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1. 연구의 목적과 방법 한국소설에서 처음으로 드러난 상호 텍스트적 현상은 고소설의 구비문학 패러디였다. 신화와 전설, 민담과 같은 설화는 한 가지 혹은 둘 이상의 요소가 결합되어 고소설에 수용되었다. 또 이러한 고소설은 현대의 작가들에게도 상상력의 중요한 원천이 되어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허생전」외에도, 판소리계 소설인 「춘향전」,「심청전」,「흥부전」등을 패러디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고소설의 구비문학 패러디라고 하는 것은 구비문학이 기록문학으로 정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넓은 뜻에서의 패러디라고 할 수 있으며, 본격적인 패러디는 현대소설의 고소설 패러디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박지원의 「허생전」은 기존의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되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구비문학에서 기록문학으로 정착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대의 여러 작가들에 의해 재창조되어 왔다. 1923년에 창작된 이광수의 소설 「허생전」, 1946년에 창작된 채만식의 소설 「허생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박지원의 「허생전」은 그의 조선 현실에 대한 현실 인식을 담고 있고, 현대소설로 패러디된 「허생전」도 각각 작가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 우선 이광수의 「허생전」은 그가 상해에서 귀국한 후 동아일보에 연재한 작품으로 일제 시대 지식인으로서의 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채만식의 「허생전」은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다음 해에 창작된 것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춘향전」과「심청전」,「흥부전」등도「허생전」과 같이 고전소설을 현대소설로 패러디한 작품들이다. 그러나 이들 작품들에 비해 「허생전」은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창작되었고, 창작된 시기가 우리 역사와 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때였기 때문에 패러디의 사회 역사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양상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 한국 현대 패러디소설을 연구하는 데에 좋은 자료이다. 본고는 현대소설 「허생전」이 고전소설 「허생전」을 어떻게 패러디했으며 그 변용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각각의 서사구조와 인물성격의 측면에서 밝히고자 하였다. 첫째, 사건을 이루는 주요 모티프 를 정리하는 방법으로 서사의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박지원의 「허생전」과 이광수와 채만식의 「허생전」을 주요 모티프로 정리해 보면, 작품들 사이에 동일한 모티프도 있고 서로 다른 모티프도 있다. 이들 각각의 작품은 한 편의 독립된 작품이지만, 커다란 하나의 작품군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특히 이 ‘자유로운 모티프’의 탈락이나 삽입을 작가의 비평적 거리에 의한 ‘차이’로 보고 패러디의 의도를 밝히는 단서로 삼고자 한다. 원텍스트의 서사 구조를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탈락된 모티프는 어떠한 것이며, 탈락된 까닭은 무엇인가, 또 새로운 모티프는 어떻게 첨가되고 있는가를 살피고 이러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의미가 창출되는가를 밝혀 볼 것이다. 둘째, 텍스트에 나타나 있는 여러 가지 성격 지표(character-indicator )를 한데 모아 인물의 성격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소설에 나타난 인물의 성격 창조는 작가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일정한 시간적 • 공간적 상황속에서 행동하며 현실을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는 소설의 인물들은, 그러한 인물을 설정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밝혀주는 가장 확실한 요소이기도 하다. 본 논문에서는 직접 한정(direct definition)과 간접 제시(indirect presention)라는 성격 지표의 두 가지 유형을 통해 허생의 성격을 밝히고, 이러한 인물이 작가의 사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 보려고 한다. 패러디 텍스트의 서사 구조와 성격화를 원텍스트와의 차이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당대의 정치, 경제, 문화 체제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시대를 지배하는 시대적 규범은 늘 변화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화되기 때문에 패러디 텍스트의 의미는 텍스트 내적인 것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패러디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작품이 생산된 사회 • 문화적 조건을 면밀히 고찰해야 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먼저 원텍스트에 대한 ...
<초록> 1. 연구의 목적과 방법 한국소설에서 처음으로 드러난 상호 텍스트적 현상은 고소설의 구비문학 패러디였다. 신화와 전설, 민담과 같은 설화는 한 가지 혹은 둘 이상의 요소가 결합되어 고소설에 수용되었다. 또 이러한 고소설은 현대의 작가들에게도 상상력의 중요한 원천이 되어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허생전」외에도, 판소리계 소설인 「춘향전」,「심청전」,「흥부전」등을 패러디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고소설의 구비문학 패러디라고 하는 것은 구비문학이 기록문학으로 정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넓은 뜻에서의 패러디라고 할 수 있으며, 본격적인 패러디는 현대소설의 고소설 패러디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박지원의 「허생전」은 기존의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되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구비문학에서 기록문학으로 정착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대의 여러 작가들에 의해 재창조되어 왔다. 1923년에 창작된 이광수의 소설 「허생전」, 1946년에 창작된 채만식의 소설 「허생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박지원의 「허생전」은 그의 조선 현실에 대한 현실 인식을 담고 있고, 현대소설로 패러디된 「허생전」도 각각 작가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 우선 이광수의 「허생전」은 그가 상해에서 귀국한 후 동아일보에 연재한 작품으로 일제 시대 지식인으로서의 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채만식의 「허생전」은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다음 해에 창작된 것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춘향전」과「심청전」,「흥부전」등도「허생전」과 같이 고전소설을 현대소설로 패러디한 작품들이다. 그러나 이들 작품들에 비해 「허생전」은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창작되었고, 창작된 시기가 우리 역사와 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때였기 때문에 패러디의 사회 역사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양상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 한국 현대 패러디소설을 연구하는 데에 좋은 자료이다. 본고는 현대소설 「허생전」이 고전소설 「허생전」을 어떻게 패러디했으며 그 변용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각각의 서사구조와 인물성격의 측면에서 밝히고자 하였다. 첫째, 사건을 이루는 주요 모티프 를 정리하는 방법으로 서사의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박지원의 「허생전」과 이광수와 채만식의 「허생전」을 주요 모티프로 정리해 보면, 작품들 사이에 동일한 모티프도 있고 서로 다른 모티프도 있다. 이들 각각의 작품은 한 편의 독립된 작품이지만, 커다란 하나의 작품군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특히 이 ‘자유로운 모티프’의 탈락이나 삽입을 작가의 비평적 거리에 의한 ‘차이’로 보고 패러디의 의도를 밝히는 단서로 삼고자 한다. 원텍스트의 서사 구조를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탈락된 모티프는 어떠한 것이며, 탈락된 까닭은 무엇인가, 또 새로운 모티프는 어떻게 첨가되고 있는가를 살피고 이러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의미가 창출되는가를 밝혀 볼 것이다. 둘째, 텍스트에 나타나 있는 여러 가지 성격 지표(character-indicator )를 한데 모아 인물의 성격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소설에 나타난 인물의 성격 창조는 작가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일정한 시간적 • 공간적 상황속에서 행동하며 현실을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는 소설의 인물들은, 그러한 인물을 설정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밝혀주는 가장 확실한 요소이기도 하다. 본 논문에서는 직접 한정(direct definition)과 간접 제시(indirect presention)라는 성격 지표의 두 가지 유형을 통해 허생의 성격을 밝히고, 이러한 인물이 작가의 사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 보려고 한다. 패러디 텍스트의 서사 구조와 성격화를 원텍스트와의 차이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당대의 정치, 경제, 문화 체제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시대를 지배하는 시대적 규범은 늘 변화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화되기 때문에 패러디 텍스트의 의미는 텍스트 내적인 것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패러디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작품이 생산된 사회 • 문화적 조건을 면밀히 고찰해야 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먼저 원텍스트에 대한 상호 텍스트성을 바탕으로 「허생전」패러디소설들을 연구하고, 이를 당대의 현실과 결부시켜 살펴보는 방법을 취하였다. 본고에서는 패러디를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영향관계’로 정의하고, 특히 상호텍스트성에 기반하여 논지를 전개하였다. 2. 연구사 2.1 「허생전」 연구사 조선 후기의 대문호 연암 박지원의 문학은 근대문학적 성격과 풍자성, 기발한 문체 등으로 많은 논자들의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1932년 연암 전집이라 할 수 있는 신활자본 <<연암집>>이 간행되어 학술 연구를 위한 기초가 마련되었다. 이 시기에 연암 문학을 근대적인 소설론의 견지에서 접근한 이후 지금까지 방대한 연구 업적이 축적되었다. 1950년대에는 연암의 실학사상 연구에 초점이 모아졌으며, 1960년대에는 이가원의 <<연암소설 연구>>
<초록> 1. 연구의 목적과 방법 한국소설에서 처음으로 드러난 상호 텍스트적 현상은 고소설의 구비문학 패러디였다. 신화와 전설, 민담과 같은 설화는 한 가지 혹은 둘 이상의 요소가 결합되어 고소설에 수용되었다. 또 이러한 고소설은 현대의 작가들에게도 상상력의 중요한 원천이 되어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허생전」외에도, 판소리계 소설인 「춘향전」,「심청전」,「흥부전」등을 패러디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고소설의 구비문학 패러디라고 하는 것은 구비문학이 기록문학으로 정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넓은 뜻에서의 패러디라고 할 수 있으며, 본격적인 패러디는 현대소설의 고소설 패러디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박지원의 「허생전」은 기존의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되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구비문학에서 기록문학으로 정착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대의 여러 작가들에 의해 재창조되어 왔다. 1923년에 창작된 이광수의 소설 「허생전」, 1946년에 창작된 채만식의 소설 「허생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박지원의 「허생전」은 그의 조선 현실에 대한 현실 인식을 담고 있고, 현대소설로 패러디된 「허생전」도 각각 작가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 우선 이광수의 「허생전」은 그가 상해에서 귀국한 후 동아일보에 연재한 작품으로 일제 시대 지식인으로서의 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채만식의 「허생전」은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다음 해에 창작된 것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춘향전」과「심청전」,「흥부전」등도「허생전」과 같이 고전소설을 현대소설로 패러디한 작품들이다. 그러나 이들 작품들에 비해 「허생전」은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창작되었고, 창작된 시기가 우리 역사와 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때였기 때문에 패러디의 사회 역사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양상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 한국 현대 패러디소설을 연구하는 데에 좋은 자료이다. 본고는 현대소설 「허생전」이 고전소설 「허생전」을 어떻게 패러디했으며 그 변용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각각의 서사구조와 인물성격의 측면에서 밝히고자 하였다. 첫째, 사건을 이루는 주요 모티프 를 정리하는 방법으로 서사의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박지원의 「허생전」과 이광수와 채만식의 「허생전」을 주요 모티프로 정리해 보면, 작품들 사이에 동일한 모티프도 있고 서로 다른 모티프도 있다. 이들 각각의 작품은 한 편의 독립된 작품이지만, 커다란 하나의 작품군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특히 이 ‘자유로운 모티프’의 탈락이나 삽입을 작가의 비평적 거리에 의한 ‘차이’로 보고 패러디의 의도를 밝히는 단서로 삼고자 한다. 원텍스트의 서사 구조를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탈락된 모티프는 어떠한 것이며, 탈락된 까닭은 무엇인가, 또 새로운 모티프는 어떻게 첨가되고 있는가를 살피고 이러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의미가 창출되는가를 밝혀 볼 것이다. 둘째, 텍스트에 나타나 있는 여러 가지 성격 지표(character-indicator )를 한데 모아 인물의 성격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소설에 나타난 인물의 성격 창조는 작가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일정한 시간적 • 공간적 상황속에서 행동하며 현실을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는 소설의 인물들은, 그러한 인물을 설정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밝혀주는 가장 확실한 요소이기도 하다. 본 논문에서는 직접 한정(direct definition)과 간접 제시(indirect presention)라는 성격 지표의 두 가지 유형을 통해 허생의 성격을 밝히고, 이러한 인물이 작가의 사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 보려고 한다. 패러디 텍스트의 서사 구조와 성격화를 원텍스트와의 차이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당대의 정치, 경제, 문화 체제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시대를 지배하는 시대적 규범은 늘 변화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화되기 때문에 패러디 텍스트의 의미는 텍스트 내적인 것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패러디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작품이 생산된 사회 • 문화적 조건을 면밀히 고찰해야 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먼저 원텍스트에 대한 상호 텍스트성을 바탕으로 「허생전」패러디소설들을 연구하고, 이를 당대의 현실과 결부시켜 살펴보는 방법을 취하였다. 본고에서는 패러디를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영향관계’로 정의하고, 특히 상호텍스트성에 기반하여 논지를 전개하였다. 2. 연구사 2.1 「허생전」 연구사 조선 후기의 대문호 연암 박지원의 문학은 근대문학적 성격과 풍자성, 기발한 문체 등으로 많은 논자들의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1932년 연암 전집이라 할 수 있는 신활자본 <<연암집>>이 간행되어 학술 연구를 위한 기초가 마련되었다. 이 시기에 연암 문학을 근대적인 소설론의 견지에서 접근한 이후 지금까지 방대한 연구 업적이 축적되었다. 1950년대에는 연암의 실학사상 연구에 초점이 모아졌으며, 1960년대에는 이가원의 <<연암소설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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