을 활동 전위라고 하는데, 활동 전위는 세포막의 다른 부위로 연속적으로 전해지면서 신호를 전달한다. 신경계의 신호도 이 방법으로 전달된다.
식물 세포도 이런 활동 전위를 지닌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거의 연구가 되어있지 않다.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동물과 달리 식물은 신경계가 없고 신경계를 통해 신호가 빠르게 전달되어 빠른 반응을 보이는 일이 없으니까, 활동 전위가 필요할 일이 없지 않겠는가.


찰스 다윈도 파리지옥에 매료돼



물론 예외는 있다. 식충식물인 파리지옥과 건드리면 즉시 잎을 오므리는 미모사가 대표적이다. 찰스 다윈도 파리지옥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는 파리지옥을 “가장 강하지도 가장 지적이지도 않지만 가장 잘 반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파리가 20초가 지나기 전에 파리지옥의 잎 가장자리에 있는 털 두 개를 연달아 건드리면, 0.3초도 되지 않아 양쪽의 잎이 순식간에 닫힌다. 바로 이 과정에 활동 전위가 관여한다.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사항이 많긴 하지만, 아무튼 파리가 털을 자극하면, 활동 전위가 양쪽 소엽을 잇는 경첩 부위의 세포들로 전달된다. 그러면 경첩 등쪽의 세포가 부풀면서 잎이 닫힌다.
이렇게 유용한 활동 전위를 다른 식물들은 왜 이용하지 않을까? 카르핀스키 연구진은 그 동안 식물학자들이 이 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본다. 식물은 실제로 활동 전위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더 나아가 그것을 입증하는 실험도 했다. 식물에 강한 빛을 쬔 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시키자, 그 식물은 그런 빛을 쬐지 않은 식물보다 감염에 더 저항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진은 식물이 빛의 정보를 광전기생리학적 신호 전달을 통해 기억하고, 그 정보를 이용하여 면역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본다. 게다가 빛의 특성을 계절별로 파악하여 각 계절에 나타나는 질병에 맞는 면역 방어 체계를 갖춘다고 말한다. 그런 식으로 식물은 환경의 변화에 반응하면서 생존 기회를 높여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식물은 그저 겉으로만 움직이지 않을 뿐이지, 실제로는 동물 못지 않게 환경에 빠르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생물인 셈이다. 흠, 연구진의 주장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점점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질 사람이 많을 듯하다.


환경 변화에 맞춰 적절히 행동 변화



연구진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뇌도 신경계도 없는 식물이 어떻게 빛의 세기와 파장을 기억하고 그것을 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살아남는 데 이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스스로 제기하여 해답을 찾아냈다. 바로 식물이 지능을 지닌다고 말이다. 물론 자기가 뭘 하는지 안다는 의미의 인간의 지능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식물의 지능 개념을 깊이 파고든 사람은 에든버러대의 앤서니 트레워버스이다. 그는 ‘개체의 생애에 나타나는 적응적인 가변 행동’을 식물에 적용할 수 있는 지능 개념이라고 본다. 즉 환경 변화에 맞추어 적절히 행동을 변화시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융통성을 보이는 것이 지능이라는 것이다. 식물은 아래로 곧장 뿌리를 뻗다가 돌을 만나면, 옆으로 방향을 돌린다. 또 옆으로 가지를 뻗다가 그늘임을 알아차리면, 다른 쪽으로 가지를 뻗는다. 이런 융통성은 자신의 환경을 파악하고 기억하며 그에 따라 적절히 반응함으로써 나타난다. 그러니 식물이 지능을 지닌다고 말해도 큰 무리가 없지 않나?

그렇다면 식물의 지능은 어디에 들어 있을까? 동물의 지능은 뇌에 들어 있다. 하지만 식물에는 뇌 같은 것이 없는데? 여기서 연구진은 세포 자동자(cellular automaton) 개념을 끌어들인다. 세포 자동자는 1944년 요한 폰 노이만과 오스카 모르겐슈테른이 제시한 개념으로서, 인접한 세포의 상태 변화에 따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자신의 상태를 바꾸는 세포로 이루어진 격자 모형이다.
이를테면 인접한 세포의 색깔이 흑색에서 흰색으로 바뀌면, 자신의 색깔은 흰색에서 흑색으로 바꾸는 식이다. 이 모형은 수학, 컴퓨터, 물리학, 경제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이 모형의 놀라운 점은 각 세포가 단순한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반응할 뿐이지만, 더 상위 수준에서 보면 마치 지능을 지니고 행동하는 듯한 패턴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세포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복잡한 특성이 나타난다.
카르핀스키 연구진은 바로 식물 세포들이 바로 이런 세포 자동자라고 추정한다. 즉 식물 세포들은 이웃 세포들의 상태 변화에 따라 반응하는데, 더 상위 수준에서 보면 엽록소의 산화 환원 반응 양상 변화, 광전기생리학적 신호 전달, 호르몬 회로, 빛의 특성 기억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가 출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물은 그런 네트워크를 통해 빛 순응, 면역, 광합성, 증산 과정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고 본다.


식물은 지능 기계?


이렇게 보니 마치 식물이 인터넷처럼 거대한 망을 이루고 있는 지능을 지닌 기계인 양 여겨진다. 빛이 닿으면 세포 안에서 철커덕철커덕 생화학 반응이 진행되면서 전기 신호가 빠른 속도로 식물 전체로 퍼지는 영상이 저절로 떠오른다. 카르핀스키 연구진의 학설이 왠지 뜬금 없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어느 정도는 식물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간과 동물, 로봇, 컴퓨터, 인공 지능, 유전자는 종종 한 테두리로 묶어서 다룰 정도로 많은 유추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인공 지능을 지닌 인간, 유전자 암호를 지닌 컴퓨터처럼 상호 교체나 교환의 가능성도 무수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여태껏 식물은 그런 논의에서 거의 제외되어 있었다. 사실 교체 가능한 모듈식 체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식물이 훨씬 더 기계와 가까운 듯한데 말이다.
온갖 장기로 이루어진 동물과 달리, 식물은 뿌리, 줄기, 잎이라는 단순한 구조의 반복처럼 보이지 않는가? 혹시 우리는 식물이 복잡계, 창발성, 네트워크, 지능 등 온갖 첨단 이론의 종합체임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러니 카르핀스키 연구진의 이런 엉뚱해 보이는 학설이 어쩌면 식물이라는 생명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AI-Helper ※ AI-Helper는 오픈소스 모델을 사용합니다.

AI-Helper 아이콘
AI-Helper
안녕하세요, AI-Helper입니다. 좌측 "선택된 텍스트"에서 텍스트를 선택하여 요약, 번역, 용어설명을 실행하세요.
※ AI-Helper는 부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

선택된 텍스트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