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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이병주 소설에 나타난 현실 인식과 소설적 재현 방법을 관련지어 설명하고, 그를 통해 이병주 소설이 역사와 일상 혹은 과거와 현재의 구분 없이 동일한 소설적 방법론을 토대로 창작되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병주의 소설 창작은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목표로 행해졌는데, 이는 이병주가 소설을 인간의 삶을 기록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인식한 때문이다. 그리고 이병주가 소설을 통해 인간의 실상을 기록한다고 할 때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Ⅱ장에서는 이병주가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한 사실을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고자 노력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소설에는 작가의 경험에 관여할 수밖에 없지만 이병주 소설의 경우 전기적 사실과 소설을 비교했을 때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획득된 인간과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이 작품에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 이병주의 경험은 질곡의 한국 근현대사 그 자체이며 이병주는 기억에 의존하여 이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한다. 이것은 과거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는 일이 우리 민족이 겪어야했던 수난의 역사에 대한 기록일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소설을 통해 동시대를 재현하는 경우,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행으로 자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대된 사회적 배경과 이병주 자신이 사업에 뛰어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욕망에 점철된 기득권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자신이 경험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이병주의 의도는 인물 재등장과 액자 구성을 통해 구현된다. 삶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열려 있고 지속되는 것이라면 소설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말지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삶과는 다르다. 그러나 여러 소설에 걸쳐 동일한 인물을 등장시켜서 한 인물의 삶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또,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삶의 특정한 한 국면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듯이 이병주의 소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인물들이 가지는 성격 역시 그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 전체를 살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렇듯 인물 재등장은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이자, 한 인물의 삶을 총체화하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이병주의 소설 중에는 유난히 액자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이 많다. 그 중 ｢매화나무의 인과｣의 서사는 성 참봉과 돌쇠라는 두 인물의 욕망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욕망이 빚어내는 비극과 비극의 원인을 찾는 방식으로 구조화된다. 이때 독자와 인물간의 거리가 다소 가까운 1인칭 시점으로 바깥 이야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독자는 ...

이 논문은 이병주 소설에 나타난 현실 인식과 소설적 재현 방법을 관련지어 설명하고, 그를 통해 이병주 소설이 역사와 일상 혹은 과거와 현재의 구분 없이 동일한 소설적 방법론을 토대로 창작되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병주의 소설 창작은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목표로 행해졌는데, 이는 이병주가 소설을 인간의 삶을 기록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인식한 때문이다. 그리고 이병주가 소설을 통해 인간의 실상을 기록한다고 할 때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Ⅱ장에서는 이병주가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한 사실을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고자 노력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소설에는 작가의 경험에 관여할 수밖에 없지만 이병주 소설의 경우 전기적 사실과 소설을 비교했을 때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획득된 인간과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이 작품에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 이병주의 경험은 질곡의 한국 근현대사 그 자체이며 이병주는 기억에 의존하여 이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한다. 이것은 과거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는 일이 우리 민족이 겪어야했던 수난의 역사에 대한 기록일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소설을 통해 동시대를 재현하는 경우,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행으로 자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대된 사회적 배경과 이병주 자신이 사업에 뛰어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욕망에 점철된 기득권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자신이 경험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이병주의 의도는 인물 재등장과 액자 구성을 통해 구현된다. 삶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열려 있고 지속되는 것이라면 소설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말지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삶과는 다르다. 그러나 여러 소설에 걸쳐 동일한 인물을 등장시켜서 한 인물의 삶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또,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삶의 특정한 한 국면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듯이 이병주의 소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인물들이 가지는 성격 역시 그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 전체를 살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렇듯 인물 재등장은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이자, 한 인물의 삶을 총체화하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이병주의 소설 중에는 유난히 액자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이 많다. 그 중 ｢매화나무의 인과｣의 서사는 성 참봉과 돌쇠라는 두 인물의 욕망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욕망이 빚어내는 비극과 비극의 원인을 찾는 방식으로 구조화된다. 이때 독자와 인물간의 거리가 다소 가까운 1인칭 시점으로 바깥 이야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독자는 서술자의 이야기를 허구보다는 사실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바깥 이야기의 서술자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 인물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으로 허구와 사실의 경계는 다시 모호해지게 된다. 또한 ��관부연락선��의 액자 구성은 유태림으로 대표되는 학병 세대 지식인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재현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유태림이라는 인물의 서사는 유태림의 기록과 함께 바깥 이야기의 서술자인 이형식에 의해 말해진다. 액자 구성을 통한 이중 화자의 설정으로 유태림의 서사는 객관화되는 동시에 제국주의의 식민지를 살다가 적국을 위해 전장에 나가야했던 학병 세대 유태림의 내면이 보다 세밀하게 다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Ⅲ장에서는 이병주가 현실을 사실에 가깝게 재현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소설가로서 자신의 책무라고 여겼지만 사실을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경우에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결여가 있음을 동시에 인식했다는 입장에서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것은 역사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인과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이나 우연에 의해 구축되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하여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그 배면에 놓인 진실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역사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산하��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그렇기에 과거의 역사적 사건 가운데에는 상처받아야 했던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과 그 속에 내재한 원한은 사실 그대로의 기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결여를 만든다. ‘원한’은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며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병주는 인간의 삶에 내재한 원한을 강하게 인식했고 이를 온전하게 기록하기 위해서는 ‘정감(情感)’으로 기록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병주가 말하는 정감이란 어떤 사건의 주인공이 가지는 감정과 기분이며, ‘감정과 기분’의 생생한 전달에 의해서 비로소 사건에 대한 기록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 이병주의 소설적 인식이다. 소설이 정감의 기록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병주는 자전적 글쓰기를 시도하는데, 이것은 자신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상황들이 독자로 하여금 사실의 재현으로 인지되기를 바라는 작가적 욕망과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해명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읽을 수 있다. 역사의 파고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던 지난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하고 적절하게 해명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소설에서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우는 것이다.
Ⅳ장에서는 이병주로 하여금 기록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그 원한이 자신이 경험한 사건이 가진 반인간적 조건이나 상황에 연유한다는 관점에서 이병주가 소설을 통해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병주가 생각하는 휴머니즘은 반인간적 조건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강하게 저항하고 투쟁하는 것이며, 이병주의 소설에서 반인간적 상황은 주로 지식인을 중심으로 형상화되고 있는데 그들은 원대한 야심을 가진 인물이지만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 좌절하고 실패하는 ‘나폴레옹’형 인물이거나 심각한 이데올로기 대립 국면에서 오히려 선택하지 않음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을 지키려고 한 ‘회색 군상’의 형태로 반복되어 형상화된다.
또한 현실을 사실대로 기록해서는 곤란을 겪어야 하는 엄혹한 시대에 소설 창작을 했던 이병주는 우회적인 글쓰기를 통해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병주 소설의 일부에서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혹은 다른 나라의 독재자를 언급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스페인의 현실을 통해 국내 상황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무엇이든 가능한 이상적 공간으로 타국을 형상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마저 박탈당한 현실, 적법한 절차로는 성공에 이르기 어려운 국내 현실에 대한 이병주의 비판적 견해가 드러난다.
유사한 맥락에서 이병주는 맹목적으로 종교를 믿는 여성 인물과 그런 인물에 냉소하는 남성 지식인, 본질을 망각하고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유사종교의 문제를 통해 한국의 근대사를 가로지르는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부각하고 비판한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이 억압되고 강제될 수밖에 없었던 지난 역사의 폭력성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강한 부정이기도 하다. 결국 이병주는 ‘종교’의 문제를 통해 문학의 핵심에 놓여야 할 것이 ‘인간’이라는 자신의 문학적 신념을 강조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이병주의 문학적 관심은 인간의 삶을 가급적이면 세밀하게 기록하고자 하는 데 있었으며 그것은 어떠한 소설적 경계를 가지지 않는다. 인간의 실상을 담고 있는 것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파헤쳐서 그 근원에 놓인 것을 찾으려는 것이 이병주의 소설적 목표라고 한다면 이 논문에서는 이병주의 소설적 목표가 소설로 구현되는 방식과 그를 통해 형성되는 의미를 현실 인식과의 관련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이병주의 소설을 관통하는 것이 ‘정감을 통한 사실의 기록’이며, 이것이 반인간적인 상황에 대한 반발로서의 휴머니즘에 입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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