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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실험에 얽힌 거대 제약사의 속내

2010-12-16

지난 9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국무부 전문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화이자는 나이지리아 북부 카노주에서 뇌막염이 창궐하던 1996년 신약 트로반의 임상실험을 위해 아동 200명을 임상실험했다.
100명에게는 트로반을 나머지 100명에게는 미국 내 최고의 수막염 치료제로 알려진 또 다른 항생제를 투약했다. 임상실험 결과 트로반 투약 환자 가운데 5명, 다른 항생제 가운데 6명 등 모두 11명이 사망했다.


위키리크스의 조작? 거대 제약사의 실체 폭로?



이후 화이자가 어린 환자들에게 실험용약을 투약하면서 환자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았던 것이 드러났고, 트로반이 유럽에서 성인들에게 투약은 허용됐지만 간중독의 우려 때문에 사용허가가 취소된 의약품이라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카노주와 나이지리아 당국은 화이자에 60억 달러가 넘는 배상금을 요구했으며 화이자의 막후 술수로 결국 카노주는 7천5백만 달러에 화이자와 합의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건이 조작된 것일까, 아니면 화이자의 추악한 뒷거래가 대중 앞에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일까. 거대 제약회사가 개발도상국에서 행하는 임상실험에 대한 갖가지 의혹은 기실 공공연한 사실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너무 가난해서 무엇이든 선뜻 서명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로 넘치는 개발도상국가에서 임상실험을 한다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 됐다.
영국 정보부 MI6 출신인 존 르 카레는 소설 ‘콘스탄트 가드너(Constant Gardener)’에서 신약 임상실험을 둘러싼 제약회사의 추악한 음모를 파헤쳤다. 아프리카 케냐 주재 영국 외교관 저스틴 퀘일의 아내 테사 퀘일은 북구 케냐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외교 특권을 가지고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던 저스틴은 결국 사건이 영국과 케냐 정부의 주장처럼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정부 고위관리와 다국적 제약회사의 음모가 개입돼있음을 알게 된다. 테사는 사망하기 전 제약회사 쓰라비의 음모를 추적하던 중이었다.
저널리스트 소니아 샤, 뉴 잉글랜드 저널 어브 메디슨의 전 편집장 마르시아 안젤은 각각 저서 ‘몸 사냥꾼’과 ‘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떨었나’에서 임상실험의 그늘에 대해 집중 조명해 큰 반향을 불렀다.
미국에서 신약이 시판되려면 그 안정성과 효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 입증하도록 돼있다. 입증과정은 일련의 임상실험을 요구한다. 임상실험을 크게 3단계로 구성된다. 임상 1상은 건강한 지원자 몇 명에게 약을 투여해 안전한 투여량을 결정하고 대사과정과 부작용에 대해 연구한다.
임상 2상은 해당 질병 환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다양한 용량을 투여하여 그 효과를 약을 투여하지 않은 환자그룹(대조군, 보통은 위약을 투약한다)과 비교하는 단계이다.
임상 3상은 2상보다 훨씬 많은 환자(많게는 수만 명에 이른다)를 대상으로 약의 안정성과 효과를 평가하고 환자 집단 간 비교를 정밀히 하는 단계이다. 3상까지 모두 성공적으로 임상실험을 끝마치면 FDA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임상실험 피험자 구하기 ‘하늘에 별따기’, 제약회사 개도국 ‘눈독’

미국에서는 임상실험을 수행할 임상실험 피험자를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과 서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임상실험 진행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1950년대만 해도 미국인들은 자발적으로 임상실험 지원자로 나섰다. 조너스 솔크 박사의 소아마비 백신 실험을 위해 미국 부모들은 아이들을 피보험자로 앞다퉈 내보냈다. 하지만 FDA 승인 이후 이 백신이 220명의 아이들을 소아마비에 감염시키면서 대중의 임상실험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 지원으로 진행된 ‘터스키기 매독연구’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대중의 환멸은 극에 달했다.
이는 1932년부터 72년까지 40여년 동안 미국 앨라배마 주 터스키기에서 실시된 생체실험이다. 당시 매독 연구를 진행 중이던 미 공중보건국은 터스키기 지역 흑인들을 대상으로 치료하지 않은 매독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했고, 이러한 사실이 폭로되자 1973년 실험은 중단됐다.
이후 인건비 인상, 윤리적 논란, 임상실험용 약을 대체할 기존 시장제품 등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미국에서는 임상실험 대상자를 찾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처럼 돼버렸다. 이에 임상실험을 빨리 진행해 신약을 시판하려는 제약회사의 안달은 급기야 임상실험 전문 외주업체의 탄생을 불러왔다.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라고 불리는 이들 회사들은 오직 임상실험만을 계획하고 수행한다.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의학지’의 전 편집자 마르시아 엔젤은 이에 대해 “심지어 대학의 연구논문까지 임상실험에 유리하게 조작하는 일도 마다 않는다”고 폭로했다.
CRO들이 눈을 돌린 임상실험 대상국이 바로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이다. 세계적인 CRO회사인 퀜타이즈 트랜스내셔널(Quintiles Transnational)은 웹사이트에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극히 기본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만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임상 실험은 연구 참가자들에게 보다 정교한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한다”라고 게재한 바 있다.
이는 “개도국의 환자들은 의약품에 접근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실험이든 상관하지 않고 그저 임상 실험에 제공되는 공짜 약들을 감지덕지하며 받아들이면 된다”는 논리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화이자는 지난 2003년 인도에 전 세계적 임상 허브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뒤이어 GSK, 아스트라제네카 등 메이저 제약회사들도 비슷한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환자들이 아무도 해를 입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약이 넘치는 선진국과 약에 굶주린 빈국들 사이의 불균형을 이용하는 제약회사가 본질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개도국에서 진행되는 모든 임상실험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몸 사냥꾼(거대 제약회사의 추악한 얼굴)’의 저자 소니아 샤는 “오히려 임상실험이 가난한 국가의 열악한 환자들의 처우를 악화시키기까지 한다”고 경고했다. 와포자충이라는 기생충 치료약인 니타족사나이드의 임상실험은 한 예가 될 수 있다.


임상실험은 개도국, 신약 수혜는 선진국 불평등 야기

GSK의 전신인 스미스클라인 비첨의 장 프라수아 로시뇰 박사는 지난 1993년 니타족사나이드라는 기생충약을 개발했다. 스미스클라인에서 퇴직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로시뇰 박사는 신약의 임상실험을 아프리카의 잠비아에서 수행했다.
문제는 임상실험만 잠비아에서 수행됐을 뿐 잠비아의 아이들은 단 한 순간도 신약혜택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잠비아는 니타족사나이드의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으며 임상실험을 수행한 해당병원은 임상실험 후 5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그 약을 공급받지 못했다.
연간 1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가운데 ‘삶의 질 향상 의약품’이란 것이 있다. 질병을 고치는 약이 아니라 일종의 정상적인 사람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드는 약이다.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속 쓰림 치료제 잔탁이 그런 의약품에 해당한다.
 
이러한 약들의 임상실험이 만약 개발도상국에서 합법적인 절차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이들 약들은 대부분 개도국의 환자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약들이다. 그들은 말라리아, 에이즈, 각종 풍토병 등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절실한 것이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약이 절실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이즈 치료제 등 치명적 질병에 대한 임상실험도 개도국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임상실험이 최악의 경우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부유한 서구인을 위한 가난한 개도국의 임상실험이 옳은 것인지, 임상실험의 열매는 과연 누구에게로 가는 것인지 한 번쯤 곱씹어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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