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란 원소주기율표에서 란타늄(La, 57)부터 루테튬(Lu, 71)까지 란탄계열 15개의 원소와 스칸듐(Sc, 21), 이트륨(Y, 39)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통틀어 일컫는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자동차, 휴대전화, 자기공명영상, 엑스레이, LED(발광 다이오드), TV 판넬 등 첨산 산업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의 비타민이라고도 불린다.
토양 속 희귀한 자원이란 이름에도 불구하고 기실 희토류는 지각에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적으로 희토류를 1% 이상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 미국, 호주, 인도, 독립국가연합 등이며 이중 중국이 97%를 생산하고 있어 사실상 전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희소금속은 희토류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고 추출이 까다로운 특정 금속 원소를 희소금속이라고 일컫는다. 한국정부가 관리하는 희소금속은 인듐, 갈륨, 리튬 등 35종이다.


중국 희토류 자원전쟁 논란 점화

중국은 지난달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희토류 금수 조치라는 초강력 카드로 일본의 사실상 백기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일본이 희토류 금수 조치에 화들짝 놀란 이유는 희토류 가운데 네오다늄(Neodymium)이라는 물질이 전기차 모터로 사용되는 영구자석의 결정적 원료이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전기자동차 프리우스를 한 대 만들기 위해서는 네오다늄 1kg과 10~15kg의 란탄을 비롯한 희토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은 중국이 희토류를 중동의 석유처럼 국가 전략 자원으로 자리매김해 공급량이나 국제 가격 결정권을 쥐고 국제사회를 뒤흔들려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최근 일본 희토류 금수조치에 이어 희토류 수출 쿼터 30% 감축을 시사하고 나서 관련국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19일 상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내년도 희토류 수출 쿼터를 30%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중국이 일본은 물론 구미에도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즉각 관련 사실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국가들은 사실관계 확인 및 중국 이외의 수입원 창출, 희토류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할 수 있는 신물질 개발 등 대책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희토류 대체 신기술-신물질 개발 한창, 광산 재채광 고려

희토류를 대체할 기술의 한 예로는 전기자석을 꼽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테슬라 자동차사는 인덕션 모터라는 신기술을 개발, 자사의 전기 자동차에 적용하고 있다. 테슬라의 인덕션 모터는 희토류를 사용한 영구자석 대신에 전기자석을 사용한다.
테슬라의 전기자석은 희토류 영구자석보다 크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지만 효율성이 더 높다는 장점도 있다. 소형차나 중형차의 경우 희토류 영구자석은 인덕션 모터 전기자석의 10% 정도 크기로 제작될 수 있어 자동차 제작에 효율적이다. 때문에 도요타 등 자동차회사들은 희토류 영구 자석을 선호한다.
스트라우벨 테슬라 책임연구자는 “우리는 희토류와 관련한 지정학적 긴장을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희토류에 대한 가격 불안정성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발 희토류 사태 이후 희토류 대책 마련에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금수조치 이후 일본 연구팀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하이브리드자동차를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관련업체인 히타치 역시 비슷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독일 BMW사는 자사의 소형 전기자동차 Mini E 모델에 인덕션 모터를 사용한다. 도요타는 전기자동차 RAV 4모델에 인덕션 모터를 적용할 예정이다. GM의 전기자동차 EV1 개발에 참여했던 선임연구원 왈리 리펠은 “자동차 회사들이 앞으로 인덕션 모터와 같은 희토류 대체 기술을 자사의 자동차에 적용할 지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희토류의 사용량은 줄이면서도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신물질 개발도 한창 연구 중에 있다. 미 네브라스카대 연구팀은 철, 코발트, FeCo 등을 혼합한 영구자석을 개발 중에 있다. 이러한 물질은 현재에도 팔리고는 있지만 희토류를 사용한 영구자석의 절반 수준의 효율성을 나타낸다. 네브라스카대 연구팀은 이들 혼합물질의 분자 위치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보다 힘이 세고 오래 가는 영구자석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델라웨어대는 희토류 사용을 훨씬 줄이면서 이론적으로 현존 최고성능의 영구자석보다 2배 이상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나노물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희토류와 코발트와 같은 비 희토류를 20~30나노미터 크기로 혼합하는 이 방법은 자석의 기능이 사라지는 문제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개발 중이다.
GE 연구소는 델라웨어대의 나노물질과 비슷한 나노파우더를 개발 중이다. GE는 나노파우더가 희토류 영구자석보다 35% 성능향상과 40%의 희토류 감축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희토류 대체 물질 연구가 현실화되기에는 수년의 연구개발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은 또 다른 희토류 대책의 일환으로 문을 닫은 희토류 광산을 다시 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기실 미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 희토류의 생산 거점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마운틴 패스 광산에서 전 세계 희토류 수요의 대부분을 공급했다.
이후 1980년대 중반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와 희토류 처리과정에 따른 환경 문제로 마운틴패스는 문을 닫았다. 미국이 환경문제와 채산성의 문제로 문을 닫은 희토류 광산을 재채광 하려는 이유는 그만큼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이 미국의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희토류 자원전쟁 속 종합대책 미흡

최근 희토류 사태는 세계경제 2위 중국의 급부상하는 파워를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중국과 미국은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2010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한 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환율전쟁, 희토류 등 경제대국 사이의 파워게임에 우리나라가 무방비에 가까운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희토류 관련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희토류를 가공할 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즉 중국이 우리나라에 희토류를 대량 공급해도 일본에 다시 보내 가공수입을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1일 한국광물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는 “세계 각국은 희토류 비축계획을 세워 수년전부터 수급대책을 마련했으나 한국은 2006년 제3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에서 연간 수입액이 1억 달러 미만으로 낮아졌다는 이유로 희토류를 전략광종에서 제외시켰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광물 수급대책” 등의 질책이 쏟아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 희토류 자원보호전략의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희토류의 가격 변동성이 커짐에 다라 안정적인 공급량 확보를 위해 시장 매입보다는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방식, 중장기적으로 폐전자제품 등에 있어 희소금속의 재활용 추진과 대체재료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