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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 사회에서는 인간의 생(生)과 사(死)는 신적(神的) 내지는 자연적 질서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의학의 꾸준한 발전으로 오늘날에는 자연사(自然死) 시점(時點)을 넘긴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도 가능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전혀 새로운 윤리적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안락사(安樂死)의 문제이다. 극심한 고통으로 차라리 죽음을 원하는 말기 암 환자나, 인공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에 대한 안락사는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 사회에서는 인간의 생(生)과 사(死)는 신적(神的) 내지는 자연적 질서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의학의 꾸준한 발전으로 오늘날에는 자연사(自然死) 시점(時點)을 넘긴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도 가능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전혀 새로운 윤리적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안락사(安樂死)의 문제이다. 극심한 고통으로 차라리 죽음을 원하는 말기 암 환자나, 인공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에 대한 안락사는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도덕적 딜레마를 않고 있다. 여기에는 생명의 존엄성과 삶의 질, 자율성 존중과 해악 금지의 의무 등 인간의 도덕적 판단의 가장 핵심적 가치들이 충돌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로써 목적(目的)인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고 본다면, 안락사는 부당(不當)한 것이다. 반대로, 극심한 고통 속에 가망 없는 치료를 계속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삶과 죽음의 질의 측면에서 현명한 것이라고 본다면 안락사는 정당화(正當化)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할 권리(權利)를 갖는다는 점에서 환자의 자의(自意)에 따른 안락사는 정당(正堂)할 것이다. 반대로 의사는 어떤 경우에도 환자를 살리도록 노력해야지 죽음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는 안락사가 부당할 것이다. 이 문제는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도덕적 논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런 논쟁을 하고 있는 동안 환자들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신음하며 치료를 이어가고 있거나, 의식 없이 호흡만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의사들은 도덕적 의무와 현실적 유용성 사이에서 고심(苦心)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우리 사회의 공통(共通)의 도덕(道德) 수준에서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안락사의 허용 범위와 조건에 대한 합의가 절실할 것이다. 또한 이런 문제를 의사와 환자 간의 문제만으로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도덕적, 철학적 지혜를 조언하는 위원회의 필요성도 절실하다. 이 모든 제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죽음은 결코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인간에게 죽음은 본질적으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의 과정도 가급적 자연스러워야 할 것이다. 인간에게 죽음은 극복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의 죽음은 죽음의 수용(受容)이어야 한다. 그런 관점을 견지하며, 안락사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