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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영향으로 서구 복지국가가 축소와 위기를 맞이한 반면, 같은 시기에 동일한 영향력 아래서도 동아시아에서는 복지가 확대된 독특한 사례가 발견되었다. 동아시아의 두 국가인 한국과 대만은 90년대 중반 경제위기를 전후로 사회복지가 확대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의료정책의 개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한국과 대만의 의료보험제도는 그 적용범위가 확대됨과 동시에, 관리운영이 통합일원화되는 공통된 제도변화를 겪었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과 대만의 사회정책발달과정에서 나타난 복지정치의 전개과정에 주목했다. 본 연구의 목...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영향으로 서구 복지국가가 축소와 위기를 맞이한 반면, 같은 시기에 동일한 영향력 아래서도 동아시아에서는 복지가 확대된 독특한 사례가 발견되었다. 동아시아의 두 국가인 한국과 대만은 90년대 중반 경제위기를 전후로 사회복지가 확대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의료정책의 개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한국과 대만의 의료보험제도는 그 적용범위가 확대됨과 동시에, 관리운영이 통합일원화되는 공통된 제도변화를 겪었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과 대만의 사회정책발달과정에서 나타난 복지정치의 전개과정에 주목했다. 본 연구의 목적은 두 국가의 의료보험 통합과정을 비교하여 복지발달의 핵심 동력을 밝힘으로써 서구 중심의 복지정책발달이론들을 재구성하여 이론적 함의를 제시하고자 하는데 있다. 본 연구의 분석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두 국가는 모두 의료보험 통합이라는 공통된 성과를 이루었지만, 제도변화의 핵심적 동력은 상이했고 정책결정과정도 매우 다르게 전개되었다. 대만은 정부와 여당이 정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전민건강보험제도의 도입을 적극 주도했던 반면, 한국은 기존 제도에서 형성된 자본가계급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고착화되어 정부는 제도변화를 완강히 거부하였으며, 제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복지동맹을 구축하고 권력자원을 동원하는 전면전을 전개하였다. 기존의 복지발달이론을 적용시켜본다면, 대만은 국가중심이론으로, 한국은 권력자원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근접한 방법일 것이다. 대만의 경우는 국가중심이론을 적용하는 것에 별다른 이견이 없으나, 한국의 경우 기존의 권력자원론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수정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의료보험 통합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은 주요한 동력의 하나임이 분명했지만,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복지동맹이 구축되거나 재편된 것은 아니었으며 농민, 노동자, 신중간계급의 광범위한 계급연합적 복지동맹이 구축됨으로써 가능했다. 따라서 권력자원이론의 논리적 틀은 유지하되 주체의 범위를 확장시킴으로써 한국 현실에 대한 설명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복지발달에 있어서 여전히 정치(politics)적 요소의 영향력이 크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두 국가의 사회정책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존제도로부터 발생하는 주요 행위자들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민주화 수준에 따른 사회적 역학관계이다. 물론 경제성장과 산업화 역시 복지제도의 도입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 요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일정 수준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복지제도가 도입된 이후에 그 제도의 변화는 복지정치를 전개해나가는 이해관계자와 주요행위자의 정치적 역량 및 사회적 권력관계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