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바이러스와 메가바이러스 등 세상에서 가장 큰 바이러스들이 차례로 발견된 데 이어 이번엔 바이러스와 세포 사이의 빠진 고리일 것으로 보이는 두 종의 거대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5일 보도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원과 엑스 마르세이유 대학 과학자들은 기존의 거대 바이러스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다른 바이러스나 세포생물과도 유연성이 지극히 낮을 뿐 아니라 일부 진핵세포보다도 복잡할 가능성이 있는 판도라바이러스 2종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판도라바이러스 살리누스(Pandoravirus salinus)는 칠레 해안에서, 판도라바이러스 둘치스(Pandoravirus dulcis)는 호주 멜번의 담수 연못에서 발견됐다.
P.살리누스는 몸 길이가 1마이크로미터(μm: 100만분의1 미터), P.둘치스는 0.5μm이며 약 2천500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들의 게놈은 각각 190만 개와 250만 개의 염기를 갖고 있어 많은 박테리아보다 크고 일부 진핵세포보다도 크다.
이에 비해 10년 전 발견된 당시 세계 최대의 바이러스였던 미미바이러스도 크기가 700나노미터(nm: 10억분의1 미터), 유전자 수는 900개에 불과하며 일반 바이러스의 크기는 20~300 나노미터 정도이다. 인플루엔자나 AIDS 바이러스의 유전자 수가 10개인 사실과 비교하면 판도라바이러스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들 바이러스는 이미 발견된 거대 바이러스들과는 사실상 공통점이 없으며 이들이 합성하는 단백질의 6%만이 이미 밝혀진 바이러스나 세포생물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판도라바이러스는 리보솜을 갖고 있지 않고 에너지를 생성하지 않으며 분열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다른 바이러스의 본질적인 특성은 갖추고 있다.
연구진은 또 P.살리누스의 프로테옴(유전 정보를 간직한 게놈에 따라 형성된 단백질 집합체) 분석 결과 이것을 구성하는 단백질들이 바이러스들의 게놈 염기서열로 예측되는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판도라바이러스가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보편적인 유전자 암호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두 신종 바이러스가 1만5천㎞나 떨어진 두 곳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이들이 아직까지 발견되지만 않았을 뿐 실제로는 그리 드물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들 바이러스는 현대 바이러스학이 시작된 1950년대부터 의문으로 남았던 바이러스와 세포의 간극을 메워주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진핵생물(세균과 남조류를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진정세균, 고세균 등 3대 세포생물과 일치하는 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세포 생명체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세포 이전 형태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