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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기반 백신 개발 : 미래 바이러스 전쟁의 첨단 무기

2021-11-03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게임체인저라 불린 백신 개발 덕분에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인류의 최종 승리가 목전에 있는 듯 했다. 수십년 연구 끝에 탄생한 첨단 mRNA 백신 기술과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 투입에 힘입어 백신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개발될 수 있었다. 우한에서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가 처음 공개된 것은 작년 1월 11일. 그리고 세계 최초의 임상 접종이 이루어진 것은 12월 8일로,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백신의 개발-승인-접종이 모두 완료된 것이다.
곧 세계 각국은 전국민 접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강력한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며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백신 개발만큼 바이러스의 진화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다양한 백신이 중증 환자를 줄이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언젠가 또 새로운 변종이 나타나면 그 효능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델타 플러스, 람다 등 새로운 변종들이 곳곳에서 들끓고 있는 지금, 새로운 버전의 백신을 업데이트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니 과연 인류 과학기술과 바이러스 진화의 속도전이라 할 만하다.
지금까지 축적된 mRNA 백신 플랫폼 기술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하나의 핵심 기술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백신 개발의 기본 원리를 생각해보면, 그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백신을 개발하려면 먼저 바이러스 감염 경로를 분석한 후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항원(코로나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대비할 수 있도록 학습을 시켜야 한다. mRNA 백신의 경우 그 학습 수단은 mRNA 유전물질이며 일반적인 벡터 백신은 인체에 무해하게 수정된 바이러스를 주입하여 학습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백신 개발 과정은 이미 출현한 변종에 대한 정밀 분석이 끝나야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아무리 개발 속도가 빠르더라도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에 뒤처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진화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러한 근원적인 한계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실제로 변종이 출현하기 전에 우리가 그것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예상 변종에 대비하는 ‘후보 백신’을 미리 개발할 수 있을지 모른다. 놀랍게도, 현재 과학기술의 최전선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심층 돌연변이 스캐닝(Deep Mutational Scanning, 이하 DMS)이라 불리는 첨단 기술이 있다. 전염성을 높일 수 있는 ‘돌연변이 후보군’을 사전에 예측하고, 그것의 유발 인자를 분석해서 백신 개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다(Moore et al., 2021).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예측 기반 R&D 방법론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美 시애틀 소재 Fred Hutchinson 암 연구소, J. Bloom 박사팀은 DMS 기술의 선도 그룹 중 하나다. 이 연구팀은 작년 9월 발표된 연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다양한 변이를 일으킨 후 그 유해 효과를 관찰하였다(Starr et al., 2020). 인체 세포 표면에는 ACE2라는 수용체(Receptor) 영역이 있는데, 연구팀은 효모 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가하여 ACE2 수용체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했다. 효모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에 다양한 변이가 발생했고, 그 중 수용체와 특히 잘 결합하는 단백질을 확인하여 변이 유전자를 역추적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중대한 돌연변이 가능성을 확인하였는데 몇 달 후 실제로 발생한 알파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서도 동일한 형태의 돌연변이가 발견된 것이다. 이처럼 DMS 기술을 통해 얻은 ‘변종 후보’에 대한 정보는 새로운 백신 개발을 미리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Bloom 박사팀의 DMS 기술이 정교하게 통제된 실험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하여 새로운 차원의 ‘변종 후보’ 찾기도 가능하다. 백신 회사 모더나를 지원한 것으로 유명한 벤처캐피탈, Flagship Pioneering은 현재 인공지능 기반 DMS 기술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Eurasia Group, 2021). ‘Global Pathogen Shield’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DMS 실험 데이터를 취합, 기계학습을 통해 가상의 돌연변이 경로를 계산하고 예측하여 미래의 바이러스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목표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결합을 통한 돌연변이 예측
사실 신종 바이러스를 감시하는 체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작동하고 있었다. 1952년 최초의 감시 체계인 세계보건기구 GISRS (Global Influenza Surveillance and Response System) 이래로, 최근에는 Nextstrain, GISAID (Global Initiative for Sharing All Influenza Data) 등 오픈 소스 형식의 정보 공유 시스템이 전지구적 바이러스 예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예보 체계는 신속한 관측과 정보 공유에 기반한 것으로, 예들 들어 남반구 지역에서 유행했던 겨울 독감을 분석한 뒤 몇 개월 후 북반구 지역에서 유행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 후보를 추려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관측에 의존한 예측 방식은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극도로 복잡한 변종 가능성을 일일이 추적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학습은 돌연변이 예측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DMS 인공지능은 실제 관측 자료와 (Bloom 박사팀 사례와 같은) 통제된 실험 데이터를 종합하여 바이러스의 진화 패턴에 대해 학습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변종 후보군을 단순 선별하는 것을 넘어 한층 포괄적인 ‘변종 진화 모델’을 설계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진화 경로에는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할 수 있는데, 모델을 통해 이 중 특별히 위험한 시나리오를 ‘선택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된다(Hie et al., 2021). 예를 들어, 전염성을 높이는 (예를 들어, ACE2 수용체와 결합력을 높이는) 돌연변이와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돌연변이가 동시에 발생하게 되면 매우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험도와 발생 가능성을 계산, 잠재적인 ‘슈퍼 바이러스’ 후보를 빠르게 탐색하고 그것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패턴을 파악하면 선제적 백신 개발이 가능해진다.
진화 모델의 또 다른 장점은 바이러스 유전자 중 변이가 ‘덜’ 일어나는 부분까지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부분을 타겟팅하는 항체를 생성하도록 백신을 설계하면, 오랜 기간 다양한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강건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즉, 치명적인 변이를 미리 차단, 예방함과 동시에 바이러스의 약점을 집중 공격하는 방식으로 백신의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초고속 백신 개발을 뒷받침할 규제 개혁도 절실
mRNA 플랫폼 기술로 이미 빨라진 백신 개발 속도는 예측 기반 설계를 통해 한 차원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실제 예방 효과를 높이려면 빨라진 개발 속도에 맞춰 보건 당국의 백신 사용 승인 및 규제 절차도 함께 개선될 필요가 있다. 예측 모델에 따라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을 사전에 분석, 일부 승인 절차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면 전체 소요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The Economist, 2021). 특히 ‘미미한’ 수준의 변이에 대비해 백신의 ‘일부’만 업데이트할 경우, 승인 절차를 처음부터 재반복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일 수 있다. 따라서 ‘예측 기반 설계’를 넘어 ‘예측 기반 승인’을 가능케 하는 규제 개혁도 반드시 요구된다.
인류와 바이러스의 술래잡기는 영원히 계속되는 불행일지 모른다. 그러나 자연의 진화에 앞서는 ‘선제적 백신 접종’은 인류에게 최종 승리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진화의 주체는 바이러스 뿐만이 아니다. 이에 대응하는 예측 기반 백신 개발 및 승인은 기술과 제도의 완벽한 공진화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발간하는 ‘TePRI Report 가을호’ 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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