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이 논문은 정지용의 시세계를 검토하여 그가 전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심화하여 발전시켰는지 밝히고자 하였다. 정지용의 시세계는 초기부터 중기, 후기에 이르기까지 표현되는 대상은 산수 자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지용을 서구적인 모더니스트와 정신적인 전통주의자로 양분하여 보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정지용은 산수를 그의 시창작과 시적인식의 틀로 삼고 있다. 산수라는 대상은 사회와 시대 및 개인에 따라 내용이 다라지게 된다. 정지용도 사회ㆍ문화적 환경에 따라 산수의 인식이 변모한다. 시창작 초기에는 산수 자연을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중기ㆍ후기로 갈수록 인간과 분리되지 않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정지용을 서구적인 모더니스트와 정신적인 전통주의자로 보았던 이분법적인 경향을 불식시키고 전통 계승론자로서의 정지용의 면모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목적은 첫째, 앞으로도 고전시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현대시와의 접점을 모색하여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갖고 있음을 밝히고자 함이다. 둘째, 일제 말기 문장파의 일원인 정지용이 시대적인 현실보다는 산수경물을 주요 시적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발표매체나 표현의 통제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문학이 전달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지용은 민족 공통의 전통, 즉 민족어의 가치를 수호하고 조선어의 미감을 발견하여 ‘과거 조선’에 대한 탐구를 함으로써 서구문명에 대한 열망과 관심을 내부로 돌려 민족문학을 정립하고자 하였다. 셋째, 정지용은 전통미학을 계승하여 미적 완성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자연은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인간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파악하여 자연 속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산수를 포함하여 자연은 무상한 인간의 삶과 대비되는 공간으로 인간의 유한성을 반추하는 공간이자 영원히 추구해야 할 지고의 가치를 지닌 공간이기도 하다. 산수를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들이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창작되었듯이 산수와 문학은 밀접하다. 산수에 대한 인간의 미적 감수성은 문학창작을 통해 표출되는데 산수 경물만을 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산수자연에 내재한 정신성과 시인의 내면까지 융합한 시를 최고의 시로 간주한다. 이러한 시가 산수시이다. 정지용은 초기 창작과정에서 산수자연이라는 대상 그 자체를 그렸으며 점차 그 대상 자체로서가 아니라 초월적이고 이상적이며, 나아가 목적적인 산수시로 나아간다. 정지용 시세계의 전통적인 특성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의식에 흐르고 있는 예술정신과 미적 감수성에 대한 이해 위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해명할 수 있다. 전통시학의 계승은 자칫하면 국수주의로 비추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전통의 추구는 과거에 대한 복귀가 아니고 자기 발견의 과정이다. 문학사의 연속성을 인정한다면 그에 따라 정지용의 시문학을 생성시킨 미학적인 수사법도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지용은 과거를 그것 그대로 계승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미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해 새로운 미학으로 발전해 나아갔던 것이다. 정지용은 우리 문학사의 연속성을 추구했으며, 민족문학의 자율성을 옹호하며 전통미학의 계승과 완성을 추구했던 것이다. 2장 1절은 산수시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개관하였다. 동양문학에서는 자연이란 말을 대신해서 산수라는 개념을 주로 사용해왔다. 산수를 본받는 것은 문화 창조의 법칙이자 예술창조의 법칙이었다. 산수를 본받는다는 원칙으로 인해 동양의 예술세계는 대부분이 산수 세계이다. 이 산수라는 용어가 문학적 용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산수를 미적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 산수미는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산수를 바라보는 개인에 따라 그 미가 달라진다는 점을 논의했다. 2장 2절에서는 정지용이 산수시의 세계로 더 깊이 갈 수밖에 없는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았다. 급변하는 국내외의 정세와 정치, 사회적인 혼란과 식민지배의 특수한 현실과 맞물리면서 정지용의 시세계는 변모하기 시작했다. 정지용의 시세계가 변모하는 것은 그 시대의 정치적 영향이 컸던 것이다. 왕조시대의 시인들은 개인적인 이상이나 의지도 왕의 권능에 앞설 수가 없었기 때문에 왕과의 관계악화가 되면 관직에서 물러난다. 관직에서 물러나면 선수에 묻혀 살아간다. 그러므로 산수에 묻혀 산다는 것은 정치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2장 3절에서는 정지용의 ‘동요･민요풍’의 시를 분석하여 그의 시의식의 원천을 밝혔다. 1920년대 초반 우리 시단의 분위기는 전통적인 색조, 민요조의 영향이 컸다. 정지용이 잡지의 대담에서 “중학 4, 5학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처음 쓴 작품들은 민요체의 시들”이라고 직접 밝힌 대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지용의 ‘동요･민요풍’의 시에서 산수경물은 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경물로, 시인의 인식이 발견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동요･민요풍’의 시는 주체가 객체에 대해 느끼는 친화적 교감의 양상을 띤다. 친화적 교감의 양상은 경물을 바라보며 교감의 즐거움에 취해있으므로 유쾌함과 즐거움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산수와 자아의 거리감도 없다. 3장에서는 시 창작기법의 하나인 ‘용사’에 대해 개관하였다. 3장 1절에서는 1930년대 초기에 순수주의 문학운동을 펼친 문인들은 민족문학을 성립시키고 민족어를 발견하기 위해서 새로운 전통성을 확보하려고 하였다. 정지용도 이러한 전통성의 확보를 위해 고어와 의고체 문장을 활용하여 전통성을 지키고자 하였다. 고어와 한자어, 의고체문장등 전통적 어법이 어떻게 정지용 시에 기능하여 자유시 초기의 시어영역을 확대했는지 살펴보았다. 3장 2절에서는 정지용 시의 구조를 분석했다. 정지용은 다양한 형태의 시를 창작했으나, 2행 1연의 시행 구성을 즐겨 사용했다. 2행 1연의 작품은 정지용의 시작활동 전 기간에 두루 나타난다. 이러한 형태는 시각적으로 정돈된 느낌과 안정적인 형태로 보일뿐만이 아니라 산수시에서 중시하는 여백의 효과를 돋보이는 것에 일조한다. 3장 3절에서는 한시를 계승하여 정지용 자신만의 새로운 경계를 창조한 시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정지용은 한시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니라 ‘자기화’를 거쳐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4장에서는 산수시의 미적 구현인 ‘의경’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화자인 주체와 객체가 합일된 경지에 도달한 정지용의 시세계를 경계론의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
【국문요약】 이 논문은 정지용의 시세계를 검토하여 그가 전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심화하여 발전시켰는지 밝히고자 하였다. 정지용의 시세계는 초기부터 중기, 후기에 이르기까지 표현되는 대상은 산수 자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지용을 서구적인 모더니스트와 정신적인 전통주의자로 양분하여 보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정지용은 산수를 그의 시창작과 시적인식의 틀로 삼고 있다. 산수라는 대상은 사회와 시대 및 개인에 따라 내용이 다라지게 된다. 정지용도 사회ㆍ문화적 환경에 따라 산수의 인식이 변모한다. 시창작 초기에는 산수 자연을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중기ㆍ후기로 갈수록 인간과 분리되지 않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정지용을 서구적인 모더니스트와 정신적인 전통주의자로 보았던 이분법적인 경향을 불식시키고 전통 계승론자로서의 정지용의 면모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목적은 첫째, 앞으로도 고전시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현대시와의 접점을 모색하여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갖고 있음을 밝히고자 함이다. 둘째, 일제 말기 문장파의 일원인 정지용이 시대적인 현실보다는 산수경물을 주요 시적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발표매체나 표현의 통제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문학이 전달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지용은 민족 공통의 전통, 즉 민족어의 가치를 수호하고 조선어의 미감을 발견하여 ‘과거 조선’에 대한 탐구를 함으로써 서구문명에 대한 열망과 관심을 내부로 돌려 민족문학을 정립하고자 하였다. 셋째, 정지용은 전통미학을 계승하여 미적 완성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자연은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인간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파악하여 자연 속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산수를 포함하여 자연은 무상한 인간의 삶과 대비되는 공간으로 인간의 유한성을 반추하는 공간이자 영원히 추구해야 할 지고의 가치를 지닌 공간이기도 하다. 산수를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들이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창작되었듯이 산수와 문학은 밀접하다. 산수에 대한 인간의 미적 감수성은 문학창작을 통해 표출되는데 산수 경물만을 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산수자연에 내재한 정신성과 시인의 내면까지 융합한 시를 최고의 시로 간주한다. 이러한 시가 산수시이다. 정지용은 초기 창작과정에서 산수자연이라는 대상 그 자체를 그렸으며 점차 그 대상 자체로서가 아니라 초월적이고 이상적이며, 나아가 목적적인 산수시로 나아간다. 정지용 시세계의 전통적인 특성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의식에 흐르고 있는 예술정신과 미적 감수성에 대한 이해 위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해명할 수 있다. 전통시학의 계승은 자칫하면 국수주의로 비추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전통의 추구는 과거에 대한 복귀가 아니고 자기 발견의 과정이다. 문학사의 연속성을 인정한다면 그에 따라 정지용의 시문학을 생성시킨 미학적인 수사법도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지용은 과거를 그것 그대로 계승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미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해 새로운 미학으로 발전해 나아갔던 것이다. 정지용은 우리 문학사의 연속성을 추구했으며, 민족문학의 자율성을 옹호하며 전통미학의 계승과 완성을 추구했던 것이다. 2장 1절은 산수시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개관하였다. 동양문학에서는 자연이란 말을 대신해서 산수라는 개념을 주로 사용해왔다. 산수를 본받는 것은 문화 창조의 법칙이자 예술창조의 법칙이었다. 산수를 본받는다는 원칙으로 인해 동양의 예술세계는 대부분이 산수 세계이다. 이 산수라는 용어가 문학적 용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산수를 미적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 산수미는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산수를 바라보는 개인에 따라 그 미가 달라진다는 점을 논의했다. 2장 2절에서는 정지용이 산수시의 세계로 더 깊이 갈 수밖에 없는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았다. 급변하는 국내외의 정세와 정치, 사회적인 혼란과 식민지배의 특수한 현실과 맞물리면서 정지용의 시세계는 변모하기 시작했다. 정지용의 시세계가 변모하는 것은 그 시대의 정치적 영향이 컸던 것이다. 왕조시대의 시인들은 개인적인 이상이나 의지도 왕의 권능에 앞설 수가 없었기 때문에 왕과의 관계악화가 되면 관직에서 물러난다. 관직에서 물러나면 선수에 묻혀 살아간다. 그러므로 산수에 묻혀 산다는 것은 정치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2장 3절에서는 정지용의 ‘동요･민요풍’의 시를 분석하여 그의 시의식의 원천을 밝혔다. 1920년대 초반 우리 시단의 분위기는 전통적인 색조, 민요조의 영향이 컸다. 정지용이 잡지의 대담에서 “중학 4, 5학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처음 쓴 작품들은 민요체의 시들”이라고 직접 밝힌 대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지용의 ‘동요･민요풍’의 시에서 산수경물은 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경물로, 시인의 인식이 발견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동요･민요풍’의 시는 주체가 객체에 대해 느끼는 친화적 교감의 양상을 띤다. 친화적 교감의 양상은 경물을 바라보며 교감의 즐거움에 취해있으므로 유쾌함과 즐거움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산수와 자아의 거리감도 없다. 3장에서는 시 창작기법의 하나인 ‘용사’에 대해 개관하였다. 3장 1절에서는 1930년대 초기에 순수주의 문학운동을 펼친 문인들은 민족문학을 성립시키고 민족어를 발견하기 위해서 새로운 전통성을 확보하려고 하였다. 정지용도 이러한 전통성의 확보를 위해 고어와 의고체 문장을 활용하여 전통성을 지키고자 하였다. 고어와 한자어, 의고체문장등 전통적 어법이 어떻게 정지용 시에 기능하여 자유시 초기의 시어영역을 확대했는지 살펴보았다. 3장 2절에서는 정지용 시의 구조를 분석했다. 정지용은 다양한 형태의 시를 창작했으나, 2행 1연의 시행 구성을 즐겨 사용했다. 2행 1연의 작품은 정지용의 시작활동 전 기간에 두루 나타난다. 이러한 형태는 시각적으로 정돈된 느낌과 안정적인 형태로 보일뿐만이 아니라 산수시에서 중시하는 여백의 효과를 돋보이는 것에 일조한다. 3장 3절에서는 한시를 계승하여 정지용 자신만의 새로운 경계를 창조한 시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정지용은 한시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니라 ‘자기화’를 거쳐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4장에서는 산수시의 미적 구현인 ‘의경’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화자인 주체와 객체가 합일된 경지에 도달한 정지용의 시세계를 경계론의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정과 경이 조화를 이룬 경지는 유아지경과 무아지경으로 나뉘는데, 4장 1절에서는 유아지경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유아지경은 시인이 묘사하는 경에 시인의 주관감정을 내재시키는 경계로, 자아의 감정을 이입시켜서 경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경물 모두가 자아의 색채를 띠게 되는데, 이는 움직임에서 고요함을 갈 때 얻는다. 이 절에서는 정지용의 유아지경의 대한 논의를 개진하였다. 4장 2절에서는 ‘無我’와 ‘隱逸’의 예술적 구현에 대해 논의하였다. 인간이 곤경에 처했을 때 두 가지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이상을 견지하면서 투쟁하는 방법과 이상을 품고 투쟁하지 않으며 평정한 마음을 지니고 때를 기다리는 방법이다. 전자는 유가적인 방법이고 후자는 도가적인 방법이다. 도가적인 방법은 사회적 속박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자유를 논했고, 그 특징은 사회적 속박뿐만이 아니라 육체적인 욕망도 벗어난다. 육체적인 욕망에서 벗어난 자아는 만물과 하나가 된다. 정지용도 일제하라는 사회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산수자연에 은거하여 산수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지를 꿈꾸었다. 현실의 갈등과 번뇌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삶의 공간에서 흔들리던 지용은 산수자연에 찾아들어가 심신을 평정하게 하여 흔들림이 없는 상태, 고요한 상태의 정신세계를 지향하고자 했다. 4장 3절에서는 시간의 ‘無化’와 영원성 추구를 추구한 작품들을 분석했다. 정지용은 작품에서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동일시하기도 하며, 냉엄한 현실을 서러운 시간으로 구성하여 정체성을 위협하는 시간으로, 또 한편으로는 현재도 과거도 아닌 초월적 시간으로 구성하기도 하였다. 정지용은 산수경물인 자연을 자아의 존재에 스며드는 타자로서의 고정되고 배치되는 경관이 아니라 생성되는 풍경으로서의 자연을 그리고 있다. 이는 자아와 경물의 경계를 넘어 스며들고 소통되는 자연이며 죽음도 초월하여 부활하는 자연인 것이다. 본고에서는 정지용의 산수시의 세계를 세 단계로 구분하여 연구하였다. 첫 번째, 모색단계는 원형적 심상이 주를 이루는 동요․민요풍 시를 위주로 살펴보고 둘째 산수시의 형성단계로 형식미를 살펴보았다. 산수시 형성단계는 선명성․생동감․함축성으로 변형된 현실을 전통 시작법인 ‘용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였으며, 셋째로 산수시의 완성단계로 내용미를 논구하였다. 내용미는 ‘의경’이라는 관점에서 주체인 정과 경물이라는 객체와 합치된 정경교융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정지용은 典故의 활용을 능숙하게 하여 ‘자기화’에 성공한 시인이다. 고어와 의고체 문장을 사용하여 절제된 언어와 장중함을 살렸으며, 한시의 작법을 현대시에 적용시켜 선명함과 함축성이 뛰어난 시를 창작했다. 한시에서의 어구를 차용하여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원래의 한시보다 뛰어난 작품을 창작하였다. 이러한 용사를 활용한 정지용의 시를 살펴봄으로서 전통적인 정지용 시 미학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통시적으로 계승 발전하여 심화되고 있음을 규명하였다.
【국문요약】 이 논문은 정지용의 시세계를 검토하여 그가 전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심화하여 발전시켰는지 밝히고자 하였다. 정지용의 시세계는 초기부터 중기, 후기에 이르기까지 표현되는 대상은 산수 자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지용을 서구적인 모더니스트와 정신적인 전통주의자로 양분하여 보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정지용은 산수를 그의 시창작과 시적인식의 틀로 삼고 있다. 산수라는 대상은 사회와 시대 및 개인에 따라 내용이 다라지게 된다. 정지용도 사회ㆍ문화적 환경에 따라 산수의 인식이 변모한다. 시창작 초기에는 산수 자연을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중기ㆍ후기로 갈수록 인간과 분리되지 않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정지용을 서구적인 모더니스트와 정신적인 전통주의자로 보았던 이분법적인 경향을 불식시키고 전통 계승론자로서의 정지용의 면모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목적은 첫째, 앞으로도 고전시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현대시와의 접점을 모색하여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갖고 있음을 밝히고자 함이다. 둘째, 일제 말기 문장파의 일원인 정지용이 시대적인 현실보다는 산수경물을 주요 시적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발표매체나 표현의 통제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문학이 전달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지용은 민족 공통의 전통, 즉 민족어의 가치를 수호하고 조선어의 미감을 발견하여 ‘과거 조선’에 대한 탐구를 함으로써 서구문명에 대한 열망과 관심을 내부로 돌려 민족문학을 정립하고자 하였다. 셋째, 정지용은 전통미학을 계승하여 미적 완성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자연은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인간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파악하여 자연 속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산수를 포함하여 자연은 무상한 인간의 삶과 대비되는 공간으로 인간의 유한성을 반추하는 공간이자 영원히 추구해야 할 지고의 가치를 지닌 공간이기도 하다. 산수를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들이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창작되었듯이 산수와 문학은 밀접하다. 산수에 대한 인간의 미적 감수성은 문학창작을 통해 표출되는데 산수 경물만을 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산수자연에 내재한 정신성과 시인의 내면까지 융합한 시를 최고의 시로 간주한다. 이러한 시가 산수시이다. 정지용은 초기 창작과정에서 산수자연이라는 대상 그 자체를 그렸으며 점차 그 대상 자체로서가 아니라 초월적이고 이상적이며, 나아가 목적적인 산수시로 나아간다. 정지용 시세계의 전통적인 특성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의식에 흐르고 있는 예술정신과 미적 감수성에 대한 이해 위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해명할 수 있다. 전통시학의 계승은 자칫하면 국수주의로 비추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전통의 추구는 과거에 대한 복귀가 아니고 자기 발견의 과정이다. 문학사의 연속성을 인정한다면 그에 따라 정지용의 시문학을 생성시킨 미학적인 수사법도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지용은 과거를 그것 그대로 계승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미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해 새로운 미학으로 발전해 나아갔던 것이다. 정지용은 우리 문학사의 연속성을 추구했으며, 민족문학의 자율성을 옹호하며 전통미학의 계승과 완성을 추구했던 것이다. 2장 1절은 산수시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개관하였다. 동양문학에서는 자연이란 말을 대신해서 산수라는 개념을 주로 사용해왔다. 산수를 본받는 것은 문화 창조의 법칙이자 예술창조의 법칙이었다. 산수를 본받는다는 원칙으로 인해 동양의 예술세계는 대부분이 산수 세계이다. 이 산수라는 용어가 문학적 용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산수를 미적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 산수미는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산수를 바라보는 개인에 따라 그 미가 달라진다는 점을 논의했다. 2장 2절에서는 정지용이 산수시의 세계로 더 깊이 갈 수밖에 없는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았다. 급변하는 국내외의 정세와 정치, 사회적인 혼란과 식민지배의 특수한 현실과 맞물리면서 정지용의 시세계는 변모하기 시작했다. 정지용의 시세계가 변모하는 것은 그 시대의 정치적 영향이 컸던 것이다. 왕조시대의 시인들은 개인적인 이상이나 의지도 왕의 권능에 앞설 수가 없었기 때문에 왕과의 관계악화가 되면 관직에서 물러난다. 관직에서 물러나면 선수에 묻혀 살아간다. 그러므로 산수에 묻혀 산다는 것은 정치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2장 3절에서는 정지용의 ‘동요･민요풍’의 시를 분석하여 그의 시의식의 원천을 밝혔다. 1920년대 초반 우리 시단의 분위기는 전통적인 색조, 민요조의 영향이 컸다. 정지용이 잡지의 대담에서 “중학 4, 5학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처음 쓴 작품들은 민요체의 시들”이라고 직접 밝힌 대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지용의 ‘동요･민요풍’의 시에서 산수경물은 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경물로, 시인의 인식이 발견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동요･민요풍’의 시는 주체가 객체에 대해 느끼는 친화적 교감의 양상을 띤다. 친화적 교감의 양상은 경물을 바라보며 교감의 즐거움에 취해있으므로 유쾌함과 즐거움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산수와 자아의 거리감도 없다. 3장에서는 시 창작기법의 하나인 ‘용사’에 대해 개관하였다. 3장 1절에서는 1930년대 초기에 순수주의 문학운동을 펼친 문인들은 민족문학을 성립시키고 민족어를 발견하기 위해서 새로운 전통성을 확보하려고 하였다. 정지용도 이러한 전통성의 확보를 위해 고어와 의고체 문장을 활용하여 전통성을 지키고자 하였다. 고어와 한자어, 의고체문장등 전통적 어법이 어떻게 정지용 시에 기능하여 자유시 초기의 시어영역을 확대했는지 살펴보았다. 3장 2절에서는 정지용 시의 구조를 분석했다. 정지용은 다양한 형태의 시를 창작했으나, 2행 1연의 시행 구성을 즐겨 사용했다. 2행 1연의 작품은 정지용의 시작활동 전 기간에 두루 나타난다. 이러한 형태는 시각적으로 정돈된 느낌과 안정적인 형태로 보일뿐만이 아니라 산수시에서 중시하는 여백의 효과를 돋보이는 것에 일조한다. 3장 3절에서는 한시를 계승하여 정지용 자신만의 새로운 경계를 창조한 시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정지용은 한시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니라 ‘자기화’를 거쳐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4장에서는 산수시의 미적 구현인 ‘의경’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화자인 주체와 객체가 합일된 경지에 도달한 정지용의 시세계를 경계론의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정과 경이 조화를 이룬 경지는 유아지경과 무아지경으로 나뉘는데, 4장 1절에서는 유아지경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유아지경은 시인이 묘사하는 경에 시인의 주관감정을 내재시키는 경계로, 자아의 감정을 이입시켜서 경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경물 모두가 자아의 색채를 띠게 되는데, 이는 움직임에서 고요함을 갈 때 얻는다. 이 절에서는 정지용의 유아지경의 대한 논의를 개진하였다. 4장 2절에서는 ‘無我’와 ‘隱逸’의 예술적 구현에 대해 논의하였다. 인간이 곤경에 처했을 때 두 가지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이상을 견지하면서 투쟁하는 방법과 이상을 품고 투쟁하지 않으며 평정한 마음을 지니고 때를 기다리는 방법이다. 전자는 유가적인 방법이고 후자는 도가적인 방법이다. 도가적인 방법은 사회적 속박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자유를 논했고, 그 특징은 사회적 속박뿐만이 아니라 육체적인 욕망도 벗어난다. 육체적인 욕망에서 벗어난 자아는 만물과 하나가 된다. 정지용도 일제하라는 사회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산수자연에 은거하여 산수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지를 꿈꾸었다. 현실의 갈등과 번뇌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삶의 공간에서 흔들리던 지용은 산수자연에 찾아들어가 심신을 평정하게 하여 흔들림이 없는 상태, 고요한 상태의 정신세계를 지향하고자 했다. 4장 3절에서는 시간의 ‘無化’와 영원성 추구를 추구한 작품들을 분석했다. 정지용은 작품에서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동일시하기도 하며, 냉엄한 현실을 서러운 시간으로 구성하여 정체성을 위협하는 시간으로, 또 한편으로는 현재도 과거도 아닌 초월적 시간으로 구성하기도 하였다. 정지용은 산수경물인 자연을 자아의 존재에 스며드는 타자로서의 고정되고 배치되는 경관이 아니라 생성되는 풍경으로서의 자연을 그리고 있다. 이는 자아와 경물의 경계를 넘어 스며들고 소통되는 자연이며 죽음도 초월하여 부활하는 자연인 것이다. 본고에서는 정지용의 산수시의 세계를 세 단계로 구분하여 연구하였다. 첫 번째, 모색단계는 원형적 심상이 주를 이루는 동요․민요풍 시를 위주로 살펴보고 둘째 산수시의 형성단계로 형식미를 살펴보았다. 산수시 형성단계는 선명성․생동감․함축성으로 변형된 현실을 전통 시작법인 ‘용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였으며, 셋째로 산수시의 완성단계로 내용미를 논구하였다. 내용미는 ‘의경’이라는 관점에서 주체인 정과 경물이라는 객체와 합치된 정경교융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정지용은 典故의 활용을 능숙하게 하여 ‘자기화’에 성공한 시인이다. 고어와 의고체 문장을 사용하여 절제된 언어와 장중함을 살렸으며, 한시의 작법을 현대시에 적용시켜 선명함과 함축성이 뛰어난 시를 창작했다. 한시에서의 어구를 차용하여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원래의 한시보다 뛰어난 작품을 창작하였다. 이러한 용사를 활용한 정지용의 시를 살펴봄으로서 전통적인 정지용 시 미학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통시적으로 계승 발전하여 심화되고 있음을 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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