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단어 이상 선택하여야 합니다.
최대 10 단어까지만 선택 가능합니다.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한번의 로그인으로 사용 할 수 있습니다.
NTIS 바로가기
양자물리학(quantum physics)에 따르면 구별되는 두 물리계 사이에 고전 물리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혹은 단순 얽힘이라고 부르는데, 아인슈타인은 얽힘의 묘한 성질에 대해 ‘유령 같은 원거리 작용’이라며 다소 만족하지 못하는 뉘앙스의 표현을 쓰기도 했다.
‘얽힘’ 이란 양자컴퓨터 및 양자통신에 사용되는 필수적인 자원으로, 이를 만들어내고 제어하는 것은 21세기의 물리학과 정보기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주제로 지목된다. 물리계가 서로 분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쪽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쪽 상태도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현상인 ‘얽힘’. 국내 한 연구진은 이러한 파동성질과 입자성질 빛의 얽힘 상태를 보다 명확하게 규명했다.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한 실마리
한국과 이탈리아의 국제 공동연구진이 파동성질의 빛과 입자성질의 빛 사이에 얽힘을 만들어내 주목을 받고 있다. 정현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마르코 벨리니 이탈리아 광학연구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향후 양자컴퓨터 구현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얽힘 현상을 규명한 것이다. 해당 연구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온라인 판 게재되기도 했다.
“먼저 얽힘(혹은 양자 얽힘)이라는 현상에 대해 설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양자 얽힘은 서로 분리돼 있는 두 물리계가 양자역학적 성질에 의해 서로 연결돼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서로 얽혀 있는 두 물리계는 어느 한쪽의 상태가 측정에 의해 결정되면 다른 쪽의 상태도 그 측정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현상을 보이죠. 얽혀 있는 두 물리계를 아무리 멀리 떨어뜨려 놓아도 이러한 성질은 유지됩니다. 아인슈타인은 얽힘의 이러한 기묘한 성질을 ‘유령 같은 원거리 작용(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며 다소 불만스럽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빛은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갖고 있다. 즉 빛은 파동적 성질을 보이기도 하고 에너지의 알갱이로서 입자의 성질을 보이기도 한다. 양자광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은 빛을 고전적인 빛과 비고전적인 빛, 즉 양자적인 빛으로 나눠 설명하기도 하는데 단일광자는 입자적 성질을 가진 전형적인 비고전적 빛의 상태이며 파동적 성질만을 나타내는 고전 상태의 빛과는 그 성질에 있어 매우 다르다. 정현석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단일광자와 고전 상태의 빛 사이의 양자 얽힘을 처음으로 만들어내고 측정으로 이를 확인했다.
얽힘 현상을 규명하는 것은 추후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연산이 필요한 경우 파동성질의 빛을 이용해 연산할 수 있고 전송이 필요한 경우에는 입자성질의 양자 빛을 통해 전송하는 등 효율적인 정보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종류 빛 사이의 얽힘은 양자 컴퓨터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줍니다.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얽힘’이라는 자원이 필요해요. 기존에는 단일 광자들의 얽힘으로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고자 하는 제안도 있었고 고전 빛들 사이의 얽힘을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어요. 하지만 두 가지 접근 방식은 각각 약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단일광자의 얽힘을 이용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연산이 고전적 빛의 얽힘을 이용하면 매우 어려워지곤 했죠. 또한 고전 빛의 얽힘에 대해서는 측정이 가능하지만 단일광자들의 얽힘에 대해서는 측정률이 매우 떨어지는 등 단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고전 빛의 얽힘과 단일광자의 얽힘은 그 성질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죠.
최근 저희 연구팀은 복합형 모델, 즉 단일광자들과 고전 빛들을 동시에 이용해 양자컴퓨터를 구현할 경우 각각의 장점만을 활용해 효율적인 양자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새로운 종류의 얽힘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 문제에 도전해서 성과를 거둔 것이 이번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얽힘 현상을 규명하는 것은 최근 들어 매우 중요하게 이야기 되지만 이러한 얽힘은 상호작용하지 않으려는 입자성질 빛 간의 강한 상호작용을 유도해야하기 때문에 그동안 구현이 어려웠다. 기존에도 둘의 상호작용을 유도할 수는 있었으나 얽힘을 만들 수는 없었던 것이다.
“얽힘에 대한 기존의 제안들은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한계는 ‘교차-커 비선형 작용(cross-Kerr nonlinear interaction)’이라고 불리는 광자들 사이에 강한 상호작용을 유발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은 ‘불가능’ 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유는 신뢰성에 있었죠.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높은 신뢰도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여겨진 겁니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요.”
슈뢰딩거의 비유, 직접 검증해보고 싶었죠
정현석 교수는 “광자들은 좀처럼 서로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려는 성질을 갖고 있기에 이러한 접근은 많은 잡음을 유발시키며 실제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하지만 불가능으로 보이는 현상을 그대로 안주하며 받아들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발상을 전환, 광자들 사이의 비선형 상호작용을 사용하지 않고 양자물리학의 중첩 원리에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양자 중첩 원리는 양자 얽힘을 가능하게 하는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입니다. 두 가지 배타적인 상태들, 예를 들면 슈뢰딩거의 사고 실험에서 고양이가 죽어있는 상태와 살아있는 상태의 공존을 가능하게 합니다. 연구를 통해 제안된 방법은 광자 하나가 진공을 통해 그대로 지나가는 상태와 경로를 바꿔서 고전 빛에 더해지는 상태를 양자물리학적으로 중첩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단일광자와 고전 빛의 얽힘을 만들어낼 수 있었죠.”
정현석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슈뢰딩거 사고실험을 보다 직접적 비유를 실험실에서 구현해보는 것에 흥미를 느끼면서다. 또한 양자정보처리를 구현하는 것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도 연구를 진행할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
“흥미와 가치를 느껴 연구를 진행했지만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했어요. 사실 연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난점에 도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단일광자와 고전적 빛 사이의 얽힘을 만들기 위해서는 광자들 사이의 강한 비선형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지식이 오히려 벽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예 비선형 상호작용을 지워버리고 백지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볼 때 돌파구가 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죠.”
이번 연구는 고전적 물리계와 양자적 물리계 사이의 얽힘 현상을 구현했다는 근본적 관점에서 ‘슈뢰딩거 사고 실험’의 직접적인 비유를 실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슈뢰딩거는 상자 안에 갇혀 있는 고양이(고전 물리계)와 원자(양자 물리계) 사이의 얽힘을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다소 불만스러운 어조로 묘사했다.
“이러한 고양이-원자 얽힘 상태는 고양이의 생사와 원자의 상태가 서로 얽혀 있어서 둘 중 하나의 상태가 측정되면 다른 한 쪽의 운명이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만들어낸 고전 빛과 양자 빛의 얽힘 상태는 슈뢰딩거 사고 실험, 즉 생각만으로 하는 실험의 광학적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양자컴퓨터 등 빛을 이용한 양자정보기술을 보다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이 연구는 양자역학의 근본적 검증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 물리계와 미시적 양자상태가 서로 얽힐 수 있다는 것은 양자역학이 말해주는 바입니다. 하지만 실제 이런 상태를 만들어서 검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죠. 이번 연구를 통해 고전 빛과 단일광자 사이의 얽힘을 최초로 구현해 냄으로써 양자역학의 검증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앞서 설명한대로 이러한 이종 빛의 얽힘이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 등 양자정보기술을 효율적으로 구현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다고 할 수 있죠.”
정현석 교수는 앞으로 실용적인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한 중간 단계로 양자 빛에 담긴 정보를 고전 빛으로 순간이동(텔레포테이션)시키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 외에도 고전세계와 양자세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틀을 제시하는 등 기존에 어려움에 직면했던 과제에 도전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저자 | 황정은 객원기자 |
---|---|
원문 | 사이언스타임즈 |
출처 | https://www.sciencetimes.co.kr/?p=126377 |
※ AI-Helper는 부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