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목적은 백석 시에 나타난 로컬리티(locality)에 주목하여, 백석 시인의 로컬에 대한 의식이 시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인의 시의식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가를 고찰하는 데 있다. 여기에서 ‘로컬리티((locality)’는 백석이 태어나고 성장한 서북 지역의 지역적 특수성과 일제 강점기 식민 정책 속에서 조선의 지식인으로서 문학을 구상해야 했던 백석의 시의식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기 위하여 선택된 개념이다. 인간의 관계적 경험과 시공간을 담고 있는 장소, 곧 로컬(local)은 삶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곳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항이다. 따라서 문학에는 그 로컬의 삶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문학작품과 로컬을 함께 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텍스트의 실증적인 의미를 밝혀내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내재된 작가의 인생과 세계관까지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는, 문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균형 지어 주는 일이다. 백석 시에는 민속, 풍습, 방언 등 유난히 로컬적 요소들이 많이 나온다. 민속적이고 향토적인 것이 방언 그대로의 표현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하면, 백석의 시가 상실된 고향 그 자체를 묘사하는 데 바쳐져 있다고 할 정도로 그의 정신의 지향점은 고향과 맥이 닿아 있다. 고향을 비롯하여 그의 시에 표상되고 있는 ‘지역‘은 대부분 중심에 비해 주변, 경계, 변방 같은 공간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그는 그 안에서 전통과 민속 등을 시적 대상으로 삼아 지역 주체들이 어떻게 시간과 장소를 의미화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즉 그의 시는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특수한 ...
이 논문의 목적은 백석 시에 나타난 로컬리티(locality)에 주목하여, 백석 시인의 로컬에 대한 의식이 시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인의 시의식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가를 고찰하는 데 있다. 여기에서 ‘로컬리티((locality)’는 백석이 태어나고 성장한 서북 지역의 지역적 특수성과 일제 강점기 식민 정책 속에서 조선의 지식인으로서 문학을 구상해야 했던 백석의 시의식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기 위하여 선택된 개념이다. 인간의 관계적 경험과 시공간을 담고 있는 장소, 곧 로컬(local)은 삶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곳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항이다. 따라서 문학에는 그 로컬의 삶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문학작품과 로컬을 함께 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텍스트의 실증적인 의미를 밝혀내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내재된 작가의 인생과 세계관까지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는, 문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균형 지어 주는 일이다. 백석 시에는 민속, 풍습, 방언 등 유난히 로컬적 요소들이 많이 나온다. 민속적이고 향토적인 것이 방언 그대로의 표현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하면, 백석의 시가 상실된 고향 그 자체를 묘사하는 데 바쳐져 있다고 할 정도로 그의 정신의 지향점은 고향과 맥이 닿아 있다. 고향을 비롯하여 그의 시에 표상되고 있는 ‘지역‘은 대부분 중심에 비해 주변, 경계, 변방 같은 공간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그는 그 안에서 전통과 민속 등을 시적 대상으로 삼아 지역 주체들이 어떻게 시간과 장소를 의미화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즉 그의 시는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특수한 장소성에 기반을 두고, 그 구체성과 현장성을 담보하면서, 전통적인 풍속들을 통해 삶의 근원과 유대를 환기시키는 민족 공동체의 삶을 형상화한다. 또한 지역인들의 삶의 경험과 사유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로컬언어를 통해 지역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이 논문에서는 백석 시에 나타나는 이러한 로컬적 속성이 그가 성장한 서북지역의 문화적 특수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이러한 로컬리티가 백석의 문학 창작에 연결되는 양상을 살폈다. 제Ⅱ 장은 백석 시에 등장하는 장소 표상을 통해, 그의 시 세계를 형성하는 시의식이 서북의 로컬리티와 서북인의 존재론적 의식과 닿아 있음을 살폈다. 이 논문에서는 서북 지역이, 예로부터 지정학적 차별이 신분상의 차별로 이어지면서 단일 공동체 내부에서도 이질적인 존재로 취급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서북지역의 문화적 특수성을 살폈다. 서북은 ‘내부의 외부’의 고립된 로컬로서 존재하게 되면서, 중앙에 큰 기대가 없었던 만큼, 서구의 근대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그중 한국 근대화 시기, 서북인들은 역사적 정통성을 지닌 고조선과 고구려의 도읍으로서의 자부심과 반면에 오랫동안 중앙에서 소외되는 역사로 인해 일찍이 외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개방성을 지니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서북지역의 특성은 외래 문물의 적극적인 수용하면서 중앙의 대타적 개념으로 성립되는 지역의 개념을 넘어서는 민족공동체주의를 형성하는 토양이 된다. 이러한 양면성은 민족공동체 이상주의로 나아가고자 하는 ‘동일성’과 중앙 혹은 보편에 귀속되지 않으려는 ‘차이’를 공유하면서 탈계급적, 탈지역적 민족 공동체주의를 지향하는 서북 특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낸다. 특히 서북 지역 중 정주지역과 평양지역은 이와 같은 민족공동체주의를 지탱하는 정신적 기반이자 사상적 토양을 만들어낸 장소들이다. 제Ⅲ 장은 백석 시에 나타나는 언어적 측면을 살폈다. 백석은 의도적으로 방언을 사용하였다. 한 국가의 언어 관계에서 지배언어가 피지배언어를 포식하는 일은 표준어와 로컬언어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이 논문에서는 표준어사용 정책이 강화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백석이 왜 로컬어인 서북방언을 즐겨 썼는지 주목하였다. 로컬어에는 로컬인들의 삶과 사유 방식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러므로 로컬어를 삭제하고 표준어 정책을 실시한다는 것은 로컬어는 물론 로컬의 고유성과 차이성을 삭제함으로써 로컬어와 로컬의 가치를 왜곡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보다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았던 백석은 로컬어를 그의 시에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는 로컬어와 표준어를 병행하되 균질화된 공용어를 탈피하고, 서북방언을 즐겨 쓰면서, 나아가 변이어 등 지역 내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언어 영역에까지 확장하여 시를 구사했다. 당시 백석이 방언을 다양하게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것은 근대/제국/중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근거가 된다. 방언은 그 지역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백석이 그의 시에서 다양한 방언 사용으로 역동성, 변이성, 번역 불가능성을 통하여 창조적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지역인들의 연대에 의해 유지되는 지역공동체에 관한 구상이자, 나아가 국가 민족공동체의 연대로 연결되리라는 문학적 개인의 존재 방식이라 할 민족적 시대의식이라는 과제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제Ⅳ 장은 공간과 장소의 문제를 백석의 거주지 이동에 따라 살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근대적 동일성․획일성․중심성에 원리에 의해 주변의 흔적과 차이성, 소수성, 다양성 등이 포섭․배제된다고 보고, 당시 백석이 거주지를 이동하면서 시적 대상으로 호출하였던 대상, 경험, 기억 등에 주목하였다. 백석의 장소 흔적을 탐색하면서 인간의 삶의 터전인 장소에 개입하게 되는 주된 방식을 ‘기억’과 ‘재현’으로 보고 장소에 대한 특정 경험을 중심으로 대상이 어떻게 기억되고 재현되는가를 살폈다. 백석 시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사물명들은 장소에 존재하는 사소하거나 사라져 가는 우리의 일상용품이나, 근대의 문물이 유입되지 않은 산천, 소외되고 배제된 인간 군상들로 나타난다. 백석은 그것들을 시적 대상으로 호명함으로써 그것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살아나게 한다. 백석의 호명으로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워지는 우리의 전통과 민속 등은 단순한 전통과 지역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다는, 즉 근대와 중심에 저항하는 대타의식의 개념으로 성립하는 전통과 지역의 개념을 넘어 민족 공동체의 상상이 시작되는 의미로 전이된다. 이러한 시적 원리는 백석의 시에 나타나는 전통 및 고향, 친족 등에 대한 애착이 민족 공동체의 애착으로 전이되는 양상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제Ⅴ 장은 백석의 기행 시편에 나타난 장소들이 구축한 심상지리가 당대에 제국에 의해 형성된 제국의 심상지리에 의한 표상과 어떻게 달랐는지를 살폈다. 당시 조선 사회는 일본 제국의 식민 정책이 극에 다다른 때였다. 일제는 조선고적조사보존사업을 명분으로 조선의 유적지에 대한 답사를 활발히 진행시키고 각종 지면에 답사기를 활발히 발표하도록 하였는데, 이 논문에서는, 그들이 이러한 정책 사업을 통해 조선과 조선인의 정책성을 식민지적으로 구성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고, 이 시기에 창작된 백석의 기행 시편들이 당시 일제에 의해 구축된 조선의 심상지리에 균열점을 내는 의식의 발로임을 밝혔다. 또한 속도․효율 등을 앞세운 근대가 어떻게 지역적 과거에 대한 절대적 우위를 갖고 지역적 과거와 질적으로 차별되는 시간을 폭력적으로 이식시키고 있는지, 지역의 과거 풍물 위에 당대 ‘중심’과 근대적 시대 상황이 중첩되면서 시간과 공간이 불균등하게 공존하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식민지시기를 감내하는 지식인으로서의 현실의식을 읽을 수 있었다. 요컨대 백석 시에 나타난 로컬리티는 민족의 보편적인 기억을 내장하고 있는 민족공동체 의식의 발로로 요약되며, 그러한 현실 인식은 그의 로컬어와 장소애를 통한 로컬리티를 우리에게 환기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민족 공동체주의로 나아가고자 했던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핵심어: 백석, 로컬리티(locality), 서북지역, 민족공동체, 로컬어, 방언, 언어수행성, 번역불가능성, 언어 변이성, 시간, 공간, 장소애, 심상지리, 판타스마고리아
이 논문의 목적은 백석 시에 나타난 로컬리티(locality)에 주목하여, 백석 시인의 로컬에 대한 의식이 시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인의 시의식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가를 고찰하는 데 있다. 여기에서 ‘로컬리티((locality)’는 백석이 태어나고 성장한 서북 지역의 지역적 특수성과 일제 강점기 식민 정책 속에서 조선의 지식인으로서 문학을 구상해야 했던 백석의 시의식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기 위하여 선택된 개념이다. 인간의 관계적 경험과 시공간을 담고 있는 장소, 곧 로컬(local)은 삶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곳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항이다. 따라서 문학에는 그 로컬의 삶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문학작품과 로컬을 함께 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텍스트의 실증적인 의미를 밝혀내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내재된 작가의 인생과 세계관까지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는, 문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균형 지어 주는 일이다. 백석 시에는 민속, 풍습, 방언 등 유난히 로컬적 요소들이 많이 나온다. 민속적이고 향토적인 것이 방언 그대로의 표현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하면, 백석의 시가 상실된 고향 그 자체를 묘사하는 데 바쳐져 있다고 할 정도로 그의 정신의 지향점은 고향과 맥이 닿아 있다. 고향을 비롯하여 그의 시에 표상되고 있는 ‘지역‘은 대부분 중심에 비해 주변, 경계, 변방 같은 공간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그는 그 안에서 전통과 민속 등을 시적 대상으로 삼아 지역 주체들이 어떻게 시간과 장소를 의미화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즉 그의 시는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특수한 장소성에 기반을 두고, 그 구체성과 현장성을 담보하면서, 전통적인 풍속들을 통해 삶의 근원과 유대를 환기시키는 민족 공동체의 삶을 형상화한다. 또한 지역인들의 삶의 경험과 사유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로컬언어를 통해 지역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이 논문에서는 백석 시에 나타나는 이러한 로컬적 속성이 그가 성장한 서북지역의 문화적 특수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이러한 로컬리티가 백석의 문학 창작에 연결되는 양상을 살폈다. 제Ⅱ 장은 백석 시에 등장하는 장소 표상을 통해, 그의 시 세계를 형성하는 시의식이 서북의 로컬리티와 서북인의 존재론적 의식과 닿아 있음을 살폈다. 이 논문에서는 서북 지역이, 예로부터 지정학적 차별이 신분상의 차별로 이어지면서 단일 공동체 내부에서도 이질적인 존재로 취급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서북지역의 문화적 특수성을 살폈다. 서북은 ‘내부의 외부’의 고립된 로컬로서 존재하게 되면서, 중앙에 큰 기대가 없었던 만큼, 서구의 근대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그중 한국 근대화 시기, 서북인들은 역사적 정통성을 지닌 고조선과 고구려의 도읍으로서의 자부심과 반면에 오랫동안 중앙에서 소외되는 역사로 인해 일찍이 외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개방성을 지니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서북지역의 특성은 외래 문물의 적극적인 수용하면서 중앙의 대타적 개념으로 성립되는 지역의 개념을 넘어서는 민족공동체주의를 형성하는 토양이 된다. 이러한 양면성은 민족공동체 이상주의로 나아가고자 하는 ‘동일성’과 중앙 혹은 보편에 귀속되지 않으려는 ‘차이’를 공유하면서 탈계급적, 탈지역적 민족 공동체주의를 지향하는 서북 특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낸다. 특히 서북 지역 중 정주지역과 평양지역은 이와 같은 민족공동체주의를 지탱하는 정신적 기반이자 사상적 토양을 만들어낸 장소들이다. 제Ⅲ 장은 백석 시에 나타나는 언어적 측면을 살폈다. 백석은 의도적으로 방언을 사용하였다. 한 국가의 언어 관계에서 지배언어가 피지배언어를 포식하는 일은 표준어와 로컬언어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이 논문에서는 표준어사용 정책이 강화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백석이 왜 로컬어인 서북방언을 즐겨 썼는지 주목하였다. 로컬어에는 로컬인들의 삶과 사유 방식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러므로 로컬어를 삭제하고 표준어 정책을 실시한다는 것은 로컬어는 물론 로컬의 고유성과 차이성을 삭제함으로써 로컬어와 로컬의 가치를 왜곡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보다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았던 백석은 로컬어를 그의 시에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는 로컬어와 표준어를 병행하되 균질화된 공용어를 탈피하고, 서북방언을 즐겨 쓰면서, 나아가 변이어 등 지역 내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언어 영역에까지 확장하여 시를 구사했다. 당시 백석이 방언을 다양하게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것은 근대/제국/중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근거가 된다. 방언은 그 지역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백석이 그의 시에서 다양한 방언 사용으로 역동성, 변이성, 번역 불가능성을 통하여 창조적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지역인들의 연대에 의해 유지되는 지역공동체에 관한 구상이자, 나아가 국가 민족공동체의 연대로 연결되리라는 문학적 개인의 존재 방식이라 할 민족적 시대의식이라는 과제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제Ⅳ 장은 공간과 장소의 문제를 백석의 거주지 이동에 따라 살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근대적 동일성․획일성․중심성에 원리에 의해 주변의 흔적과 차이성, 소수성, 다양성 등이 포섭․배제된다고 보고, 당시 백석이 거주지를 이동하면서 시적 대상으로 호출하였던 대상, 경험, 기억 등에 주목하였다. 백석의 장소 흔적을 탐색하면서 인간의 삶의 터전인 장소에 개입하게 되는 주된 방식을 ‘기억’과 ‘재현’으로 보고 장소에 대한 특정 경험을 중심으로 대상이 어떻게 기억되고 재현되는가를 살폈다. 백석 시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사물명들은 장소에 존재하는 사소하거나 사라져 가는 우리의 일상용품이나, 근대의 문물이 유입되지 않은 산천, 소외되고 배제된 인간 군상들로 나타난다. 백석은 그것들을 시적 대상으로 호명함으로써 그것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살아나게 한다. 백석의 호명으로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워지는 우리의 전통과 민속 등은 단순한 전통과 지역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다는, 즉 근대와 중심에 저항하는 대타의식의 개념으로 성립하는 전통과 지역의 개념을 넘어 민족 공동체의 상상이 시작되는 의미로 전이된다. 이러한 시적 원리는 백석의 시에 나타나는 전통 및 고향, 친족 등에 대한 애착이 민족 공동체의 애착으로 전이되는 양상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제Ⅴ 장은 백석의 기행 시편에 나타난 장소들이 구축한 심상지리가 당대에 제국에 의해 형성된 제국의 심상지리에 의한 표상과 어떻게 달랐는지를 살폈다. 당시 조선 사회는 일본 제국의 식민 정책이 극에 다다른 때였다. 일제는 조선고적조사보존사업을 명분으로 조선의 유적지에 대한 답사를 활발히 진행시키고 각종 지면에 답사기를 활발히 발표하도록 하였는데, 이 논문에서는, 그들이 이러한 정책 사업을 통해 조선과 조선인의 정책성을 식민지적으로 구성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고, 이 시기에 창작된 백석의 기행 시편들이 당시 일제에 의해 구축된 조선의 심상지리에 균열점을 내는 의식의 발로임을 밝혔다. 또한 속도․효율 등을 앞세운 근대가 어떻게 지역적 과거에 대한 절대적 우위를 갖고 지역적 과거와 질적으로 차별되는 시간을 폭력적으로 이식시키고 있는지, 지역의 과거 풍물 위에 당대 ‘중심’과 근대적 시대 상황이 중첩되면서 시간과 공간이 불균등하게 공존하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식민지시기를 감내하는 지식인으로서의 현실의식을 읽을 수 있었다. 요컨대 백석 시에 나타난 로컬리티는 민족의 보편적인 기억을 내장하고 있는 민족공동체 의식의 발로로 요약되며, 그러한 현실 인식은 그의 로컬어와 장소애를 통한 로컬리티를 우리에게 환기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민족 공동체주의로 나아가고자 했던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핵심어: 백석, 로컬리티(locality), 서북지역, 민족공동체, 로컬어, 방언, 언어수행성, 번역불가능성, 언어 변이성, 시간, 공간, 장소애, 심상지리, 판타스마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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