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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항쟁 이후 관심을 받은 노동시는 1990년 전후 동구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 이후 타격을 받는다. 그 후 1997년 금융위기로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면서 이념 지향적 노동 운동은 동력을 크게 상실한다. 이에 노동자 시인 박노해나 박영근, 백무산 등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시적 변모의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하였다.
박노해와 백무산은 노동해방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담아 가명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상과 철학도 전환기를 거쳐 변모했다. 박노해의 󰡔참된 시작󰡕(1993) 3·4부는 󰡔노동의 새벽󰡕(1984)의 이념적 목적성을 계승하였다. 이에 비해 1·2부는 이념의 붕괴와 수감 생활 중에 쓴 과도기적 상황으로 구도적 태도가 엿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은 백무산의 시적 변모와도 유사하다. 백무산은 󰡔인간의 시간󰡕(1996)을 통해 이전의 전투적 대결의식을 접고 노동 현장을 벗어나 구도적 자세로 인간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두 시인 모두 기회주의적 전향이라기보다 정세에 대한 치열한 인식의 산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성적인 성찰의 두 시인에 비해 박영근은 󰡔김미순전󰡕(1993)을 통해 감정에 치우쳐 방황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1997)에서는 절망적 페이소스가 더욱 심화되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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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항쟁 이후 관심을 받은 노동시는 1990년 전후 동구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 이후 타격을 받는다. 그 후 1997년 금융위기로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면서 이념 지향적 노동 운동은 동력을 크게 상실한다. 이에 노동자 시인 박노해나 박영근, 백무산 등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시적 변모의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하였다.
박노해와 백무산은 노동해방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담아 가명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상과 철학도 전환기를 거쳐 변모했다. 박노해의 󰡔참된 시작󰡕(1993) 3·4부는 󰡔노동의 새벽󰡕(1984)의 이념적 목적성을 계승하였다. 이에 비해 1·2부는 이념의 붕괴와 수감 생활 중에 쓴 과도기적 상황으로 구도적 태도가 엿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은 백무산의 시적 변모와도 유사하다. 백무산은 󰡔인간의 시간󰡕(1996)을 통해 이전의 전투적 대결의식을 접고 노동 현장을 벗어나 구도적 자세로 인간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두 시인 모두 기회주의적 전향이라기보다 정세에 대한 치열한 인식의 산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성적인 성찰의 두 시인에 비해 박영근은 󰡔김미순전󰡕(1993)을 통해 감정에 치우쳐 방황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1997)에서는 절망적 페이소스가 더욱 심화되어 나타난다.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며 박노해는 󰡔겨울이 꽃핀다󰡕(1999)를 통해 제도를 통한 문제 해결의 요원함을 깨닫고 공존의 생태학적 삶의 가치를 강조하며 종교적, 명상적 태도를 드러낸다. 이것은 백무산이 󰡔길은 광야의 것이다󰡕(1999)에서 보인 인식과 유사하다. 그러나 박노해가 현장 속의 희망을 노래하며 실천적 대안을 강조하고 있는 데 반해 백무산은 노동 자체가 자본주의적 질서 밖으로 나올 수 없는 한계를 강조한다. 백무산은 노동운동 내부의 교조주의와 불합리에 대하여 꾸준히 비판하였다. 이에 비해 박영근은 󰡔저 꽃이 불편하다󰡕(2002)를 통해 연인이자 동지였던 동거인과의 이별 후의 상심과 그에 따른 슬픔과 허무를 노래하였다. 관습적 기준으로 적용하면 박노해와 백무산의 남성적·이성적 어조에 비해 박영근은 여성적·감성적이며 지나치게 패배적이다. 박노해와 백무산은 이전의 구체성을 상실하고 관념적, 보편적 명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 비해 박영근은 리얼리즘을 견지했다.
세 시인은 모두 ‘길’의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박노해의 ‘길’이 생태주의적 가치 지향을 의미한다면, 백무산의 ‘길’은 노장사상의 핵심인 무위자연이나 불교의 무소유를 상징하는 의미로도 쓰이고 있다. 이에 비해 박영근은 비극적 센티멘탈에 젖어 상실과 비애의 방황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백무산은 중소 규모 노동 현장에 있었던 박노해나 박영근에 비해 재벌 기업에 근무하면서 파업 투쟁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력이 있다. 이것은 이념 체제 붕괴 이후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차이를 드러난다. 박노해는 사회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통해 의식의 전환을 선택하지만 백무산은 이념 자체보다 노동 현장의 구체적인 투쟁 과정에서 드러난 파벌주의와 기회주의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나타난다.
노동자 시인들의 노동시는 크게 이념 중심의 투쟁 선동시와 노동자들의 애환을 중심으로 다루는 개인 서정시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쟁시는 목적의식적 선전선동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 그러므로 시 창작자는 시인이라기보다 노동운동가나 선동가로서의 역할이 더 큰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군부 독재 시기 노동시를 주도했던 노동자 시인들의 1990년대에 대한 인식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노동시가 태세 전환이나 위축되는 과정을 겪는다고 해서 모든 노동자 시인들이 침묵한 것은 아니었다. 박노해가 이념을 벗어나 공동체 운동으로 방법적 전환을 하고 백무산이 전환기를 보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 시인들은 각각의 처지와 위치에서 암중모색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Abstract ▼ AI-Helper

Labor poetry that has received attention following the protests in June 1987 was hit by the collapse of the Eastern Socialist system around 1990s. Since the massive layoffs of laborers due to the financial crisis in 1997, ideology-oriented labor movement lost much of its power. Worker poets Park No-...

Labor poetry that has received attention following the protests in June 1987 was hit by the collapse of the Eastern Socialist system around 1990s. Since the massive layoffs of laborers due to the financial crisis in 1997, ideology-oriented labor movement lost much of its power. Worker poets Park No-hae, Park Young-geun and Baek Mu-san were shocked and began to demonstrate possibility of poetic transformation.
Park No-hae and Baek Mu-san used aliases that captured their philosophy of labor liberation. However, their ideas and philosophy also changed through the transition period. Parts 3 and 4 of Park No-hae’s 󰡔The True Beginning󰡕(1993) succeeded to the ideological purpose of 󰡔The Early Dawn of Labor󰡕(1984). On the other hand, Part 1 and 2, written in a transitional situation during his imprisonment amidst the collapse of ideology, begin to show compositional attitude. This is similar with the poetic transformation of Baek Mu-san. Baek Mu-san, through his 󰡔Time of Humans󰡕(1996), breaks his aggressive competitiveness and leaves the labor scene to investigate humanity in a compositional attitude. Both poets can be evaluated as a product of keen awareness of the state of affairs rather than an opportunistic turn. In contrast to the two poets of rational reflection, Park Young-geun, through 󰡔The Story of Kim Mi-soon󰡕(1993) showed the image of a wandering worker overwhelmed by emotions. Following that, his hopeless pathos is further developed in 󰡔Does the star still open its eyes󰡕(1997).
Under the IMF economic crisis, Park No-hae, in 󰡔The Winter Flowers󰡕(1999), expresses religious and meditative attitude by emphasizing the value of life of ecological coexistence and realizing the remoteness of problem solving through institutions. This is similar with the perception that Baek Mu-san expressed in 󰡔The Path Belongs to the Field󰡕(1999). However, while Park No-hae depicts hope in the scene and emphasizes practical alternatives, Baek Mu-san emphasizes the limitation that labor itself cannot come out of the capitalist order. Baek Mu-san consistently criticized the dogmatism and the irrationality within the labor movement. On the other hand, Park Young-geun expressed the sadness and futility after his separation from his partner who was a lover and his comrade in 󰡔That Flower is Discomforting󰡕(2002). In conventional standards, Park Young-geun is feminine, emotional, and overly defeated in comparison to the masculine, rational tone of Park No-hae and Baek Mu-san. Park No-hae and Baek Mu-san have lost substantiation and flowed into ideological and universal meditation. On the other hand, Park Young-geun held on to realism.
All three poets actively utilized the concept of 'path'. While Park No-hae’s 'path' means a pursuit of ecological value, Baek Mu-san's ‘path' is used to symbolize idle nature, the core of Taoist philosophy, or Buddhist nonpossession. Park Young-geun, immersed in tragic sentimentality, symbolically demonstrated the wandering reality of loss and sorrow.
Baek Mu-san has a history of actively participating in a strike demonstration while working for a chaebol enterprise, compared to Park No-hae and Park Young-geun who were at small and medium-sized labor sites. This reveals a difference in the response to the collapse of the ideological system. Although Park No-hae chooses transformation of consciousness through a fundamental skepticism of the socialist system itself, Baek Mu-san shows great disillusionment with the factionalism and opportunism revealed through the concrete struggle of the workplace rather than ideology itself.
The labor poetry of worker poets can be divided into ideology-driven struggle demagogic poetry and individual lyric poetry which focuses on the joys and sorrows of the workers. In general, struggle poetry was used as a tool for purpose-aware propaganda agitation. Therefore, the creator of the poetry was not just a poet, but rather served a greater role in labor movement or demagogue.
The change of perception of worker poets in the 1990s, who led the labor movement during the military dictatorship, is significant. Not all worker poets kept silent because labor poetry underwent transition or intimidation. Although Park No-hae made a methodological shift from ideology to community movement, and Baek Mu-san had his transitional period, many worker poets, in their respective positions and situations, still showed efforts to take a leap in the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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