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미조구치 겐지(溝口健二, 1898~1956, 이하 미조구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을 통해 일본의 전근대적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하층민’으로서의 사회적 신분과 ‘여성’이라는 성차에 의한 이중의 억압이 여성들에게 어떤 삶을 강요했는지 고찰하고자 한 연구이다.
미조구치는 시대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신파비극에서 여성해방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의 영화를 창조해 낸 감독으로,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명감독의 반열에 올라 영화의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거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일본이 근대화를 성취한 단계에서도 여전히 엄존하고 있는 전근대적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낳은 어두운 면에 주목하면서, 그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이 남성의 출세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삶에 카메라 앵글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미조구치의 영화에는 유독 하층민 여성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그는 여성의 시각을 빌어 이들 하층계급 여성들의 삶과 사회적 관계를 집요하게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그와 같은 미조구치의 예술관에 주목하면서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하층민 여성들의 삶을 통해 감독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며, 아울러 그가 작품을 통해 보여준 여성의 모습이 감독 자신의 여성관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미조구치의 현존하는 작품 34편 중 하층계급 여성을 다룬 11편의 작품을 연구대상의 텍스트로 삼았으며, 작품 분석은 각 작품의 시나리오와 영상을 병렬적으로 살펴보았다. 분석 작업을 통해 각각의 작품에서 하층민 여성들의 다양한 삶의 양상이 어떻게 그려졌으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각 장별에 서술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 2장에서는 작품의 토대가 되는 미조구치의 생애와 여성관계를 살펴보고, 감독의 생애에 영향을 미쳤던 여성들이 그의 작품 속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분석해보았다. 아울러 그가 여성을 그리는 감독이 된 계기와도 관련지어 서술해보았다. 미조구치가 여성을 그리는 감독이 된 계기는 영화계 입문과 더불어 ?닛카쓰? 영화사에서 활동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그의 신파적 정서는 바로 이 시기에 배양되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남성의 입신출세를 위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비참한 희생물로 전락하는 여성상의 전형은 누나 스즈와 어머니 마사에서 비롯되었으며, 저항하는 여성상의 전형은 그의 생애에서 누나와 어머니 외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아내 지에코와 연인 유리코와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제 3장에서는 남성의 입신출세를 위한 여성의 헌신과 희생 그리고 비애를 다룬 네 편의 작품, 즉《다키노 시라이토》와《오리즈루 오센》그리고《잔기쿠 이야기》와《우게쓰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이들 작품들은 시간적인 배경에서 간극을 보이고는 있지만, 남성과 가족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하면서도 종말에 이르러서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는 비련의 여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서사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주제 또한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미조구치는 그러한 요소를 주제로 삼아 일본근대의 이데올로기적 현상으로 작용했던 남성의 입신출세에 대해서 비판적 시선을 던짐과 동시에 남성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여성, 혹은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구조를 드러내면서 비극적인 여성의 운명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 4장에서는 일본사회에 엄존하고 있는 전근대적 봉건성과 전통적 관습 및 규범이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제도나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며 저항하는 여성을 다룬 작품《나니와 엘레지》와《기온의 자매》그리고《사랑과 원망의 협곡》과《밤의 여자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희생과 인내를 감수하며 남성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는 가련 청순형인 기존의 신파형 여성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여성상을 살펴 볼 수가 있었다. 특히 이들 작품은 전시기(戰時期)라는 상황과 점령기라는 급격한 사회변화에 의한 시대적 모순과 질곡, 그리고 당시 일본사회에 엄존하고 있던 전근대적 가부장적 질서라는 중첩된 억압 속에서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남성과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을 통해 당시의 여성차별에 대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 5장에서는 가부장제의 암담한 현실로부터 ...
본 논문은 미조구치 겐지(溝口健二, 1898~1956, 이하 미조구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을 통해 일본의 전근대적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하층민’으로서의 사회적 신분과 ‘여성’이라는 성차에 의한 이중의 억압이 여성들에게 어떤 삶을 강요했는지 고찰하고자 한 연구이다.
미조구치는 시대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신파비극에서 여성해방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의 영화를 창조해 낸 감독으로,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명감독의 반열에 올라 영화의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거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일본이 근대화를 성취한 단계에서도 여전히 엄존하고 있는 전근대적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낳은 어두운 면에 주목하면서, 그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이 남성의 출세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삶에 카메라 앵글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미조구치의 영화에는 유독 하층민 여성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그는 여성의 시각을 빌어 이들 하층계급 여성들의 삶과 사회적 관계를 집요하게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그와 같은 미조구치의 예술관에 주목하면서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하층민 여성들의 삶을 통해 감독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며, 아울러 그가 작품을 통해 보여준 여성의 모습이 감독 자신의 여성관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미조구치의 현존하는 작품 34편 중 하층계급 여성을 다룬 11편의 작품을 연구대상의 텍스트로 삼았으며, 작품 분석은 각 작품의 시나리오와 영상을 병렬적으로 살펴보았다. 분석 작업을 통해 각각의 작품에서 하층민 여성들의 다양한 삶의 양상이 어떻게 그려졌으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각 장별에 서술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 2장에서는 작품의 토대가 되는 미조구치의 생애와 여성관계를 살펴보고, 감독의 생애에 영향을 미쳤던 여성들이 그의 작품 속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분석해보았다. 아울러 그가 여성을 그리는 감독이 된 계기와도 관련지어 서술해보았다. 미조구치가 여성을 그리는 감독이 된 계기는 영화계 입문과 더불어 ?닛카쓰? 영화사에서 활동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그의 신파적 정서는 바로 이 시기에 배양되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남성의 입신출세를 위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비참한 희생물로 전락하는 여성상의 전형은 누나 스즈와 어머니 마사에서 비롯되었으며, 저항하는 여성상의 전형은 그의 생애에서 누나와 어머니 외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아내 지에코와 연인 유리코와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제 3장에서는 남성의 입신출세를 위한 여성의 헌신과 희생 그리고 비애를 다룬 네 편의 작품, 즉《다키노 시라이토》와《오리즈루 오센》그리고《잔기쿠 이야기》와《우게쓰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이들 작품들은 시간적인 배경에서 간극을 보이고는 있지만, 남성과 가족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하면서도 종말에 이르러서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는 비련의 여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서사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주제 또한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미조구치는 그러한 요소를 주제로 삼아 일본근대의 이데올로기적 현상으로 작용했던 남성의 입신출세에 대해서 비판적 시선을 던짐과 동시에 남성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여성, 혹은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구조를 드러내면서 비극적인 여성의 운명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 4장에서는 일본사회에 엄존하고 있는 전근대적 봉건성과 전통적 관습 및 규범이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제도나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며 저항하는 여성을 다룬 작품《나니와 엘레지》와《기온의 자매》그리고《사랑과 원망의 협곡》과《밤의 여자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희생과 인내를 감수하며 남성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는 가련 청순형인 기존의 신파형 여성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여성상을 살펴 볼 수가 있었다. 특히 이들 작품은 전시기(戰時期)라는 상황과 점령기라는 급격한 사회변화에 의한 시대적 모순과 질곡, 그리고 당시 일본사회에 엄존하고 있던 전근대적 가부장적 질서라는 중첩된 억압 속에서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남성과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을 통해 당시의 여성차별에 대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 5장에서는 가부장제의 암담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성들이 발버둥치거나 저항하지만, 결국 그녀들을 가두고 있는 견고한 사회구조와 스스로의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 체념하거나 순응하는 여성들을 그린《오하루의 일생》과《기온바야시》그리고《적선지대》를 살펴보았다. 이들 작품 속의 여성들은 자신들을 착취하려고 하는 남성사회를 필사적으로 거부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그러한 현실에 좌절하거나 체념하며 자신의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이는 태평양 전쟁 이전과 전시기(戰時期)의 지배적 이념이었던 멸사봉공의 국가주의나 봉건의식을 대신하여 패전 후 민주주의가 정착되어가던 당시의 시대적 변화와 무관하게 하층민 여성들의 삶은 여전히 전근대적 위치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미조구치의 그러한 태도는 그 스스로도 불행한 여성들의 운명에 관여했다는 데 대한 자기 성찰적 고백이자 여성을 사회적인 소수로 규정하는 남성들의 특권의식과 세계관에 대한 뼈아픈 비판의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상 본 논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조구치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대부분 하층민의 여성으로 일본사회의 전근대적 의식과 구조 속에서 신분과 성차에 의한 이중적 억압에 의해 희생과 체념 혹은 순응의 삶을 살거나 또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나마 저항하는 몸짓을 보인다. 더욱이 그녀들의 그러한 삶은 멀리는 에도시대에서부터 패전 후에 이르기까지 사회주변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일관되게 사회적인 모순과 소수자로서 차별과 편견을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감독은 냉정하게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미조구치는 이와 같이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여성을 그렸으면서도 억압과 희생을 마치 스스로의 운명처럼 지니고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그 자신만의 독특한 전형을 창조하여 일관되게 그러한 여성상을 고집했는데, 이 점이야말로 미조구치가 영상세계에서 추구해 온 독보적인 여성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미조구치가 추구한 영상세계를 분석하여 이를 희생하는 여성, 저항하는 여성, 순응하는 여성이라는 크게 세 유형의 여성상으로 분류하여 살펴보았으며, 이러한 세 유형의 여성상을 미조구치의 생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여성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세 유형의 여성상은 감독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과 더불어 감독의 일본 사회에 대한 시선과 그 사회 속에서 고단한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근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사회구조의 문제나 자본주의적 모순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하층민 여성들의 삶이 사회발전이나 변화와 상관없이 그대로 소수에 머물러 있거나 주변화 되는 상황을 미조구치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여성’이라는 주제의 의미와 관련하여 고찰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본 연구가 당대의 여성들, 특히 하층민 여성들의 소외된 삶과 지위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일본 근현대 여성사의 한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본 논문은 미조구치 겐지(溝口健二, 1898~1956, 이하 미조구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을 통해 일본의 전근대적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하층민’으로서의 사회적 신분과 ‘여성’이라는 성차에 의한 이중의 억압이 여성들에게 어떤 삶을 강요했는지 고찰하고자 한 연구이다.
미조구치는 시대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신파비극에서 여성해방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의 영화를 창조해 낸 감독으로,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명감독의 반열에 올라 영화의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거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일본이 근대화를 성취한 단계에서도 여전히 엄존하고 있는 전근대적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낳은 어두운 면에 주목하면서, 그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이 남성의 출세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삶에 카메라 앵글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미조구치의 영화에는 유독 하층민 여성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그는 여성의 시각을 빌어 이들 하층계급 여성들의 삶과 사회적 관계를 집요하게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그와 같은 미조구치의 예술관에 주목하면서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하층민 여성들의 삶을 통해 감독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며, 아울러 그가 작품을 통해 보여준 여성의 모습이 감독 자신의 여성관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미조구치의 현존하는 작품 34편 중 하층계급 여성을 다룬 11편의 작품을 연구대상의 텍스트로 삼았으며, 작품 분석은 각 작품의 시나리오와 영상을 병렬적으로 살펴보았다. 분석 작업을 통해 각각의 작품에서 하층민 여성들의 다양한 삶의 양상이 어떻게 그려졌으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각 장별에 서술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 2장에서는 작품의 토대가 되는 미조구치의 생애와 여성관계를 살펴보고, 감독의 생애에 영향을 미쳤던 여성들이 그의 작품 속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분석해보았다. 아울러 그가 여성을 그리는 감독이 된 계기와도 관련지어 서술해보았다. 미조구치가 여성을 그리는 감독이 된 계기는 영화계 입문과 더불어 ?닛카쓰? 영화사에서 활동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그의 신파적 정서는 바로 이 시기에 배양되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남성의 입신출세를 위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비참한 희생물로 전락하는 여성상의 전형은 누나 스즈와 어머니 마사에서 비롯되었으며, 저항하는 여성상의 전형은 그의 생애에서 누나와 어머니 외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아내 지에코와 연인 유리코와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제 3장에서는 남성의 입신출세를 위한 여성의 헌신과 희생 그리고 비애를 다룬 네 편의 작품, 즉《다키노 시라이토》와《오리즈루 오센》그리고《잔기쿠 이야기》와《우게쓰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이들 작품들은 시간적인 배경에서 간극을 보이고는 있지만, 남성과 가족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하면서도 종말에 이르러서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는 비련의 여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서사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주제 또한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미조구치는 그러한 요소를 주제로 삼아 일본근대의 이데올로기적 현상으로 작용했던 남성의 입신출세에 대해서 비판적 시선을 던짐과 동시에 남성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여성, 혹은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구조를 드러내면서 비극적인 여성의 운명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 4장에서는 일본사회에 엄존하고 있는 전근대적 봉건성과 전통적 관습 및 규범이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제도나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며 저항하는 여성을 다룬 작품《나니와 엘레지》와《기온의 자매》그리고《사랑과 원망의 협곡》과《밤의 여자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희생과 인내를 감수하며 남성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는 가련 청순형인 기존의 신파형 여성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여성상을 살펴 볼 수가 있었다. 특히 이들 작품은 전시기(戰時期)라는 상황과 점령기라는 급격한 사회변화에 의한 시대적 모순과 질곡, 그리고 당시 일본사회에 엄존하고 있던 전근대적 가부장적 질서라는 중첩된 억압 속에서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남성과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을 통해 당시의 여성차별에 대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 5장에서는 가부장제의 암담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성들이 발버둥치거나 저항하지만, 결국 그녀들을 가두고 있는 견고한 사회구조와 스스로의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 체념하거나 순응하는 여성들을 그린《오하루의 일생》과《기온바야시》그리고《적선지대》를 살펴보았다. 이들 작품 속의 여성들은 자신들을 착취하려고 하는 남성사회를 필사적으로 거부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그러한 현실에 좌절하거나 체념하며 자신의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이는 태평양 전쟁 이전과 전시기(戰時期)의 지배적 이념이었던 멸사봉공의 국가주의나 봉건의식을 대신하여 패전 후 민주주의가 정착되어가던 당시의 시대적 변화와 무관하게 하층민 여성들의 삶은 여전히 전근대적 위치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미조구치의 그러한 태도는 그 스스로도 불행한 여성들의 운명에 관여했다는 데 대한 자기 성찰적 고백이자 여성을 사회적인 소수로 규정하는 남성들의 특권의식과 세계관에 대한 뼈아픈 비판의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상 본 논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조구치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대부분 하층민의 여성으로 일본사회의 전근대적 의식과 구조 속에서 신분과 성차에 의한 이중적 억압에 의해 희생과 체념 혹은 순응의 삶을 살거나 또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나마 저항하는 몸짓을 보인다. 더욱이 그녀들의 그러한 삶은 멀리는 에도시대에서부터 패전 후에 이르기까지 사회주변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일관되게 사회적인 모순과 소수자로서 차별과 편견을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감독은 냉정하게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미조구치는 이와 같이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여성을 그렸으면서도 억압과 희생을 마치 스스로의 운명처럼 지니고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그 자신만의 독특한 전형을 창조하여 일관되게 그러한 여성상을 고집했는데, 이 점이야말로 미조구치가 영상세계에서 추구해 온 독보적인 여성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미조구치가 추구한 영상세계를 분석하여 이를 희생하는 여성, 저항하는 여성, 순응하는 여성이라는 크게 세 유형의 여성상으로 분류하여 살펴보았으며, 이러한 세 유형의 여성상을 미조구치의 생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여성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세 유형의 여성상은 감독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과 더불어 감독의 일본 사회에 대한 시선과 그 사회 속에서 고단한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근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사회구조의 문제나 자본주의적 모순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하층민 여성들의 삶이 사회발전이나 변화와 상관없이 그대로 소수에 머물러 있거나 주변화 되는 상황을 미조구치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여성’이라는 주제의 의미와 관련하여 고찰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본 연구가 당대의 여성들, 특히 하층민 여성들의 소외된 삶과 지위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일본 근현대 여성사의 한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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