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육의 역사에 접근할 때 우리는 단지 한국어를 어디에선가 교육하였다는 사실에만 주목하여서는 안 되고 한국어 교육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에서 타산지석을 삼아 현재의 문제에도 적용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그곳에서 찾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의 역사는 주로 과거에 존재하였던 교재, 기관, 교수법 등을 대상으로 하는데, 교재의 경우에는 특히 유형적인 모습으로 전해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당시의 교육 기관이나 교수법과도 관계가 깊다. 이러한 연유로 교재사(敎材史) 연구는 한국어 교육사 연구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어 교육 부분에서 역사 부분 연구는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 교재사의 흐름을 제시할 목적으로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먼저, 2장에서는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세 교재를 각각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교린수지』의 기준으로 삼은 京都大學本 『교린수지』는 4권 4책으로 제이본들 중 완질본이며, 19세기에 조선과의 교역의 활성화로 인한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 증가로 출판되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10여종이 넘는 제이본들 중에서 보존 정도, 계통성 등에서 原 『교린수지』와 가장 가깝다고 추정된다. 『교린수지』는 아메노모리호슈의 건의로 설립된 쓰시마의 한어사에서 활용되었으며 당시 일본인 중 한어 통사를 위한 한국어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내용으로는 자연, 풍속, 인간 등 넓은 분야와 관련된 내용을 표제어와 관련된 단어를 열거하고 관련 예문을 다룬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다루는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교린수지』와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그 대상을 재조 일본인 경찰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나 종전의 교재들이 주로 『교린수지』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교재들이었던데 반해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일본인 경찰을 위한 특수 목적 교재로서 『교린수지』부터 이어져 온 맥락과는 그 흐름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일한통화첩경』은 다무라 겐고(田村謙吾)가 저자로, 『교린수지』와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사이의 과도기적 교재로서의 성격이 있다. 내용상으로는 재조 일본인 경찰들의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단원을 구성하였으며, 이를 통해 당시 경찰들의 업무 방식이나 형태뿐만 아니라 시대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월간잡지 조선어』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이완응(李完應)과 이토 간토(伊藤韓當)가 편찬자이다.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월간잡지 조선어』를 통한 통신 교육 교재로 사용되었으며,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역시 『일한통화첩경』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경찰을 위한 교재로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용 또한 일본인 경찰의 업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다음으로 3장에서는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의 변천 양상을 제작 목적, 사용자, 형식, 내용의 4가지로 분류하여 서술하였다. 첫째, 제작 목적과 관련해서는 京都大學本 ‘『교린수지』 → 『일한통화첩경』 →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순으로 ‘교류 → 조선 침탈 준비(정보 수집) 및 자국민의 권익 보호 → 식민 통치의 효율성 향상’으로 변천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세 교재의 사용자 측면에서는 ‘한어 통사’에서 ‘재조 일본인 경찰’로 교재의 사용자가 바뀌었다. 한어 통사는 대부분 60인 상인 가문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한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던 반면 재조 일본인 경찰(하급 경찰관)은 대다수가 학력이 낮을뿐더러 한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세 교재의 사용자면에서 당시 사회의 일부 집단만이 한국어를 학습하였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셋째, 형식 측면에서는 권수, 텍스트 표기 방식, 한국어 표기 방식, 일본어 표기 방식, 본문 표기 방식 등에서 변천이 있었다. 특히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의 경우에는 종전의 京都大學本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의 구성과는 달리 교재의 여러 모습에서 현대 어학 교재와 유사한 발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넷째, 내용면에서는 京都大學本 『교린수지』의 경우 자연, 풍속, 의식주, 제도, 교통, 인간 등의 주제를 다루는 반면,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과 같은 경우는 경찰관을 위한 교재답게 행정 업무, 감독 업무, 검문 검색, 위생 관리, 수사 업무, 교통 업무와 같은 경찰관이 주로 수행하는 업무를 다루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밝히었다. 그러나 시대 상황에 따라 『일한통화첩경』에는 당시 조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이 내용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에서는 그러지 않다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화자인 일본인 경찰이 경체와 상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4장에서는 세 교재 변천의 원인을 밝히었다. 먼저, 근대 이전 일본인은 한국어를 동등한 격을 지닌 외국어로 의식하였지만, 근대 일본인의 한국어에 대한 의식은 한국어를 ‘식민지의 토착어’ 또는 ‘소수어’로 생각하였다. 둘째, 한국어를 원활한 의사소통이나 문화 간의 상호 이해라는 본래의 순수한 목적으로 여겼기보다는 교육과 동화의 도구, 나아가서는 조선인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의식하였다. 각 교재의 ...
한국어 교육의 역사에 접근할 때 우리는 단지 한국어를 어디에선가 교육하였다는 사실에만 주목하여서는 안 되고 한국어 교육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에서 타산지석을 삼아 현재의 문제에도 적용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그곳에서 찾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의 역사는 주로 과거에 존재하였던 교재, 기관, 교수법 등을 대상으로 하는데, 교재의 경우에는 특히 유형적인 모습으로 전해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당시의 교육 기관이나 교수법과도 관계가 깊다. 이러한 연유로 교재사(敎材史) 연구는 한국어 교육사 연구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어 교육 부분에서 역사 부분 연구는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 교재사의 흐름을 제시할 목적으로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먼저, 2장에서는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세 교재를 각각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교린수지』의 기준으로 삼은 京都大學本 『교린수지』는 4권 4책으로 제이본들 중 완질본이며, 19세기에 조선과의 교역의 활성화로 인한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 증가로 출판되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10여종이 넘는 제이본들 중에서 보존 정도, 계통성 등에서 原 『교린수지』와 가장 가깝다고 추정된다. 『교린수지』는 아메노모리호슈의 건의로 설립된 쓰시마의 한어사에서 활용되었으며 당시 일본인 중 한어 통사를 위한 한국어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내용으로는 자연, 풍속, 인간 등 넓은 분야와 관련된 내용을 표제어와 관련된 단어를 열거하고 관련 예문을 다룬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다루는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교린수지』와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그 대상을 재조 일본인 경찰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나 종전의 교재들이 주로 『교린수지』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교재들이었던데 반해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일본인 경찰을 위한 특수 목적 교재로서 『교린수지』부터 이어져 온 맥락과는 그 흐름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일한통화첩경』은 다무라 겐고(田村謙吾)가 저자로, 『교린수지』와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사이의 과도기적 교재로서의 성격이 있다. 내용상으로는 재조 일본인 경찰들의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단원을 구성하였으며, 이를 통해 당시 경찰들의 업무 방식이나 형태뿐만 아니라 시대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월간잡지 조선어』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이완응(李完應)과 이토 간토(伊藤韓當)가 편찬자이다.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월간잡지 조선어』를 통한 통신 교육 교재로 사용되었으며,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역시 『일한통화첩경』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경찰을 위한 교재로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용 또한 일본인 경찰의 업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다음으로 3장에서는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의 변천 양상을 제작 목적, 사용자, 형식, 내용의 4가지로 분류하여 서술하였다. 첫째, 제작 목적과 관련해서는 京都大學本 ‘『교린수지』 → 『일한통화첩경』 →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순으로 ‘교류 → 조선 침탈 준비(정보 수집) 및 자국민의 권익 보호 → 식민 통치의 효율성 향상’으로 변천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세 교재의 사용자 측면에서는 ‘한어 통사’에서 ‘재조 일본인 경찰’로 교재의 사용자가 바뀌었다. 한어 통사는 대부분 60인 상인 가문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한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던 반면 재조 일본인 경찰(하급 경찰관)은 대다수가 학력이 낮을뿐더러 한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세 교재의 사용자면에서 당시 사회의 일부 집단만이 한국어를 학습하였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셋째, 형식 측면에서는 권수, 텍스트 표기 방식, 한국어 표기 방식, 일본어 표기 방식, 본문 표기 방식 등에서 변천이 있었다. 특히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의 경우에는 종전의 京都大學本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의 구성과는 달리 교재의 여러 모습에서 현대 어학 교재와 유사한 발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넷째, 내용면에서는 京都大學本 『교린수지』의 경우 자연, 풍속, 의식주, 제도, 교통, 인간 등의 주제를 다루는 반면,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과 같은 경우는 경찰관을 위한 교재답게 행정 업무, 감독 업무, 검문 검색, 위생 관리, 수사 업무, 교통 업무와 같은 경찰관이 주로 수행하는 업무를 다루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밝히었다. 그러나 시대 상황에 따라 『일한통화첩경』에는 당시 조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이 내용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에서는 그러지 않다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화자인 일본인 경찰이 경체와 상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4장에서는 세 교재 변천의 원인을 밝히었다. 먼저, 근대 이전 일본인은 한국어를 동등한 격을 지닌 외국어로 의식하였지만, 근대 일본인의 한국어에 대한 의식은 한국어를 ‘식민지의 토착어’ 또는 ‘소수어’로 생각하였다. 둘째, 한국어를 원활한 의사소통이나 문화 간의 상호 이해라는 본래의 순수한 목적으로 여겼기보다는 교육과 동화의 도구, 나아가서는 조선인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의식하였다. 각 교재의 내용 분석을 통해 당시 일본인 경찰들이 발화 대상인 조선인들을 감시, 통제의 대상으로 여겼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방법으로 당시 일본인의 조선인에 대한 의식을 유추하는 것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대상에 대한 의식이 곧 그 언어에 대한 의식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점이다. 일본의 조선의 언어 정책면에서는 『교린수지』의 시대에는 가업 전수 방식의 한국어 교육이었던 것이 『일한통화첩경』과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의 시대에는 공적이고 체계를 갖춘 방식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이 조선을 완전 병합한 이후에는 ‘조선어 장려 정책’이 등장하였고, 경성 조선어 연구회가 발간한 『월간잡지 조선어』의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이 대표적인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밝혔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어 능력이 가능한 경찰관들의 수가 늘고 그들이 승진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세 교재의 비교를 통해서 나타난 한국어 교재의 변천 모습을 몇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로 한국어의 위상이 일본의 한국어에 대한 의식과 조선에 대한 언어 정책 변천에 따라 격하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교린수지』의 한국어의 위상이 외국어로서 다른 외국어와 동등하였던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교재의 제작 목적, 사용자, 형식, 내용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러한 변천은 강화도 조약, 경술국치와 같은 국제 정세의 변천에 따른 우리나라의 위상 변천을 기점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한 언어의 위상은 그 언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국가나 민족의 운명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시대 변천을 거치면서 교재가 발전적으로 변천하였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비록 한국어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위상이 다소 격하되었지만, 위상의 변천과는 관계없이 교재 구성의 측면에서는 발전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개항 전과 개항 후의 한국어 교재 역사의 흐름을 제시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한국어 교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초를 쌓았다. 본 연구를 기점으로 부족한 한국어 교재사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어 교육의 역사에 접근할 때 우리는 단지 한국어를 어디에선가 교육하였다는 사실에만 주목하여서는 안 되고 한국어 교육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에서 타산지석을 삼아 현재의 문제에도 적용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그곳에서 찾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의 역사는 주로 과거에 존재하였던 교재, 기관, 교수법 등을 대상으로 하는데, 교재의 경우에는 특히 유형적인 모습으로 전해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당시의 교육 기관이나 교수법과도 관계가 깊다. 이러한 연유로 교재사(敎材史) 연구는 한국어 교육사 연구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어 교육 부분에서 역사 부분 연구는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 교재사의 흐름을 제시할 목적으로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먼저, 2장에서는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세 교재를 각각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교린수지』의 기준으로 삼은 京都大學本 『교린수지』는 4권 4책으로 제이본들 중 완질본이며, 19세기에 조선과의 교역의 활성화로 인한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 증가로 출판되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10여종이 넘는 제이본들 중에서 보존 정도, 계통성 등에서 原 『교린수지』와 가장 가깝다고 추정된다. 『교린수지』는 아메노모리호슈의 건의로 설립된 쓰시마의 한어사에서 활용되었으며 당시 일본인 중 한어 통사를 위한 한국어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내용으로는 자연, 풍속, 인간 등 넓은 분야와 관련된 내용을 표제어와 관련된 단어를 열거하고 관련 예문을 다룬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다루는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교린수지』와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그 대상을 재조 일본인 경찰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나 종전의 교재들이 주로 『교린수지』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교재들이었던데 반해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일본인 경찰을 위한 특수 목적 교재로서 『교린수지』부터 이어져 온 맥락과는 그 흐름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일한통화첩경』은 다무라 겐고(田村謙吾)가 저자로, 『교린수지』와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사이의 과도기적 교재로서의 성격이 있다. 내용상으로는 재조 일본인 경찰들의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단원을 구성하였으며, 이를 통해 당시 경찰들의 업무 방식이나 형태뿐만 아니라 시대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월간잡지 조선어』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이완응(李完應)과 이토 간토(伊藤韓當)가 편찬자이다.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은 『월간잡지 조선어』를 통한 통신 교육 교재로 사용되었으며,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역시 『일한통화첩경』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경찰을 위한 교재로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용 또한 일본인 경찰의 업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다음으로 3장에서는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의 변천 양상을 제작 목적, 사용자, 형식, 내용의 4가지로 분류하여 서술하였다. 첫째, 제작 목적과 관련해서는 京都大學本 ‘『교린수지』 → 『일한통화첩경』 →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순으로 ‘교류 → 조선 침탈 준비(정보 수집) 및 자국민의 권익 보호 → 식민 통치의 효율성 향상’으로 변천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세 교재의 사용자 측면에서는 ‘한어 통사’에서 ‘재조 일본인 경찰’로 교재의 사용자가 바뀌었다. 한어 통사는 대부분 60인 상인 가문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한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던 반면 재조 일본인 경찰(하급 경찰관)은 대다수가 학력이 낮을뿐더러 한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세 교재의 사용자면에서 당시 사회의 일부 집단만이 한국어를 학습하였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셋째, 형식 측면에서는 권수, 텍스트 표기 방식, 한국어 표기 방식, 일본어 표기 방식, 본문 표기 방식 등에서 변천이 있었다. 특히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의 경우에는 종전의 京都大學本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의 구성과는 달리 교재의 여러 모습에서 현대 어학 교재와 유사한 발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넷째, 내용면에서는 京都大學本 『교린수지』의 경우 자연, 풍속, 의식주, 제도, 교통, 인간 등의 주제를 다루는 반면,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과 같은 경우는 경찰관을 위한 교재답게 행정 업무, 감독 업무, 검문 검색, 위생 관리, 수사 업무, 교통 업무와 같은 경찰관이 주로 수행하는 업무를 다루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밝히었다. 그러나 시대 상황에 따라 『일한통화첩경』에는 당시 조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이 내용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에서는 그러지 않다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화자인 일본인 경찰이 경체와 상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4장에서는 세 교재 변천의 원인을 밝히었다. 먼저, 근대 이전 일본인은 한국어를 동등한 격을 지닌 외국어로 의식하였지만, 근대 일본인의 한국어에 대한 의식은 한국어를 ‘식민지의 토착어’ 또는 ‘소수어’로 생각하였다. 둘째, 한국어를 원활한 의사소통이나 문화 간의 상호 이해라는 본래의 순수한 목적으로 여겼기보다는 교육과 동화의 도구, 나아가서는 조선인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의식하였다. 각 교재의 내용 분석을 통해 당시 일본인 경찰들이 발화 대상인 조선인들을 감시, 통제의 대상으로 여겼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방법으로 당시 일본인의 조선인에 대한 의식을 유추하는 것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대상에 대한 의식이 곧 그 언어에 대한 의식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점이다. 일본의 조선의 언어 정책면에서는 『교린수지』의 시대에는 가업 전수 방식의 한국어 교육이었던 것이 『일한통화첩경』과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의 시대에는 공적이고 체계를 갖춘 방식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이 조선을 완전 병합한 이후에는 ‘조선어 장려 정책’이 등장하였고, 경성 조선어 연구회가 발간한 『월간잡지 조선어』의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이 대표적인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밝혔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어 능력이 가능한 경찰관들의 수가 늘고 그들이 승진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교린수지』, 『일한통화첩경』, 『경찰관전용조선어교범』 세 교재의 비교를 통해서 나타난 한국어 교재의 변천 모습을 몇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로 한국어의 위상이 일본의 한국어에 대한 의식과 조선에 대한 언어 정책 변천에 따라 격하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교린수지』의 한국어의 위상이 외국어로서 다른 외국어와 동등하였던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교재의 제작 목적, 사용자, 형식, 내용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러한 변천은 강화도 조약, 경술국치와 같은 국제 정세의 변천에 따른 우리나라의 위상 변천을 기점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한 언어의 위상은 그 언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국가나 민족의 운명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시대 변천을 거치면서 교재가 발전적으로 변천하였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비록 한국어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위상이 다소 격하되었지만, 위상의 변천과는 관계없이 교재 구성의 측면에서는 발전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개항 전과 개항 후의 한국어 교재 역사의 흐름을 제시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한국어 교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초를 쌓았다. 본 연구를 기점으로 부족한 한국어 교재사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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