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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향유되거나 혹은 공유되는 정신적, 정서적 유산이다. 즉, 예술은 우리들의 일상과 동떨어져서 생각되어질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창작 활동인 것이다. 예술의 한 지류인 무용 역시 이러한 예술적 특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는 예술의 한 형태인 무용이 삶을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인 인간의 정서를 표현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무용의 기능이며 목적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본 논문은 본인의 공연작품 「백향」을 창작하는데 있어 그 주제를 인간 본연의 가장 진솔한 감정인 ‘사랑’으로 정하고 두 가지 방...

예술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향유되거나 혹은 공유되는 정신적, 정서적 유산이다. 즉, 예술은 우리들의 일상과 동떨어져서 생각되어질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창작 활동인 것이다. 예술의 한 지류인 무용 역시 이러한 예술적 특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는 예술의 한 형태인 무용이 삶을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인 인간의 정서를 표현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무용의 기능이며 목적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본 논문은 본인의 공연작품 「백향」을 창작하는데 있어 그 주제를 인간 본연의 가장 진솔한 감정인 ‘사랑’으로 정하고 두 가지 방향에서 구성하고자 하였다. 그 첫째는 「백향」이 갖는 정서적 관점이다. 매창은 조선시대의 기생이며 여류시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삶과 사랑은 그 누구보다도 절개 있고 그 무엇보다도 순수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그녀의 시를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그녀는 오직 천하디 천한 천민 시인 유시경만을 모든 환경적 사회 신분적 제약을 넘어서 죽는 날까지 사랑했다. 이러한 그녀의 사랑은 물질적 사고와 이기적 계산이 팽배한 오늘날에 있어 그 숭고성이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매창의 사랑은 그녀 개인은 물론이요 당시 사람들의 보편적인 희노애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현대인의 사랑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이러한 묘한 대조를 통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감히 근접치 못할 그녀의 고귀한 사랑을 느끼고 나아가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관점은 문학의 소재를 무용에 차용하고 형상화함으로써 무용이라는 예술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매창의 시가 문학의 소재적 이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사상과 정서적 요소까지를 형상화함으로써 무용예술의 미적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무용의 정서적 요소의 형상화와 더불어 현대 ‘사랑’의 가벼움에 경종도 내재적 영향 속에서 포함시키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창작춤 「백향」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1. 「백향」은 매창의 시 ‘취하신 님께’와 ‘매창을 향한 유희경의 시’의 내용을 토대로 그 시가 품고 있는 내재적 의미를 무용작품으로 형상화하였으며 그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2. 무대는 총 2장으로 구성하였고, 남자 군무 4인, 여자 군무 6인, 주역무용수 2인으로 총 12명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3. 제1장에서는 주역무용수가 기생 매창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교태스런 마임과 동작들을 보여준다. 남자 군무진 4인의 등장으로 매창의 남자들을 표현하고 매창과 유시경의 관계를 시기하고 억압하는 동작들을 나타낸다. 그리고 여자 군무진 6인이 기생들의 요염하고 교태스러운 동작들을 붉은 부채와 함께 표현한다. 4. 제2장에서는 4커플이 매창의 각기 달랐던 남성과의 관계를 동작으로 시간차를 두고 표현한다. 그리고 결국 매창과 유시경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동작들을 한 후 죽는 날까지 사랑할 것을 맹세하는 동작으로 끝을 맺는다. 신분이나 사회적 제약을 떠나 순수하게 사랑했던 그들의 모습을 메시지로 무용으로 형상화 시키고 있다. 근래에 크로스 오버(CROSSOVER)라는 현상은 현대사회의 정치계, 경제계, 그리고 문화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창의적 정신을 불어넣는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이미 고갈되어 가고 있는 소재적, 사상적 개념의 한계성 극복이라는 점과 점차 혼합, 변화되어 가고 있는 시대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제되어 있다. 무용계에도 이러한 크로스 오버의 현상이 확산되어 가고 있는데 단순히 장르적 변용을 넘어 다른 문화적 요소들 예컨대 문학과 무용의 상호 유사성을 추구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즉 무용의 새로운 가능성과 창의성을 고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문학의 소재적, 정서적 요소를 차용, 무용과 접목시키는 방향이 시도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고전에 대한 해석의 고착화와 다른 문화 매체간의 혼용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사회적 혹은 정서적 거부감이 적지 않게 있어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창작활동은 무용의 창의적 발전이라는 형태적 측면과 문학적 요소로부터의 도입과 사회적 변화에 따른 동조화라는 사회 심리적(혹은 정서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시도되어야함은 물론 이런 시도에 따른 면밀한 연구와 분석이 뒤따라야 하리라 판단한다. 이러한 노력이 궁극적으로 무용계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문화적, 정서적, 나아가 사상적 토양을 구축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 임을 본 논자는 감히 제안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