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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문명에서 이기(利器)를 누리고 있는, 그래서 불가능이란 없어 보일 것 같은 현대인들에게도 죽음은 터부(taboo)이다. 다시 말해 죽음 외에는 더 이상의 터부는 없게 된 현대인은 죽음을 애써 망각하고 은폐시켜 버린다. 즉 인류는 문명화 과정에서 새로운 의학기술과 신체관리 등의 방식으로 죽음을 삶 속에서 감추어 온 것이다. 이는 곧 죽음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의 근원적 공포에서 벗어나려 하는 데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공포는 삶 속에서 관계했던 모든 것들이 궁극적으로 단절되고 언젠가 자신도 기억 속에서 망각됨을 타자들의 죽음을 통해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를 유비(乳比)해 보는 데서 연유한다. 따라서 본인은 죽음을 낯선 타자와 미래로 가정하고, 타자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사랑을 기울일 때 삶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예술이 죽음을 사유하는 것은 윤리적 측면에서 그 실천적 가치가 있다. 본인은 그러한 실천적 방법을 회화라는 조형방식으로 매개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역설적 어법에 의한 의미유추를 유도하였다. 이는 죽음을 직접 설명하거나 표현하기에는 그 형식이 너무나 추상적이므로 ...

고도의 문명에서 이기(利器)를 누리고 있는, 그래서 불가능이란 없어 보일 것 같은 현대인들에게도 죽음은 터부(taboo)이다. 다시 말해 죽음 외에는 더 이상의 터부는 없게 된 현대인은 죽음을 애써 망각하고 은폐시켜 버린다. 즉 인류는 문명화 과정에서 새로운 의학기술과 신체관리 등의 방식으로 죽음을 삶 속에서 감추어 온 것이다. 이는 곧 죽음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의 근원적 공포에서 벗어나려 하는 데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공포는 삶 속에서 관계했던 모든 것들이 궁극적으로 단절되고 언젠가 자신도 기억 속에서 망각됨을 타자들의 죽음을 통해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를 유비(乳比)해 보는 데서 연유한다. 따라서 본인은 죽음을 낯선 타자와 미래로 가정하고, 타자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사랑을 기울일 때 삶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예술이 죽음을 사유하는 것은 윤리적 측면에서 그 실천적 가치가 있다. 본인은 그러한 실천적 방법을 회화라는 조형방식으로 매개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역설적 어법에 의한 의미유추를 유도하였다. 이는 죽음을 직접 설명하거나 표현하기에는 그 형식이 너무나 추상적이므로 오브제로 대치하여 동일하게 읽힐 수 있도록 코드화한 것이다.
둘째, 반복에 의한 표현방식이다. 인간역사 와 이성을 상징하는 문자위에 현대를 상징하는 디지털 기호의 직사각형 모양의 색 점찍기는 다시 저부조 형식의 압축 스티로폼으로 전이되고, 이는 다시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입체상자로 반복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반복들은 최초의 사각형들을 완벽한 의미전달의 재현체계로 형상화하려는 강박적 반복에 기인한 것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삶과 예술의 유기적 관계에 대한 또 다른 실천적 모색이다.
셋째, 시간이라는 추상적이고 비물질적인 죽음의 요소를 작품에 수용하였는데 금속박스 안의 양초가 그에 해당된다. 이는 촛불이 지닌 상징적인 의미와 더불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소멸해가는 고독한 인간 삶의 유한성을 목격하게 한 것이다.
넷째, 작품의 명제 또한 기억-상실, 현존-부재, memento-memento mori(기억-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동일한 의미의 반복을 통한 환유(歡游)적 전략이다. 이러한 반복은 삶의 은유이자 종교적인 의식처럼 절대성에 대한 접근이며 삶의 순간을 잡으려는 노력인 것이다.
이렇듯 작업에 있어서 반복적 행위와 표현은 작금(昨今)의 시대를 통찰하고 남다른 안목으로 실천하고자함인 것이다. 결국 죽음을 탐구하는 것은 ‘모든 존재의 본질’을 이해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미학적 성찰인 것이며, 그 성찰의 방식을 본인은 회화라는 매개를 통해 현재의 구체적인 증거물로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