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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한국 전후소설의 트라우마(trauma) 양상 연구 이 연구는 전후소설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인물의 병리적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작품은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전쟁과 같은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작가들에게 전쟁이 남긴 정신적 외상은 매우 컷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년대에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전쟁의 상처를 인물을 통해 형상화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1970-80년대에 발표된 한국전쟁을 소재로 다룬 소설에서도 인물들이 여전히 병리적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시대를 관통하는 이러한 병리 현상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지크문트 ...

【국문초록】 한국 전후소설의 트라우마(trauma) 양상 연구 이 연구는 전후소설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인물의 병리적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작품은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전쟁과 같은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작가들에게 전쟁이 남긴 정신적 외상은 매우 컷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년대에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전쟁의 상처를 인물을 통해 형상화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1970-80년대에 발표된 한국전쟁을 소재로 다룬 소설에서도 인물들이 여전히 병리적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시대를 관통하는 이러한 병리 현상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지크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그의 저서 『정신분석 입문』에서 외상성(外傷性) 노이로제는 특별히 전쟁으로 발생이 잘 되는 병이라고 했다. 사고의 순간에 대한 고착이 그 원인인 이러한 외상성 노이로제 환자들은 꿈속에서 그들이 겪었던 외상적 상황을 되풀이 한다. 정신 분석이 가능한 히스테리성 발작이 일어날 경우 그 발작은 이러한 외상의 완전한 재현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이들 환자들이 외상적 상황을 적절히 처리할 능력이 없음으로 해서 이것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현실의 과제로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억압된 충격적인 사건은 무의식의 일부가 되어 의식의 틈새를 비집고 끊임없이 드러내게 된다. 이것을 트라우마(trauma)라 하는데 트라우마는 장기기억 되는 속성을 지닌다. 그리고 온전한 치유가 되지 않는 한 트라우마는 지속적으로 발현되어 일상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년대는 트라우마가 형성되는 시기였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1950년대에 발표된 작품 중 「비 오는 날」,「오발탄」,「쑈리 킴」,「요한시집」, 「유예」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전쟁을 직접 체험한 이들 작가 군에 의해 형상화된 인물과 전후 현실을 보며 트라우마가 서서히 형성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손창섭은 「비 오는 날」에서 동욱 남매의 참담한 생활환경을 보여줌으로써, 환경에 의해 파괴되는 윤리의식을 그렸다. 이범선은 「오발탄」에서 철호 가족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통해 전후의 전망이 부재된 사회현실을 보여주었다. 송병수는 「쑈리 킴」에서 미군 부대 주변에서 기생해 살아가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통해 전후의 암담한 현실에서 동심이 파괴될 수밖에 없는 사회현실을 고발하였다. 장용학은 「요한 시집」에서 토끼 우화와 누혜의 삶을 대비하면서 진정한 자유를 찾아 죽을 수밖에 없었던 누혜의 삶을 통해 자유의 도로성에 대해 말하였다. 오상원은 「유예」에서 포로로 잡힌 소대장이 한 시간의 유예 속에 살 수 있는 선택을 포기하고 인간답게 죽는 선택을 함으로써, 극한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실존의식을 역설적으로 그렸다. 같은 전쟁체험을 했어도 각자의 경험과 수용의 방식에 따라 이처럼 전쟁은 다른 모습으로 문학 속에 형상화 되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전쟁의 상처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러한 내재된 상처는 먼 훗날 트라우마로 표출되는 것이다. 산업화가 가속화되던 60년대의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잊혔던 전쟁의 외상은 70, 80년대의 문학 속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다. 트라우마에 대한 온전한 치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 기억되는 특성을 가진 트라우마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발현되는 것이다. 일상에서 발현되는 트라우마를 살피기 위해 박완서의 소설 「엄마의 말뚝2」와 이균영의 소설「어두운 기억의 저편」을 살펴보았다. 「엄마의 말뚝2」는 전쟁의 외상 때문에 고통 받는 엄마와 딸을 통해 전쟁의 폭력성이 개인의 일상적 삶을 여지없이 파괴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어머니는 아직도 투병 중이시다.”라는 작품의 마지막 문장을 통해 분단과 이산의 아픔은 그 대상이 개인이든 민족이든 근원적인 치유가 되지 않는 한 정신적 외상은 계속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어두운 기억의 저편」을 통해서는 잃어버린 가방을 찾는 과정에서 이십 수년이 넘은 잠재된 기억이 아직도 주인공인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았다. 전쟁고아라는 기제가 잊혔던 기억을 되살리고, 무의식중에도 과거로 회귀하려는 ‘그’의 모습을 통해 잠재된 트라우마가 얼마나 강렬한 것인가를 볼 수 있었다. 두 작품을 통해서 치유되지 못하고 내면화된 상처, 즉 트라우마는 기억을 촉발시키는 기제를 만나면 언제고 발현된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트라우마는 치유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 이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황석영의「한씨연대기」와 전상국의「아베의 가족」을 선택했다. 대개의 전후소설이 전쟁의 폭력성과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비극성을 보여주는 반면 이 두 작품은 그것에만 머물지 않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대개의 전후소설과는 다른 차별성을 보여 주었다. 전후세대인 「한씨연대기」의 혜자와 「아베의 가족」의 진호가 보여준 행위는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쟁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망을 제시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두 인물이 보이는 행위는 새로운 역사에 대한 상징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