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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성분을 없앤 복숭아와 껍질을 깍은 채 놔두어도 갈변되지 않는 사과, 그리고 비타민 함량을 높인 멜론 등, 과일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DNA를 일부 편집하여 새로운 품종으로 탄생시키는 ‘유전자 편집(genetic editing)’ 과일이 머지않아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최근 생명공학 분야 학술지인 ‘생명공학 동향(Trends in Biotechnology)’에는 실린 유전자 편집 과일의 개발 가능성이 소개되었다. 영국의 종합 매체인 텔레그래프(Telegraph)는 앞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일이 손쉬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먹거리 환경에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유전자 기술의 유해성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
유전자와 관련된 기술 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기술은 박테리아나 DNA를 이용하여 특정한 유전자를 식물 세포 내에 주입하는 ‘유전자 재조합(genetic recombination)’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오류가 너무 많아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유전자 변형 작물(GMO) 기술도 오랜 기간 동안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유전자 변형 작물은 외부 환경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에서 필요한 유전자를 뽑아 이식해 만든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유전자 변형 옥수수의 꽃가루를 먹고 나비의 유충이 죽거나, 사람들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등 생태계 교란과 관련한 징후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전자 편집 기술은 효소를 가지고 DNA의 일부를 잘라내어 제거하거나 새로운 DNA로 대체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식물 유전체(genome)에 대한 정밀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유전자 편집 기술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유전자 변형 작물은 새로운 유전자를 전달한 박테리아의 DNA가 오랜 기간 동안 체내에 남아 있게 된다. 하지만 유전자 편집에 쓰인 효소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아서 GMO 여부를 판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은 외부 유전자를 쓰지 않고, 본래 가지고 있던 유전자를 살짝 편집하는 정도로만 변경함으로써 유해성 논란에서 비켜갈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멜론이 비타민을 더 많이 함유하거나, 복숭아의 알레르기 유발 현상을 없앨 수 있도록 유전자를 일부만을 매만져 기능을 변경시키는 것이다.
현재 과일의 유전자 편집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이탈리아 산미켈레농업연구소의 치다난다 칸치스와미(Chidananda Kanchiswamy) 박사는 “유전자를 편집한 작물이 외부 유전자를 이식받는 유전자 변형 작물보다 더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밝히며 “앞으로 유전자 편집 작물이 생명공학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위해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편집 기술로 표적지향 의료계 시장에 도전
유전자 편집 기술이 품종 개량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이 기술을 사용하여 암이나 에이즈, 그리고 근육병 등의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미 MIT대 연구진은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종양 발생에서 돌연변이의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 연구진은 종양 세포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하여 수 천 개의 돌연변이가 암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규명해 왔다. 그러나 돌연변이의 역할을 알아보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유전적 결함을 가진 생쥐 간 교배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이에 MIT대 연구진은 그 대안을 찾아냈다. 그들은 크리스퍼(CRISPR)라는 이름의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술로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성체 생쥐의 간에 주입한 다음, 이들 돌연변이를 훨씬 더 빠르게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일종의 유전자 가위라 할 수 있는 크리스퍼 시스템은 권위 있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가 2013년 주요 과학성과 중 하나로 선정한 유망기술이다. 특히 박테리아의 면역 메커니즘이 최근 생명과학계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여러 미생물에서 특정 유전자만을 찾아 자르는 유전자 가위 기법이 급속히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크리스퍼 시스템은 박테리아의 면역계가 외부에서 병원균의 침입을 탐지했을 때 병원균의 DNA를 제거하는 방법을 응용한 기술이다. 박테리아가 이전에 침입했던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의 DNA 일부를 자신의 유전체에 저장한 후, 이들이 침입할 시 그 정보를 이용하여 같은 DNA를 찾아 절단한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크리스퍼 시스템은 암 치료를 위한 약물 개발 시 약물의 표적 유전자 파악에 유용하다. 또한, 유전자 변이를 통해 질병 내성을 지니는 가축과 농작물의 맛과 영양성분 개선, 줄기세포와 체세포의 질병 관련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교정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도 필수적이다.
다만 유전자 가위를 통한 편집 방법이 크리스퍼가 처음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표적지향 유전자편집 시장에서는 상가모 바이오사이언스(Sangamo BioSciences)가 개발한 징크핑거 뉴클레아제(ZFN, zinc-finger nucleases)를 이용한 방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ZFN은 DNA의 특정 염기서열에 연결되는 아연집게단백질(zinc finger protein)에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에서 DNA가닥을 자르는 부분을 붙인 합성단백질을 말한다. 유전체에서 유전자가 고장나면 ZFN의 아연집게가 해당 부분을 찾아가 빨래집게처럼 집고 있는 동안 제한효소가 이를 자르는 것이 작동원리다.
잘린 유전자는 이내 세포의 복구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잘린 부분을 다시 이어주게 된다. 이때 잘린 부분과 비슷한 염기서열이 주변에 존재하면, 이를 참조하여 복구하기 때문에 원래 서열의 잘못된 부분이 고쳐지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 본 전문가들 대다수가 “크리스퍼가 ZFN보다 사용하기 쉽고 편리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유전자 편집 시장에서는 선발업체인 상가모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크리스퍼가 사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상가모는 최근 ZFN을 이용하여 에이즈를 유발시키는 HIV의 표면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교란하는 데 성공했다고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어,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크리스퍼와 ZFN이 유전자 편집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싸움의 승자는 FDA의 승인을 누가 먼저 받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FDA가 지금까지 유전자 편집 제품을 승인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유전자 편집 시장은 ZFN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바이러스 기반 유전자요법(virus-based gene therapy)의 임상시험이 참담한 실패를 거둔 후 더디게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FDA의 분위기가 유전자 편집 기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기술 승인에 기대를 걸어 볼 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 | 김준래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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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사이언스타임즈 |
출처 | https://www.sciencetimes.co.kr/?p=1285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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