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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연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를 꼽으라면 단연 뮤지컬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뮤지컬은 그야말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이면에서 우리의 창작 뮤지컬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 뮤지컬 작가와 작곡가의 부재도 문제지만, 아직까지 창작 뮤지컬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보았다. 이에 논자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첫 번째 부흥기라고 할 수 있는 1990년대에 공연된 창작 뮤지컬들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뮤지컬에서 가장 기...

요즘 공연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를 꼽으라면 단연 뮤지컬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뮤지컬은 그야말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이면에서 우리의 창작 뮤지컬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 뮤지컬 작가와 작곡가의 부재도 문제지만, 아직까지 창작 뮤지컬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보았다. 이에 논자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첫 번째 부흥기라고 할 수 있는 1990년대에 공연된 창작 뮤지컬들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뮤지컬에서 가장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는 대본을 중심으로 세부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연구 대상으로는 1991년에서 2000년까지 공연되었던 창작 뮤지컬 작품들 중에서 서울에서 닷새 이상 일반 대중을 상대로 공연했던 작품만을 선정했다.
먼저 1990년대 뮤지컬계에 나타났던 전반적인 새로운 변화들에 대해 살펴봤다. 민간 뮤지컬 단체들의 등장과 전문 뮤지컬 배우들의 증가, 인터넷을 통한 뮤지컬 관객층의 확대 및 해외 뮤지컬 직수입 등이 두드러진 변화였으며, 이 시기에 뮤지컬 활성화에 발맞추어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도 처음으로 제정되었다. 그리고 90년대에 공연되었던 다양한 창작 뮤지컬 작품들 중에서, 나름대로 연구할 만한 의의가 있는 몇몇 작품들을 살펴봤다. 각 작품의 기본 줄거리를 소개한 다음, 그 당시 공연을 봤던 평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각 작품의 장?단점들을 정리했다.
본론에서는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소극장 뮤지컬「사랑은 비를 타고」, 명성황후의 일대기를 뮤지컬화하여 세계 무대에까지 진출한「명성황후」, 그리고 월남전을 소재로 역사적 문제의식을 형상화한「블루 사이공」, 이 세 작품을 90년대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선정하여 대본을 중심으로 작품 내용과 주요 캐릭터, 가사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사랑은 비를 타고」는 소극장 뮤지컬로서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감동적인 주제로 관객들과 가깝게 호흡하는 장점을 지닌 반면, 세 명의 등장인물과 한 개의 무대 세트라는 제한으로 인해 뮤지컬로서 노래와 춤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명성황후」는 지금껏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었던 민비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을 뿐 아니라, 대형 뮤지컬로서 한국적인 요소가 담긴 빼어난 볼거리를 많이 갖추었다. 그리고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와 웨스트 엔드에 가서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복잡한 역사적 배경 설명이 1막에 몰려있고,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명성황후라는 캐릭터의 내면은 잘 드러나지 않아, 관객이 인물과 함께 호흡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블루 사이공」은 월남전이라는 무겁고 진지한 소재를, 김 상사라는 개인의 일생을 통해 그려냈다. 역사적 문제의식이 매우 뚜렷한「블루 사이공」은 다른 한국 창작 뮤지컬 작품들과 여러모로 대비가 되는 독특한 작품이다. 하지만 과잉된 주제의식으로 인해 분위기가 지나치게 무거워지고, 세련미가 떨어지는 것이 흠이라고 할 수 있다.
논자는 이 연구가 앞으로 뮤지컬 대본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 또 우리의 창작 뮤지컬에 뜻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