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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물학 이론을 비판한 창시자

2016-08-04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을 창시한 학자로 꼽히는 윌슨 박사는 30년 넘게 사회생물학의 고전 이론으로 꼽혔던 혈연선택과 포괄적합도(IF)이론의 오류를 강력하게 비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윌슨 박사는 윌리엄 해밀턴 박사가 1965년 포괄적합도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을 때, 그 이론을 옹호했다. 그 뒤 포괄적합도 이론은 사회생물학의 교리처럼 여겨졌다.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에 써서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된 ‘이기적 유전자’는 혈연선택과 몇몇 형태의 포괄적합도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지지했던 이론이 잘못됐음을 확인하는 원로과학자

자신이 옹호해서 세계적으로 불가침의 아성을 구축했던 것 같은 이 이론에 대해 원로 과학자는 잘못됐음을 뒤늦게 발견했다. 윌슨 박사는 “포괄적합도 이론은 단순히 틀린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틀린 것이다”고 ‘인간존재의 의미’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1990년대부터 포괄적합도 이론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이의 오류를 지적하는 논문들이 계속 나왔다. 그러나 포괄적합도 이론이 잘못됐음이 여러 곳에서 지적되고 반대이론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2005년 무렵 세계의 유수한 학술지들에 반대되는 증거와 견해가 실리는 것을 막을 만큼 ‘동료심사체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과학계의 조직적인 담합이 원로과학자를 몹시 화나게 한 것 같다. 이 원로 과학자는 과학자들이 좀처럼 지적하지 않는 곳을 정확하게 찔렀다. 비평과 반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국제적인 ‘당파심’에 매몰된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유달리 많은 ‘판돈’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돈에 물든 후배 과학자들을 강력히 비판했다.
윌슨 박사는 직접 포괄적합도 이론의 지배체제를 무너뜨린다. 하버드 대학 수학자이자 이론생물학자인 마틴 노왁(Martin Nowak), 코리나 타르니타(Corina Tartina)와 힘을 합쳐 포괄적합도 이론의 기본 가정이 잘못 됐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야외조사결과를 붙여 2010년 8월 26일 사이언스 표지 기사로 실었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듯이 엄청난 항의가 쏟아져서 포괄적합도 이론을 지지하는 생물학자 137명이 서명한 항의 성명이 이듬해 네이처에 실렸다. 포괄적합도 이론의 ‘독실한 신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영국잡지 프로스펙트에 쓴 서평에서 윌슨이 쓴 책을 ‘있는 힘껏 내팽개치라’고 써서 원로과학자의 투쟁심을 자극했다.
윌슨 박사는 “혈연선택 개념과 포괄적합도의 허깨비같은 속성들은 인간뿐 아니라 진사회성 곤충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에게도 극도로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기적인 개인은 이타적인 집단을 못 이긴다”

물론 이 책이 리처드 도킨스 공격으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윌슨 박사가 주장한 내용 중 가장 이해가 쉽고 광범위하게 적용이 가능한 것은 ‘한 집단 안에서는 이기적인 개인이 이타적인 개인을 이기지만, 이타주의자들의 집단은 이기적인 개인들의 집단을 이긴다’는 기본 원칙이다. 개체선택은 죄악을 부추긴 반면, 집단 선택은 미덕을 부추겼다는 원칙이다.
아마도 여러 사람 앞에 서면 ‘정의’를 이야기하면서도, 자기와 자기 가족을 위해서는 탈법과 꼼수를 부려 몫을 챙기려는 모든 개인들의 위선적인 행동이 이 이론으로 설명이 될 것 같다.
윌슨 박사는 기본적으로 과학자이다. ‘인간은 초자연적 지성체의 창조물이 아니라, 우연과 필연을 통해 나온 수백만 종 중 하나’이므로 ‘인간은 지극히 겸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주에서 볼 때 ‘지구는 오후 몇 시간 동안 뉴저지 주 티넥의 한 정원에서 꽃잎 하나 위에 앉아 있는 진딧물 한 마리의 왼쪽 더듬이 두 번째 마디와 같다’고 개미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저술가 답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영원한 갈등은 신이 인류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고 악마의 음모도 아니고 ‘타고난 불안을 지닌 채 살아가고, 아마도 그것을 창의성의 주된 원천으로 여기면서 기쁨을 얻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존주의 철학자의 논리를 생각나에 하는 사회생물학자의 치열한 존재이유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려심이 생긴다. 사회생물학의 지각변동에 둔감한 채, 그 이론을 금과옥조처럼 붙잡고 지금도 열심히 신봉하는 과학자들이 혹시 없을까? 하는 조바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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