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조선후기 나전칠기를 장인과 기술을 중심으로 무형유산학의 기술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이를 근대기의 변화와 연관하여 한국 나전 기술 전형의 단서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조선시대 나전은 중국으로의 진헌품이자 왕실 의례 물목으로서 엄중한 용도를 지녔다. 왕실에서 나전은 함류를 중심으로 제작되었으며, 의궤에서는 17-18세기를 위주로 제작이 확인된다. 나전은 엄중한 용도를 지녔던 만큼 양질의 재료 수급을 요구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전복과 대모가 나전의 주된 재료로 사용되었다. 전복은 해안에 인접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생산되었으며, 대모는 제주도 일부 지역으로 산지가 한정되었다. 전복과 대모는 공예품의 재료로 보석과 같이 귀한 물품으로서 관리되었다. 왕실 의례에 사용되는 나전함의 제작주체는 나전장이었다. 나전장은 공조와 상의원에 주로 소속되었으며, 총융청과 사장 출신도 있었다. 의례의 준비에서 가례의 일방, 흉례의 이방에 소속되어 나전함을 제작하였다. 의례 후 장인의 시상에서는 주로 2등과 3등으로 매겨졌는데, 이는 장인의 근태와 나전이 해당 의례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영향을 받았다. 나전장은 재료 가공과 장식 전반을 담당하던 장인이었다. 의궤에서 나전장의 도구로 다양한 물품이 언급된다. 줄은 전복껍데기를 갈아 자개를 제작할 때 사용하였으며, 가공된 원패는 화로와 인두로 판판하게 펴서 휴지에 감싸 보관하였다. 나전 작업과 함께 대모복채와 금속선 장식 또한 담당하였다. 의궤에 나열된 나전함의 재료를 현재 전승되는 기술과 유물의 보존과학적 분석을 통해 공정별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나전칠기에 사용된 재료는 의례의 성격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백골을 제작한 목재, 각종 천과 종이류, 칠과 장식에 사용된 각종 재료, 완성된 기물의 포장 재료까지 상세히 기록되었다. 나전함의 제작은 소목장과 칠장, 나전장의 협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인거장이 목재를 가공하여 판자를 조달하면, 소목장이 견양을 그려 기물을 제작하였다. 소목장이 제작한 백골 위에 칠장이 칠을 올리고 나전장이 장식을 하였다. 이 외에 각수와 주장의 협업이 새롭게 확인되어 주목된다. 왕실 나전함의 제작이 확인되는 17-18세기 이후로는 현존하는 유물의 수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양식에서도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기술의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시기 나타나는 제작 경향의 변화로는 타찰법의 증가, 끊음질의 성행, 대모와 금속선 사용의 변화, 재료를 기물 전면에 도배한 새로운 양식의 등장 등을 들 수 있다. 유물에서 확인되는 제작흔을 통해 조선후기 나전장의 절삭도구를 추정하였다. 절삭에는 주로 ...
본 논문은 조선후기 나전칠기를 장인과 기술을 중심으로 무형유산학의 기술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이를 근대기의 변화와 연관하여 한국 나전 기술 전형의 단서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조선시대 나전은 중국으로의 진헌품이자 왕실 의례 물목으로서 엄중한 용도를 지녔다. 왕실에서 나전은 함류를 중심으로 제작되었으며, 의궤에서는 17-18세기를 위주로 제작이 확인된다. 나전은 엄중한 용도를 지녔던 만큼 양질의 재료 수급을 요구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전복과 대모가 나전의 주된 재료로 사용되었다. 전복은 해안에 인접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생산되었으며, 대모는 제주도 일부 지역으로 산지가 한정되었다. 전복과 대모는 공예품의 재료로 보석과 같이 귀한 물품으로서 관리되었다. 왕실 의례에 사용되는 나전함의 제작주체는 나전장이었다. 나전장은 공조와 상의원에 주로 소속되었으며, 총융청과 사장 출신도 있었다. 의례의 준비에서 가례의 일방, 흉례의 이방에 소속되어 나전함을 제작하였다. 의례 후 장인의 시상에서는 주로 2등과 3등으로 매겨졌는데, 이는 장인의 근태와 나전이 해당 의례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영향을 받았다. 나전장은 재료 가공과 장식 전반을 담당하던 장인이었다. 의궤에서 나전장의 도구로 다양한 물품이 언급된다. 줄은 전복껍데기를 갈아 자개를 제작할 때 사용하였으며, 가공된 원패는 화로와 인두로 판판하게 펴서 휴지에 감싸 보관하였다. 나전 작업과 함께 대모복채와 금속선 장식 또한 담당하였다. 의궤에 나열된 나전함의 재료를 현재 전승되는 기술과 유물의 보존과학적 분석을 통해 공정별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나전칠기에 사용된 재료는 의례의 성격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백골을 제작한 목재, 각종 천과 종이류, 칠과 장식에 사용된 각종 재료, 완성된 기물의 포장 재료까지 상세히 기록되었다. 나전함의 제작은 소목장과 칠장, 나전장의 협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인거장이 목재를 가공하여 판자를 조달하면, 소목장이 견양을 그려 기물을 제작하였다. 소목장이 제작한 백골 위에 칠장이 칠을 올리고 나전장이 장식을 하였다. 이 외에 각수와 주장의 협업이 새롭게 확인되어 주목된다. 왕실 나전함의 제작이 확인되는 17-18세기 이후로는 현존하는 유물의 수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양식에서도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기술의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시기 나타나는 제작 경향의 변화로는 타찰법의 증가, 끊음질의 성행, 대모와 금속선 사용의 변화, 재료를 기물 전면에 도배한 새로운 양식의 등장 등을 들 수 있다. 유물에서 확인되는 제작흔을 통해 조선후기 나전장의 절삭도구를 추정하였다. 절삭에는 주로 실톱과 가위가 사용되었으며, 문양과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각각의 사용처가 달랐다. 자개의 세부 표현에는 활비비나 정, 송곳, 못 등이 사용되었다. 실톱형 절삭도구의 형태와 사용에 관해서는 유사 기술을 보유한 장인의 도구와 의궤에 기록된 나전장 소용도구의 언어학적 해석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었다. 근대기 나전은 일본인이라는 새로운 수요층이 등장하고, 기념품과 증답품 등의 상품으로 성격이 변화하면서 공장 형태의 제조소에서 대량생산으로의 전환이 시도되었다. 1930년대를 전후로 구미 지역으로의 수출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일제가 시행한 각종 공업 정책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나전이 새로운 양상을 맞이하면서 기술에도 변화가 발생하였다. 나전 절삭에 금속세공용 실톱이 도입되면서 줄음질을 통한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졌으며, 끊음질은 비중이 축소되었다. 금속선과 대모의 사용은 거의 사라졌으며, 전복 외에도 다양한 수입패가 사용되었다. 기계를 통한 섭패가 이뤄지기도 하였다. 이는 해방 이후 제작된 나전칠기에 기술이 적용되면서 현재의 나전 인식을 형성하였다. 조선후기 나전칠기에 대한 기술문화적 분석을 통해 나전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확장시켰으며, 선행연구에서 배제되었던 핵심적 기술요소의 추정을 시도하였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나전 기술 전형의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단서를 일부 마련했으리라 기대한다.
본 논문은 조선후기 나전칠기를 장인과 기술을 중심으로 무형유산학의 기술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이를 근대기의 변화와 연관하여 한국 나전 기술 전형의 단서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조선시대 나전은 중국으로의 진헌품이자 왕실 의례 물목으로서 엄중한 용도를 지녔다. 왕실에서 나전은 함류를 중심으로 제작되었으며, 의궤에서는 17-18세기를 위주로 제작이 확인된다. 나전은 엄중한 용도를 지녔던 만큼 양질의 재료 수급을 요구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전복과 대모가 나전의 주된 재료로 사용되었다. 전복은 해안에 인접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생산되었으며, 대모는 제주도 일부 지역으로 산지가 한정되었다. 전복과 대모는 공예품의 재료로 보석과 같이 귀한 물품으로서 관리되었다. 왕실 의례에 사용되는 나전함의 제작주체는 나전장이었다. 나전장은 공조와 상의원에 주로 소속되었으며, 총융청과 사장 출신도 있었다. 의례의 준비에서 가례의 일방, 흉례의 이방에 소속되어 나전함을 제작하였다. 의례 후 장인의 시상에서는 주로 2등과 3등으로 매겨졌는데, 이는 장인의 근태와 나전이 해당 의례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영향을 받았다. 나전장은 재료 가공과 장식 전반을 담당하던 장인이었다. 의궤에서 나전장의 도구로 다양한 물품이 언급된다. 줄은 전복껍데기를 갈아 자개를 제작할 때 사용하였으며, 가공된 원패는 화로와 인두로 판판하게 펴서 휴지에 감싸 보관하였다. 나전 작업과 함께 대모복채와 금속선 장식 또한 담당하였다. 의궤에 나열된 나전함의 재료를 현재 전승되는 기술과 유물의 보존과학적 분석을 통해 공정별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나전칠기에 사용된 재료는 의례의 성격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백골을 제작한 목재, 각종 천과 종이류, 칠과 장식에 사용된 각종 재료, 완성된 기물의 포장 재료까지 상세히 기록되었다. 나전함의 제작은 소목장과 칠장, 나전장의 협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인거장이 목재를 가공하여 판자를 조달하면, 소목장이 견양을 그려 기물을 제작하였다. 소목장이 제작한 백골 위에 칠장이 칠을 올리고 나전장이 장식을 하였다. 이 외에 각수와 주장의 협업이 새롭게 확인되어 주목된다. 왕실 나전함의 제작이 확인되는 17-18세기 이후로는 현존하는 유물의 수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양식에서도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기술의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시기 나타나는 제작 경향의 변화로는 타찰법의 증가, 끊음질의 성행, 대모와 금속선 사용의 변화, 재료를 기물 전면에 도배한 새로운 양식의 등장 등을 들 수 있다. 유물에서 확인되는 제작흔을 통해 조선후기 나전장의 절삭도구를 추정하였다. 절삭에는 주로 실톱과 가위가 사용되었으며, 문양과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각각의 사용처가 달랐다. 자개의 세부 표현에는 활비비나 정, 송곳, 못 등이 사용되었다. 실톱형 절삭도구의 형태와 사용에 관해서는 유사 기술을 보유한 장인의 도구와 의궤에 기록된 나전장 소용도구의 언어학적 해석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었다. 근대기 나전은 일본인이라는 새로운 수요층이 등장하고, 기념품과 증답품 등의 상품으로 성격이 변화하면서 공장 형태의 제조소에서 대량생산으로의 전환이 시도되었다. 1930년대를 전후로 구미 지역으로의 수출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일제가 시행한 각종 공업 정책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나전이 새로운 양상을 맞이하면서 기술에도 변화가 발생하였다. 나전 절삭에 금속세공용 실톱이 도입되면서 줄음질을 통한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졌으며, 끊음질은 비중이 축소되었다. 금속선과 대모의 사용은 거의 사라졌으며, 전복 외에도 다양한 수입패가 사용되었다. 기계를 통한 섭패가 이뤄지기도 하였다. 이는 해방 이후 제작된 나전칠기에 기술이 적용되면서 현재의 나전 인식을 형성하였다. 조선후기 나전칠기에 대한 기술문화적 분석을 통해 나전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확장시켰으며, 선행연구에서 배제되었던 핵심적 기술요소의 추정을 시도하였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나전 기술 전형의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단서를 일부 마련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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