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는 바람직한 사회인식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화로 추동된 국경을 넘는 다양한 이동과 상호연결이라는 사회변화를 인식하고, 이러한 사회에 요구되는 시민성을 고민하는 것도 사회과의 역할이다. 따라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국민국가적 질서를 뛰어넘어 세계시민으로서도 행동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함양시킬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이라는 틀에서 실천되는 노력들은 주로 ‘국민’ 형성에 맞추어져 있으며, 세계의 영구 평화를 목표하지만 ‘국가’라는 경계는 높은 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에 국민국가라는 경계를 성찰하고 횡단에 관심을 두는 트랜스내셔널에 주목하였다.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에 주목한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어린이들이 교육을 통하여 국민국가라는 경계를 횡단한다는 기획은 생소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트랜스내셔널을 교육에서 실천하기 위하여 기존 사회과학 연구들에서 트랜스내셔널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연구들이 이루어지며, 어떻게 포착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여전히 진행형인 트랜스내셔널을 완결된 의미로 정의 내릴 수는 없다. 경계를 넘는 다양한 사회 변화를 연구하는 트랜스내셔널은 사회형태, 인식의 유형, 문화의 재생산, 자본의 흐름, 정치 참여, 장소와 지역의 재현 등 다양하게 개념화 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은 신체가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제한되어 있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트랜스내셔널을 다음과 같이 개념화하고 실천을 위한 트랜스내셔널을 구상하여 보았다.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이라는 틀을 적용한다는 것은 첫째,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트랜스내셔널하다는 것이고, 둘째, 교육을 받은 마음 상태가 트랜스내셔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공간담론’, ‘정체성’, ‘문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트랜스내셔널과 교육의 관계를 횡단하여 보았다. 트랜스내셔널에서 ‘공간’, ‘정체성’ 그리고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것으로 여긴다. 영토는 경계에 대한 공간적 토대를 제공하고 같은 문화를 공유한 ‘우리’라는 감정은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여 왔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 이동을 경험하고, 다수의 국가를 횡단하며 살아가고 있다. 단일 국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국경을 초월한 협동이 필요한 세계의 문제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교육현장에서도 경계의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새롭게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체성과 문화를 단일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것으로 보고 다층적인 정체성과 혼종적인 문화를 교육할 수 있는 문화접촉지대가 되어야 한다. 둘째,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을 관찰하고 실천하기 위하여 한국과 일본의 초등학교 네 군데를 대상으로 ...
사회과는 바람직한 사회인식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화로 추동된 국경을 넘는 다양한 이동과 상호연결이라는 사회변화를 인식하고, 이러한 사회에 요구되는 시민성을 고민하는 것도 사회과의 역할이다. 따라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국민국가적 질서를 뛰어넘어 세계시민으로서도 행동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함양시킬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이라는 틀에서 실천되는 노력들은 주로 ‘국민’ 형성에 맞추어져 있으며, 세계의 영구 평화를 목표하지만 ‘국가’라는 경계는 높은 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에 국민국가라는 경계를 성찰하고 횡단에 관심을 두는 트랜스내셔널에 주목하였다.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에 주목한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어린이들이 교육을 통하여 국민국가라는 경계를 횡단한다는 기획은 생소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트랜스내셔널을 교육에서 실천하기 위하여 기존 사회과학 연구들에서 트랜스내셔널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연구들이 이루어지며, 어떻게 포착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여전히 진행형인 트랜스내셔널을 완결된 의미로 정의 내릴 수는 없다. 경계를 넘는 다양한 사회 변화를 연구하는 트랜스내셔널은 사회형태, 인식의 유형, 문화의 재생산, 자본의 흐름, 정치 참여, 장소와 지역의 재현 등 다양하게 개념화 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은 신체가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제한되어 있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트랜스내셔널을 다음과 같이 개념화하고 실천을 위한 트랜스내셔널을 구상하여 보았다.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이라는 틀을 적용한다는 것은 첫째,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트랜스내셔널하다는 것이고, 둘째, 교육을 받은 마음 상태가 트랜스내셔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공간담론’, ‘정체성’, ‘문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트랜스내셔널과 교육의 관계를 횡단하여 보았다. 트랜스내셔널에서 ‘공간’, ‘정체성’ 그리고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것으로 여긴다. 영토는 경계에 대한 공간적 토대를 제공하고 같은 문화를 공유한 ‘우리’라는 감정은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여 왔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 이동을 경험하고, 다수의 국가를 횡단하며 살아가고 있다. 단일 국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국경을 초월한 협동이 필요한 세계의 문제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교육현장에서도 경계의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새롭게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체성과 문화를 단일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것으로 보고 다층적인 정체성과 혼종적인 문화를 교육할 수 있는 문화접촉지대가 되어야 한다. 둘째,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을 관찰하고 실천하기 위하여 한국과 일본의 초등학교 네 군데를 대상으로 사례연구를 하였다. 네 학교 모두 세계시민 양성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는 학교들이다. 처음에는 네 학교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연구하기’ 위하여 들어갔으나 결국 ‘함께 실행’하는 연구가 되었다. 네 학교의 교사, 어린이 그리고 연구자가 트랜스내셔널을 목표로 수업을 계획하고 대화하는 일종의 수업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어린이들도 진정한 대화를 함께 이끌어 가는 공동의 탐구자로 보았다. 따라서 교사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희망하는 대화를 중심으로 약 10개월 간 한국과 일본의 교육 주체들이 상호 만남과 대화를 경험하였다. 연구자가 일본에 가서 일본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일본 교사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누었으며,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들이 교사를 매개로 대화를 나누었다. 만남과 대화를 통하여 나와 타자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이해하고 서로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실행연구가 되었다. 셋째, 어린이들 특히 한국의 어린이들이 희망하는 것은 ‘기억’을 대화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역사라는 공식적인 기억은 어떠한지, 그것들을 일본 어린이들은 어떻게 ‘기억’하는지 알고 싶어 하였고, 자신들의 ‘기억’은 어떠한지 알려주고 싶어 했다. 한국 어린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타자가 알지 못한다는 것에 분노하고 배타적인 감정을 보였고, 일본 어린이들은 한국 어린이들의 이런 분노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자와 교사들은 다양한 개인의 기억들에 주목하여 국가를 성찰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식민지 경관을 마주하는 연구자의 기억, 손기정 선수, 일본군 위안부, 재한일본인 여성, 오키나와 제노사이드의 기억 등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개인들의 기억을 수업 자료로 활용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기억은 권력에 가려지고 배제된 개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국민국가를 넘기 위해서는 기억의 대화가 자연스러웠다. 기억의 대화를 통하여 일본과 한국의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배우고 알고 있던 것이 전부가 아니며, 의도적으로 배제된 기억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였다. 이를 통해 국가 그리고 국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유대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양국 어린이들의 기억, 연구자의 기억, 일본 교사들의 기억이 서로 만나고 얽혀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하여 트랜스내셔널 기억 연대의 가능성을 경험하였다. 넷째, 트랜스내셔널 교육의 실천 양상은 각 학교마다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유사한 학교들이었으나 내부는 매우 상이하였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이유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학교마다 의사결정의 구조, 내부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달랐다. 즉 의사결정 과정이 얼마나 민주적인지, 학교와 교실이 다양성에 얼마나 주목하는지에 따라 교육 실천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반응이 더디게 나타나기도 하였다. 둘째, 두 학교는 국가의 공식적인 기억뿐만 아니라 소외된 개인의 기억들에 주목하고 있었고, 다른 두 학교에서 개인의 기억은 매우 낯선 종류였다. 출발점과 지향하는 바가 다른 학교들이었기 때문에 트랜스내셔널 관점에 도달하는 양상과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섯째, 교육의 실천 과정에 나타난 교사와 학생들의 변화 양상은 개인의 경험, 환경, 인간관계 등에 따라 차이가 발견되어졌다. 본 연구에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 동일시의 정도에 따라 다섯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 대부분은 타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전혀 없는 전(Pre)-트랜스내셔널한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대화를 시작하며 서로의 관점과 기억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알게 되는 대리적·관찰자적 트랜스내셔널이 된다. 이 단계는 교육을 경험한 대부분의 어린이와 교사들이 거치는 단계였다. 대화를 진행함에 따라 타자에게 공감하게 되는 감정이입적 트랜스내셔널 유형이 발견되었다. 타자들의 경험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들과 정서적으로 공유한다. 감정이입적 트랜스내셔널이 심화되면 실천과 행위를 동반하는 상호적·행동적 트랜스내셔널 주체가 된다. 타국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들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이는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는 일본 교사와 학생들에게서 발견되어졌다. 마지막 유형은 실존 지향적 트랜스내셔널이다. 일상적으로 오랫동안 기억의 대화를 실천해 온 교사와 재일교포 3세인 학생은 실제로 그들의 삶 자체가 한국과 일본을 횡단하고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서 어린이들이 국민국가를 성찰하고 횡단하는 교육적 기획을 하였다. 대화에 참여한 학교들에서 실천한 트랜스내셔널 시민교육의 사례를 공유하고 트랜스내셔널 관점의 형성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나 몇 가지 후속 연구와 작업들이 필요하다. 첫째, 선별된 한국과 일본의 네 학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 학급에서의 시도 그리고 다른 국가 혹은 지역에서의 실행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별성과 일반성을 폭넓게 확인하면 더 심화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수업을 통해서 형성된 관점들이 얼마나 지속성을 가지고 유지 되는지,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그 요인과 양상들을 추적 관찰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셋째, 어린이들이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는 기억의 대화도 시도될 필요가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타자를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의 과정과 이것이 학생들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도 기대할 수 있다. 이 세계에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고,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이며, 사회과교육에서 기대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사회과는 바람직한 사회인식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화로 추동된 국경을 넘는 다양한 이동과 상호연결이라는 사회변화를 인식하고, 이러한 사회에 요구되는 시민성을 고민하는 것도 사회과의 역할이다. 따라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국민국가적 질서를 뛰어넘어 세계시민으로서도 행동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함양시킬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이라는 틀에서 실천되는 노력들은 주로 ‘국민’ 형성에 맞추어져 있으며, 세계의 영구 평화를 목표하지만 ‘국가’라는 경계는 높은 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에 국민국가라는 경계를 성찰하고 횡단에 관심을 두는 트랜스내셔널에 주목하였다.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에 주목한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어린이들이 교육을 통하여 국민국가라는 경계를 횡단한다는 기획은 생소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트랜스내셔널을 교육에서 실천하기 위하여 기존 사회과학 연구들에서 트랜스내셔널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연구들이 이루어지며, 어떻게 포착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여전히 진행형인 트랜스내셔널을 완결된 의미로 정의 내릴 수는 없다. 경계를 넘는 다양한 사회 변화를 연구하는 트랜스내셔널은 사회형태, 인식의 유형, 문화의 재생산, 자본의 흐름, 정치 참여, 장소와 지역의 재현 등 다양하게 개념화 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은 신체가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제한되어 있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트랜스내셔널을 다음과 같이 개념화하고 실천을 위한 트랜스내셔널을 구상하여 보았다.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이라는 틀을 적용한다는 것은 첫째,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트랜스내셔널하다는 것이고, 둘째, 교육을 받은 마음 상태가 트랜스내셔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공간담론’, ‘정체성’, ‘문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트랜스내셔널과 교육의 관계를 횡단하여 보았다. 트랜스내셔널에서 ‘공간’, ‘정체성’ 그리고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것으로 여긴다. 영토는 경계에 대한 공간적 토대를 제공하고 같은 문화를 공유한 ‘우리’라는 감정은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여 왔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 이동을 경험하고, 다수의 국가를 횡단하며 살아가고 있다. 단일 국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국경을 초월한 협동이 필요한 세계의 문제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교육현장에서도 경계의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새롭게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체성과 문화를 단일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것으로 보고 다층적인 정체성과 혼종적인 문화를 교육할 수 있는 문화접촉지대가 되어야 한다. 둘째, 교육에서 트랜스내셔널을 관찰하고 실천하기 위하여 한국과 일본의 초등학교 네 군데를 대상으로 사례연구를 하였다. 네 학교 모두 세계시민 양성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는 학교들이다. 처음에는 네 학교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연구하기’ 위하여 들어갔으나 결국 ‘함께 실행’하는 연구가 되었다. 네 학교의 교사, 어린이 그리고 연구자가 트랜스내셔널을 목표로 수업을 계획하고 대화하는 일종의 수업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어린이들도 진정한 대화를 함께 이끌어 가는 공동의 탐구자로 보았다. 따라서 교사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희망하는 대화를 중심으로 약 10개월 간 한국과 일본의 교육 주체들이 상호 만남과 대화를 경험하였다. 연구자가 일본에 가서 일본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일본 교사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누었으며,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들이 교사를 매개로 대화를 나누었다. 만남과 대화를 통하여 나와 타자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이해하고 서로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실행연구가 되었다. 셋째, 어린이들 특히 한국의 어린이들이 희망하는 것은 ‘기억’을 대화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역사라는 공식적인 기억은 어떠한지, 그것들을 일본 어린이들은 어떻게 ‘기억’하는지 알고 싶어 하였고, 자신들의 ‘기억’은 어떠한지 알려주고 싶어 했다. 한국 어린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타자가 알지 못한다는 것에 분노하고 배타적인 감정을 보였고, 일본 어린이들은 한국 어린이들의 이런 분노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자와 교사들은 다양한 개인의 기억들에 주목하여 국가를 성찰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식민지 경관을 마주하는 연구자의 기억, 손기정 선수, 일본군 위안부, 재한일본인 여성, 오키나와 제노사이드의 기억 등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개인들의 기억을 수업 자료로 활용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기억은 권력에 가려지고 배제된 개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국민국가를 넘기 위해서는 기억의 대화가 자연스러웠다. 기억의 대화를 통하여 일본과 한국의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배우고 알고 있던 것이 전부가 아니며, 의도적으로 배제된 기억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였다. 이를 통해 국가 그리고 국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유대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양국 어린이들의 기억, 연구자의 기억, 일본 교사들의 기억이 서로 만나고 얽혀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하여 트랜스내셔널 기억 연대의 가능성을 경험하였다. 넷째, 트랜스내셔널 교육의 실천 양상은 각 학교마다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유사한 학교들이었으나 내부는 매우 상이하였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이유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학교마다 의사결정의 구조, 내부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달랐다. 즉 의사결정 과정이 얼마나 민주적인지, 학교와 교실이 다양성에 얼마나 주목하는지에 따라 교육 실천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반응이 더디게 나타나기도 하였다. 둘째, 두 학교는 국가의 공식적인 기억뿐만 아니라 소외된 개인의 기억들에 주목하고 있었고, 다른 두 학교에서 개인의 기억은 매우 낯선 종류였다. 출발점과 지향하는 바가 다른 학교들이었기 때문에 트랜스내셔널 관점에 도달하는 양상과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섯째, 교육의 실천 과정에 나타난 교사와 학생들의 변화 양상은 개인의 경험, 환경, 인간관계 등에 따라 차이가 발견되어졌다. 본 연구에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 동일시의 정도에 따라 다섯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 대부분은 타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전혀 없는 전(Pre)-트랜스내셔널한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대화를 시작하며 서로의 관점과 기억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알게 되는 대리적·관찰자적 트랜스내셔널이 된다. 이 단계는 교육을 경험한 대부분의 어린이와 교사들이 거치는 단계였다. 대화를 진행함에 따라 타자에게 공감하게 되는 감정이입적 트랜스내셔널 유형이 발견되었다. 타자들의 경험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들과 정서적으로 공유한다. 감정이입적 트랜스내셔널이 심화되면 실천과 행위를 동반하는 상호적·행동적 트랜스내셔널 주체가 된다. 타국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들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이는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는 일본 교사와 학생들에게서 발견되어졌다. 마지막 유형은 실존 지향적 트랜스내셔널이다. 일상적으로 오랫동안 기억의 대화를 실천해 온 교사와 재일교포 3세인 학생은 실제로 그들의 삶 자체가 한국과 일본을 횡단하고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서 어린이들이 국민국가를 성찰하고 횡단하는 교육적 기획을 하였다. 대화에 참여한 학교들에서 실천한 트랜스내셔널 시민교육의 사례를 공유하고 트랜스내셔널 관점의 형성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나 몇 가지 후속 연구와 작업들이 필요하다. 첫째, 선별된 한국과 일본의 네 학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 학급에서의 시도 그리고 다른 국가 혹은 지역에서의 실행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별성과 일반성을 폭넓게 확인하면 더 심화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수업을 통해서 형성된 관점들이 얼마나 지속성을 가지고 유지 되는지,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그 요인과 양상들을 추적 관찰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셋째, 어린이들이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는 기억의 대화도 시도될 필요가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타자를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의 과정과 이것이 학생들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도 기대할 수 있다. 이 세계에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고,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이며, 사회과교육에서 기대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주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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