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기차 폐배터리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김형섭·전민구·김성욱 박사 연구팀이 전기차 폐배터리의 양극 소재 업사이클링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양극 소재 업사이클링은 다 쓴 폐배터리의 양극을 원상태로 회복하거나 성능을 올려 재활용하는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폐배터리 리튬 회수율이 97%에 달할 만큼 우수하고, 재활용 양극 소재는 기본보다 수명이 30% 이상 길다. 또 기존 재활용 공정보다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 이온 전지를 활용하는데 양극, 음극, 전해질, 집전체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배터리 전체 단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 소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금속 원소 회수가 폐배터리 재활용의 주목적이다. 기존 재활용 공정에서는 폐배터리의 양극 소재를 분쇄해 분말 형태의 블랙 파우더로 만든 뒤 화학 용액으로 녹이는 습식 처리나 900도의 높은 열을 이용하는 건식 처리로 소각해 남은 금속 원소를 회수한다. 하지만 습식 공정은 고독성 폐수를, 건식 공정은 대기오염을 발생시킨다.
연구팀은 블랙 파우더를 직접 재활용할 수 있는 건식 공정을 활용해 블랙 파우더에 염소가스를 주입해 염화리튬(LiCl)과 잔여 블랙 파우더로 분리했다. 염화리튬은 물에 잘 녹는 속성이 있어 리튬 회수가 쉽고, 회수율이 97%에 달했다. 또 배터리 성능은 양극 소재 내 리튬이 얼마나 정량으로 합성되었는지에 좌우되는데, 연구팀은 리튬을 제거한 블랙 파우더에 추가로 리튬과 니켈을 투입, 고온 합성해 양극 소재 내 니켈 함량을 늘리고, 리튬을 양극 소재에 균일하게 분포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업사이클링한 양극 소재는 기존 양극 소재보다 30% 이상 수명이 긴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중성자나 X-선으로 물질의 원자 구조를 분석하는 고온 회절 분석으로 업사이클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튬 원자의 위치, 움직임과 같은 미세 구조적 변화를 실시간 관찰하고, 재합성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화학 분야 세계적인 학술지인 ‘재료화학 저널 A’에 지난달 21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 김형섭 박사는 “이번 기술을 고도화해 국내 기업에 이전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