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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대철학에서 감정은 성(性), 심(心), 욕(欲) 등과 함께 도덕철학의 문제 해명과 관련된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져 왔다. 감정이 이들 개념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따라 도덕철학의 성격은 첨예하게 엇갈리게 된다. 감정에 대해 부정적인 도가와 묵가는 과도한 배제를 통해 일상적인 삶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감정에 도덕적 긍정성을 과도하게 부여한 맹자는 성으로의 논점 변경을 통해 감정을 철학적으로 주제화하는데 실패한다. 이와 달리 순자는 감정을 자신의 철학 체계로 포함시키면서도 전적으로 부정하거나 혹은 과도한 도덕성을 부여하지 않는 대안적 철학 체계를 전개한다. 본 논문은 순자철학에서 감정의 의미와 계발 과정에 대해 밝힘으로써 인간이 감정의 고양을 통해 어떻게 도덕을 실천하는 인간으로 변모하게 되는지에 대해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순자철학에서 감정은 성의 실질인 ...

중국고대철학에서 감정은 성(性), 심(心), 욕(欲) 등과 함께 도덕철학의 문제 해명과 관련된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져 왔다. 감정이 이들 개념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따라 도덕철학의 성격은 첨예하게 엇갈리게 된다. 감정에 대해 부정적인 도가와 묵가는 과도한 배제를 통해 일상적인 삶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감정에 도덕적 긍정성을 과도하게 부여한 맹자는 성으로의 논점 변경을 통해 감정을 철학적으로 주제화하는데 실패한다. 이와 달리 순자는 감정을 자신의 철학 체계로 포함시키면서도 전적으로 부정하거나 혹은 과도한 도덕성을 부여하지 않는 대안적 철학 체계를 전개한다. 본 논문은 순자철학에서 감정의 의미와 계발 과정에 대해 밝힘으로써 인간이 감정의 고양을 통해 어떻게 도덕을 실천하는 인간으로 변모하게 되는지에 대해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순자철학에서 감정은 성의 실질인 정(情)의 감응(感應)으로부터 발생하며 행위의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감정은 외부세계와의 감응을 통해 확장되고 변화되어 간다. 감정은 인간 행위의 추동력으로 작용하며 선악의 문제와 관련된다. 인간은 외부세계와의 감응을 통해 호오의 감정을 일으킨다. 인간은 좋아하는 것을 획득하려 하고 싫어하는 것을 제거하려 한다. 즉, 욕구는 호오의 감정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인간은 외부세계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욕구를 무한히 발생시킨다. 악이란 바로 이러한 욕구의 무한한 추구와 재화의 유한성으로 인해 인간들이 다툼으로써 발생한다. 순자는 악의 문제를 감정과 욕구의 억압과 금지가 아닌 긍정과 계발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감정은 인위적인 노력에 의해 사회적 감정으로 확장되고 고양된다. 인위적 노력은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심의 지적 능력[知]에 의해 사회의 도덕규범인 도를 인식하여 감정을 사회화하는 것이고, 둘째는 행위 능력[能]에 의해 감정의 사회적 표현방식을 반복적으로 실천하여 체화하는 것이다.
감정은 사회의 도덕규범인 법(法)과 류(類) 그리고 예(禮)에 의해 확장되고 고양되어 도덕 실천을 가능케 하는 추동력으로 변화하게 된다. 먼저, 인간은 법에 대한 인식을 통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절제하게 된다. 인간은 법의 위반 시 받게 되는 형벌에 의해 ‘권세에 의한 수치심’을 형성한다. 인간은 이 감정을 통해 법을 준수하게 된다. 이러한 법에 의한 감정 계발은 인간이 법을 수동적으로 따르게 된다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다음으로, 인간은 지적 능력에 의해 공동체의 구성원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 인간은 유추능력[類]을 통해 같은 무리에 대한 원초적 감정인 ‘동류에 대한 사랑’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효(孝)나 인(仁) 등으로 확장한다. 류에 의한 감정의 확장은 감정적 친밀함을 중시하는 혈연적 이기주의의 편협함에 빠질 수 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끝으로, 인간은 예에 대한 배움을 통해 감정적 친밀함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극복하게 된다. 즉, 예는 감정을 사회적 ‘분(分)’에 맞게 조율함으로써 감정적 친밀함을 중시하는 혈연적 이기주의의 문제를 해결한다. 나아가 인간은 예의 의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상호의존적인 관계임을 인식하고 예의 실천을 좋아하고 즐기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도덕규범인 예를 감정적으로 좋아함으로써 ‘의에 의한 수치심’을 가지게 된다. 인간은 이 감정에 의해 도덕 실천을 능동적으로 추구하는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악(樂)은 법과 류와 예에 의해 계발된 감정을 체화시키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연대감을 형성한다. 악의 소리는 기의 공명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인간은 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감정들을 강화하고 내재화하게 된다. 악은 개인적인 측면에서 감정의 고양과 체화에 관여하고 사회적 측면에서 구성원들 간의 사이를 조화롭게 한다. 하지만 악에 의한 감정적 연대만을 중시할 때 인간은 동질화되어 집단이기주의를 형성하게 된다. 순자는 이러한 문제를 예에 의해 해결하고자 한다. 즉, 순자는 인간 사회가 감정적 유대감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마땅함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와 악이 상호보완적으로 실행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인간은 악에 의한 감정의 친화와 예에 의한 감정의 거리두기에 의해 타인에 대해 상호간에 친밀함을 느끼면서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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