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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90년대 사회적 변화에 따른 문학흐름의 변화양상에 주목하며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신경림의 후기시세계의 특성과 그 가치를 규명해 보고자 하였다. 신경림은 민중문학의 중심에서 70-80년대를 거쳐 90년대 들어서며 자기 자신의 진솔한 내면에 관심을 두며 치열한 내적 갈등을 거쳐 자기성찰의 도정에 이른다. 1990년대 사회는 이념 중심에서 벗어난 탈정치성의 특징과 양상을 내포하고 있고, 문학 역시 그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된 시대적 상황에 따른 문학의 흐름 속에서 신경림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세계를 보여주...

본 연구는 90년대 사회적 변화에 따른 문학흐름의 변화양상에 주목하며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신경림의 후기시세계의 특성과 그 가치를 규명해 보고자 하였다. 신경림은 민중문학의 중심에서 70-80년대를 거쳐 90년대 들어서며 자기 자신의 진솔한 내면에 관심을 두며 치열한 내적 갈등을 거쳐 자기성찰의 도정에 이른다. 1990년대 사회는 이념 중심에서 벗어난 탈정치성의 특징과 양상을 내포하고 있고, 문학 역시 그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된 시대적 상황에 따른 문학의 흐름 속에서 신경림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세계를 보여주는데 그동안 그의 시세계 전반을 표방했던 이념적 민중성이 약화되면서 외부적 세계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 존재내의 내면화로 방향전환을 보인다. 그의 다소 과격했던 사회 비판의 목소리는 90년대 작품 속에서 조금은 완화되고 그 대상도 한정된 농촌현실에서 사회 전반의 모순된 현실로 확대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그의 후기시세계는 사회현실의 각박한 세태를 비판하고 분단 상황을 문제 삼으며, 환경위기와 생태계 파괴 현상 등 다방면의 사회 현실의 문제를 다소 완화된 목소리로 비판한다. 또한 민중에 대한 그의 시선은 역사변혁주체로서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탈(脫)이념적인 민중의 개념으로 전환된다. 즉, 신경림의 후기시세계 속 민중은 현실에 대한 강인한 극복의지와 투쟁의식을 표출하는 대상에서 역사변혁의 이념을 ‘탈(脫)’하고 일상 현실을 살아가는 탈(脫)이념적 대상의 민중으로 변화되어 나타난다. 또한 신경림은 밖으로만 향하던 그의 시선을 내부의 자기 자신에게로 옮기며 내면화를 통한 방향전환을 시도한다. 이러한 시인의 자기 존재 탐구는 민중을 사회적, 역사적 존재로 인식하던 외향적인 태도에서 자신을 내면적 반성적 존재로 인식하는 내향적인 태도로 재인식하려는 양상인 것이다. 신경림은 그의 시세계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보인다. 그는 자신의 근원, 상처로 기억되는 가족에 대한 회귀와 무의식적 본성으로서 성(性)적 욕망 그리고 양심을 고백하며 진정한 내면화를 지향한다. 그리고 신경림은 이러한 근원의 자전적 상처와 무의식적 본성의 성적 욕망의 고백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그 안에서 긍정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는 ‘퇴행’으로서 부정적 성향이 아니라 긍정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승화’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근원의식에 근거한 내면성찰의 과정은 어느덧 노년에 이른 시인에게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게 한다. 이항대립 관계에 있는 삶과 죽음은 그에겐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넘나들면서 서로가 서로를 비추어 보는 경계의 허물기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신경림은 경계너머로의 초월적 사유의 지향을 시도한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 허물기를 통해 새로운 정신세계로 나아가게 되는데, 선시적(禪詩的) 도가적(道家的)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그의 후기시편들은 자기성찰의 도정에 이른 깨달음의 경지를 보여준다. 신경림은 거창한 이념의 구현이나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쟁취하기 보다는 욕심과 아집을 버리는 공생의 철학을 이야기하며 사유의 확장을 지향한다. 요컨대 등단 이후 그의 시적 경향은 민중을 대상으로 확실한 사회적 정체성 아래 있었으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의 시는 내면화를 통한 자기성찰과 사유의 확대로 나아간다. 그의 후기시세계는 치열한 성숙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노년에 이른 시인이 깨달음의 경지에서 이룬 삶의 진정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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