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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이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본 논문은 아우구스티누스와 플로티누스의 존재론을 살펴보면서 두 사상 간의 관계를 정확히 가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플라톤주의를 접하고 그 결과로 인식론적 상승을 체험하게 된다. 이 체험을 통해 그는 신을 관상하게 된다. 관상의 결과는 신이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플로티누...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이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본 논문은 아우구스티누스와 플로티누스의 존재론을 살펴보면서 두 사상 간의 관계를 정확히 가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플라톤주의를 접하고 그 결과로 인식론적 상승을 체험하게 된다. 이 체험을 통해 그는 신을 관상하게 된다. 관상의 결과는 신이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플로티누스의 일자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일자를 ‘존재를 넘어서’ 있다고 설명한다. ‘존재를 넘어서’라는 말은 형언불가능하고 어떠한 제한도 없음을 의미한다. 플로티누스는 ‘존재’를 ‘지성’의 단계에 위치시킨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신이 ‘존재’임을 플로티누스를 통해 획득한 것이 아니라면, 그는 어디에서 이 개념을 획득한 것일까? “나는 있는 나다(Ego sum qui sum)”라고 자신을 밝히는 탈출기 3장 14절의 구절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신을 ‘존재’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따라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존재론의 핵심적 부분은 신플라톤주의적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적이고 성서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우구스티누스는 왜 신플라톤주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까? 신플라톤주의의 몇 가지 부분이 그리스도교 교리와 충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플로티누스는 유출을 필연적인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는 신의 자유로운 창조를 강조한다. 둘째, 플로티누스의 유출설은 범신론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는 신과 피조물의 현격한 차이를 강조한다. 셋째, 플로티누스가 설명하는 유출은 단계적이다. 즉, 일자가 동시에 지성과 영혼, 물질세계를 창조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신은 모든 것을 동시에 창조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러한 세 가지 측면에서 신플라톤주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신이 ‘존재’라는 개념은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존재-비존재’라는 철학적 구도를 설정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 이 구도를 통해 그 동안 설명하기 어려웠던 그리스도교의 핵심교리를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첫째, 그는 ‘존재-비존재’ 구도를 통해 ‘무로부터 창조’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그는 ‘존재-비존재’ 구도를 통해 새로운 인간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존재’인 신이 창조했기 때문에 ‘존재’의 속성을 지니게 되고 또한 ‘비존재’로부터 만들어졌기 때문에 ‘비존재’의 속성도 지니게 되는 이중적 존재가 된다. ‘존재’의 속성과 ‘비존재’의 속성을 모두 지닌 인간은 ‘존재’를 향해 위로 상승할 수도 ‘비존재’를 향해 하강할 수도 있다. 자유의지의 왜곡으로 인간이 아래로 하강하게 되면,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상승할 수 없다. 따라서 위로 상승하려면 외부의 조력자가 필요한데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그 조력자가 바로 중재자 예수 그리스도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신이지만 육화를 통해 인간이 되었다. 신이면서 동시에 인간인 것이다. 신과 인간의 속성을 동시에 가진 예수 그리스도의 도움을 통해 인간은 다시 ‘존재’로 상승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플라톤주의를 통해 신을 관상한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가 경험한 관상의 결과는 플로티누스가 설명하는 일자의 모습과 다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밝힌 관상의 내용은 지극히 그리스도교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관상의 결과를 토대로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이성적으로 수립해 나간다. 따라서 아우구스티누스가 신플라톤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그리스도교를 기준으로 삼고 신플라톤주의를 수용했으며 그리스도교와 배치될 수 있는 부분들은 수용하지 않거나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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